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가치와 무게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 ‘경력 끝판왕’ 송지헌 경정의 이력서

이서현
2020년 10월 24일
업데이트: 2020년 10월 25일

미술 전공, 은행원, 승무원, 변호사 그리고 경찰.

과천경찰서 수사과장 송지헌(41) 경정의 이력이다.

그는 이미 온라인상에서 ‘경력 끝판왕’으로 불리는 유명인사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지난 21일 방송된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의 ‘독특한 이력서’ 특집에 그도 출연했다.

이날 송 경정과 함께 쇼트트랙 국가대표 출신 가장디자이너, SBS ‘그것이 알고 싶다’ PD 출신의 전기 버스 회사 대표, 개그맨 출신 치과의사 등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들이 초대됐다.

그들이 풀어 놓은 이야기 속에는 꿈과 현실, 직업에 대한 성찰과 고민이 담겨 있었다.

그중에서도 모두가 선망하는 직업을 고루 거친 송 경정의 이력은 단연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새로운 직업에 계속 도전을 하게 된 배경과 투입한 노력이 남달랐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그의 원래 꿈은 화가였다.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후 미술 대학원을 준비했다.

당시 경제적 독립을 위해 외국계 은행에 취업했다가 6개월 만에 퇴사했다. 사물의 본질을 보려고 노력하던 삶에서 모든 것의 기준이 ‘담보가치’로 바뀐 삶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이후 유학을 하려고 했지만 IMF로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는 외국에서 돈을 벌면서 미술관을 다닐 수 있는 직업을 고민하다 외항사 승무원이 됐다.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즐거운 시기였지만, 점점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될까 봐 불안했다.

대학원으로 돌아가리라 마음먹은 시기, 기내 신문에서 국내 사법고시 폐지 기사를 접하게 됐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이상하게도 그는 ‘내 이력으로 더 가기가 어렵겠다’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했다고 한다. 홈쇼핑 매진’ 안내에 마음이 불안해지는 것과 비슷했다는 것.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나자 퇴사 후 바로 고시촌으로 달려갔다. 법학 학점 이수와 사법시험 준비를 병행했고, 한 번 만에 1차 시험을 패스했다.

그는 무모해서 도전할 수 있었다고 했지만, 그만큼의 노력도 있었다. 오전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오로지 공부만 했다.

2차 사시 시험을 앞두고는 밥도 안 먹었다. 졸음이 몰려올까 봐 40일 정도는 빵을 조금씩 떼어먹으며 버텼다.

그는 “재능 있는 사람을 이기는 방법은 양으로 승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질이 안 되면 양으로 승부하니 되더라. 남들이 책 한 권을 볼 때 나는 두 권을 봤다”고 말했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이후 로펌 변호사로 3년 동안 활동했다. 처음에는 재밌었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이 선임계약이나 수임료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걸 느꼈다.

변호를 맡은 의뢰인들이 법정에서는 반성하다가도 밖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에도 회의감이 들었다.

그는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게 더 행복하겠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경찰 특채에 지원해 합격했고, 현재 9년째 근무 중이다. 현장 수사를 하며 진실을 밝히는 일이 적성에 맞았다.

그림보다 재밌는 일을 찾아서인지 한 번도 그림 때문에 악몽을 꾼 적도 없었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계속 현장 근무를 하고 싶었지만, 실무와 형사사법 체계의 괴리를 느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경찰청에 입성했고, 수사구조개혁단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경찰은 공판 이후 단계를 잘 모르고 법조계에서는 공판 전의 실제 현장을 잘 모른다”라며 법조인 출신 경찰로서 그 간극을 메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수사의 전문성을 위해 세무사 공부까지 시작했다고 알렸다.

그는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알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경제적인 안락함이나 명예에 안주하지도 않았다.

누리꾼들은 “정말 대단하고 멋지다” “저런 사람이 공직에 있다는 건 우리나라의 이득이다” “올곧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꿈을 위해 한 일도 클래스가 다르다” “비밀의 숲 실사판”이라며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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