‘진보 도시’ 뉴욕, 비시민권자 80만명에 선거권 부여

한동훈
2022년 1월 15일
업데이트: 2022년 1월 15일

뉴욕시장 “민주주의 확대 위한 최선의 선택”
시내에 30일만 체류하면 외국인도 투표권 행사
시민단체 “선거 총투표수 110만…너무 급진적” 

미국 뉴욕시가 합법적 체류 자격을 갖춘 비시민권자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는 법안을 최종 확정했다. 약 80만명이 투표권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일(현지시각) 민주당 소속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뉴욕시 의회가 통과시킨 ‘비시민권자 투표권 부여 법안'(법안 링크)에 서명했다.

애덤스 시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뉴요커들이 정부에 대해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법안에 서명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는다. 수백만 명의 시민들에게 더 민주적인 절차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영주권자와 취업 자격이 인정된 사람에게 시장, 시의원, 교육위원 등을 뽑는 지방선거에 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 적용 시점은 내년 1월 9일 이후 선거부터다.

애덤스 시장은 “더 민주적”이라는 낙관적 기대감을 표출했지만, 이 법안은 발의 당시부터 민주주의를 왜곡할 수 있다는 비판에 휘말렸다.

현재 뉴욕시는 영주권이 없더라도 뉴욕시에 30일 이상 체류하면 취업 자격을 내주는데, 비시민권자 투표권 부여법이 이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타 지역 주민이나 외국인들이 뉴욕시에 진입해 ’30일 이상 거주’ 요건만 채운 뒤 투표권을 획득해 선거 결과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법안은 작년 12월 9일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한 시 의회를 통과했으며 역시 민주당 소속이었던 빌 드 블라시오 당시 시장에게로 넘겨졌다.

블라시오 당시 시장은 “시에서 할 일이 아니라 주정부에서 결정할 일”이라며 법적 타당성에 대한 의문을 나타내면서도 12월 31일 퇴임 전까지 끝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고, 결정을 후임 시장에게 넘겼다.

1월 1일 취임한 애덤스 신임 시장 역시 30일만 체류하면 투표권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애덤스 시장은 9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법안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후, 거부권을 행하지 않기로 했다”며 전향적 태도를 나타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 | Spencer Platt/Getty Images

애덤스 시장은 “내가 공직생활을 했던 브루클린에서는 주민 47%가 집에서 영어를 쓰지 않는다”며 “누가 지역 행정을 도맡을 것인지는 그 지역 주민들이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법안을 주도한 이다니스 로드리게 전(前) 뉴욕시의원은 “애덤스 시장은 이민자 사회를 위한 그의 끈질긴 헌신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며 찬사를 보낸 뒤 “우리는 이민자들의 목소리를 포함할 때, 더 강한 민주주의를 건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이민자인 로드리게즈 전 의원은 작년 12월 법안 통과 직후에도 “역사적인 일”로 극찬하며 “뉴욕시는 다른 진보 도시들이 따라야 할 빛나는 모범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드리게스 전 시의원은 애덤스 시장에 의해 시 교통위원으로 임명됐다.

반면, 뉴욕시 공화당은 “뉴욕시 민주당에서 나온 최악의 아이디어”라며 “선거를 조작하기 위해 임의로 시민권을 만들어냈다”고 비판했다.

닉 랭워시 공화당 대표는 “이 법안은 급진적이고 위헌이며 비미국적이고 매우 위험하다”며 “시에서 치르는 모든 지방선거에 대한 신뢰성을 추락시키고, 뉴욕주 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이민 급증에 대처하는 비영리단체인 이민개혁연맹(FAIR)의 댄 스타인 대표는 “극단적인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스타인 대표는 “최근 시장선거에서 총투표수가 110만 표였다”라며 “이제 선거인 명단에 80만명의 외국인이 추가되게 생겼다. 그들은 선거 결과에 확실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인 대표는 또한 “투표권을 얻으려면 뉴욕에 30일만 거주하면 된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각종 방식으로 이민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30일 거주 요건을 이용한 투표권 획득 증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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