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이야기] “업으로 생긴 병은 치료하기 어렵다”

글/ 원빈룽(溫嬪容·중의사)
2019년 4월 15일 업데이트: 2019년 10월 26일
연꽃 (전경림 기자)

난치병 치료로 유명한 한 원로 의사가 있었다. 내원하는 환자는 많았지만 그는 하루에 10명만 진료했고, 때로는 그 중 8명을 돌려보냈다. 그는 어떤 사람은 병에 걸리는 게 당연하고 어떤 사람은 치료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북부지역에 사는 한 아주머니(62세)가 자녀 차에 실려 나의 진료실을 찾아왔다. 허리에 소변주머니를 찬 채 부축을 받으며 들어온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울면서 하소연했다. “선생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저는 요관을 삽입하고 싶지 않은데 양방에서는 평생 요관을 끼운 채 살아야 한다네요. 그게 어디 사는 겁니까!” 그러면서 그녀는 이 병 때문에 그동안 모은 재산을 다 날려 치료비를 낼 형편도 안 된다고 했다. 그녀는 4년째 투병 중이었다.

그녀는 두 달 전 입 안이 말랐는데 어떤 음료를 마셔도 갈증이 사라지지 않았으며 1시간에 한 번씩 소변을 봤다. 2주 후에는 심지어 20~30분마다 소변을 봐야 했으며 나중에는 아예 이부자리에 소변을 쌌고 또 고열이 나기 시작했다. 1주일간 약을 먹어도 열이 떨어지지 않아 양방에서 소변검사를 받은 결과, 세균성 신우신염 진단을 받았다. 약을 복용해도 고열은 떨어지지 않았고 메슥거리고 구역질 나는 증상이 심해 밥을 먹을 수 없게 됐다. 나중에는 소변이 아예 나오지 않았고, 대변을 보면서 안간힘을 써야 겨우 몇 방을 떨어지는 게 고작이었다. 게다가 다리가 붓고 걸을 수조차 없게 돼 큰 병원으로 옮겼다.

병원 검사 결과는 급성 신우염으로 인한 패혈증이었다. 폐에 염증이 있고, 방광은 소변으로 가득 찼으며, 공복혈당은 280, 백혈구 수치는 2만 4천으로 나왔다. 즉시 입원해서 2주간 치료에 들어갔다. 항생제를 복용하자 설사가 계속 났고 목구멍이 손상돼 음식을 삼키기가 힘들어졌다. 배가 고파도 먹을 수 없었고 딸꾹질을 했다. 입원 1주일 후 요관을 뽑았지만, 이틀 만에 소변 양이 줄면서 배뇨가 힘들어져 신장에 물이 차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요관을 꽂았다.

침구치료: 신장과 방광의 기가 허해 물길을 다스리지 못하는 상태에서 대량의 항생제를 복용해 심기를 손상했고 하초 신기(腎氣)도 무기력해졌다. 한방에서는 이를 심신불교(心肾不交)로 인한 비뇨기 계통의 문란으로 본다. 치료법은 신기를 보(補)해야 하는데 침으로는 기해, 관원혈을 이용한다. 관원혈은 36가지 질병으로 인해 발생한 배뇨장애를 치료한다. 또 환자 스스로 이 혈자리에 매번 15분 정도 뜸을 뜨게 했다. 심기(心氣)를 보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내관, 대릉에 침을 놓았다. 또 방광 기능을 조절하기 위해 중극, 곡골, 오리혈에 자침하고, 수액대사기능을 다스리는 수분, 음릉천, 삼음교, 용천혈에 침을 놓았다. 부기(浮氣)를 빼기 위해 위아래로 소통시키는 방법을 썼는데, 위로는 풍지혈, 아래로는 조해혈을 치료해 기혈의 순환이 이어지게 했다. 또 양기가 처지고 하초가 찬 증상을 치료하는 백회혈과 관원혈에 침을 놓았다. 또 중극, 음릉천, 용천혈을 환자 스스로 마사지하도록 가르쳤고 신수, 관원, 삼음교, 수분혈에 뜸을 떴다. 또 관원혈은 아침저녁으로 손을 비벼서 108회 문지르게 했다.

침을 맞은 다음 날 환자가 소변이 마려워 병원에 가서 요관을 뽑아달라고 했다. 하지만 소변을 볼 때 따끔거리면서 아팠고, 아랫배도 탱탱하게 부풀고 아파왔다. 검사 결과 녹농균이 나와서 다시 요관을 삽입해야 했다. 이튿날부터 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반달 후 재진할 때는 38.9도였다. 부축을 받아 겨우 진료실로 들어온 환자가 자리에 앉자마자 남편 욕부터 해대기 시작했다.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기운이 없었는데 침을 튀겨가며 욕을 하면서부터 기운이 났다. 나는 “아주머니, 기운 좀 아끼세요. 그래야 병과 싸울 수 있지요”라고 했다. 하지만 말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는 또 이전에 자신을 치료했던 의사들을 욕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하늘도 비난하고 신도 욕했다. 

처방: 우선 저령탕(猪苓湯)으로 요도염, 신염, 빈혈, 불면을 다스렸다. 갈근황금황련탕으로 위장 기능을 조절하면서 사열(瀉熱)을 빼는 데 청열해독하는 포공영과 어성초를 더했다. 침구치료는 외관, 양지혈로 열을 내리고 간기울결은 태충혈에, 구토는 내관과 중완혈에 자침했다. 침뜸치료가 끝나자 체온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미열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둘째 날 이후 체온이 38도 좌우에서 맴돌았다. 연속 한 달간 열이 나자 양기가 크게 손상돼 대사기능이 떨어졌고 팔다리도 싸늘해졌다. 세 번째 진료하는 날 처방에서 갈근황금황련탕을 빼고 심장을 강화하고 신양(腎陽)을 따뜻하게 하는 사역탕을 추가했다. 이 약을 먹인 후 체온이 37.5도까지 떨어졌지만, 그래도 불안정했다. 여섯 번째 진료할 때 사역탕을 빼고 오직 신장만을 보하는 제생신기환으로 처방을 바꿨다. 이 약을 먹인 후 체온이 정상이 됐고 정신 상태도 많이 좋아졌다.

그 후에도 환자는 빈뇨 증세가 있었고 소변을 지리기도 했다. 치료할 때마다 한바탕 남편 욕을 하고는 병이 호전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그럴 때마다 진료실의 모든 사람이 그녀의 욕설을 들어야 했다. 나는 그녀에게 엄숙히 말했다. “아주머니, 양심이 있어야 합니다. 원래 요관을 꽂아야만 했는데 지금은 혼자 소변을 볼 수 있어요, 또 줄곧 떨어지지 않던 체온도 지금은 정상이고 전에 먹던 약도 줄여서 지금은 하루 2번만 먹잖아요. 그런데도 호전된 게 없다고요?” 그러자 그녀는 아무 대꾸도 없었다.

내친 김에 나는 몇 마디 더 보탰다. “당신은 당신을 치료한 모든 의사를 심하게 비판하는데 사실 여기 앉아 있을 수 있는 것도 그들 덕분인 것 아시죠? 말만 꺼냈다 하면 욕인데, 마당(場)이 더러우면 입도 마음도 더러워져서 좋지 않은 물질을 끌어들입니다. 당신의 병은 평소 좋지 않은 생활습관이 누적돼 생긴 것이니 역시 인과응보라 할 수 있어요. 아무리 명의라 해도 업(業)으로 생긴 병은 치료하기 어려워요. 당신은 늘 하늘을 욕하고 신마저도 비방하는데 하늘이 당신을 보호할 리 없죠. 또 나를 포함해 당신을 도와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다는 말은 못 할망정 욕을 하다니요!”

신의(神醫) 편작(扁鵲)조차 ‘치료하지 못하는 6가지 원칙’을 정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이런 환자를 난들 어쩌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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