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탈 때 귀에 꽂는 ‘이어폰’과 래퍼가 뒤집어쓴 ‘후드티’의 공통점

김우성
2021년 2월 3일
업데이트: 2021년 2월 3일

귀에 이어폰을 꽂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스마트폰만 보는 사람들을 버스나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왜 그럴까?

누구에게나 사적인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같은 타인과 공유하는 공적인 공간에서조차 현대인은 그런 욕구를 느낀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tvN ‘나의 아저씨’

이어폰을 귀에 꽂는 행위는 청각적으로 주변과 단절시킴으로써 사적인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힙합 가수들이 즐겨 입는 후드티도 마찬가지다. 힙합 문화는 미국 할렘가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그들은 가난 탓에 사적인 공간을 가질 수 없었고, 후드를 뒤집어쓴 채 혼자만의 공간에서 자신의 고단한 삶을 랩으로 표현했다.

시가와 관련 없는 사진 / 영화 ‘8마일’

요즘 세대는 집보다 차를 먼저 산다. 사실 차는 사회에서 가장 손쉽고 싸게 내 방을 소유하는 방법이다. 선팅을 진하게 하는 것도 차 안을 더욱 사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

10대가 코인노래방이나 PC방 같은 곳을 즐겨 찾는 것도 어른들의 감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tvN ‘어쩌다 어른’에 출연한 건축가이자 홍익대학교 교수인 유현준 교수는 “요즘 사람들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도시 환경적으로 공적인 공간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사적인 공간을 갖길 더욱 갈망한다”고 설명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tvN ‘응답하라 1988’

유현준 교수는 익선동을 포함해 가로수길, 삼청동, 경리단길 등 골목길이 뜨는 이유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대형 쇼핑몰과 골목길의 차이는 ‘하늘’과 ‘다채로운 경험’이라고 지적했다.

대형쇼핑몰과 건물 복도와 달리 골목길은 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있다. 건물 안에서 주로 지내는 사람들이 자연광을 선호한다는 것.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연합뉴스

여러 갈래로 나뉜 골목길은 걸을 때마다 새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유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100명이 걸으면 100개의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만큼 골목길은 우리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물한다.

유현준 교수는 “과거에는 골목길이 흔하고 익숙했기 때문에 특별한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며 “골목길이 사라지고 생겨난 커다란 건물 안에서 주로 지내는 요즘, 골목길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길거리에 가게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배달앱 때문에 식당조차 사라지면 길거리에는 황량한 풍경만 남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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