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앞에서 구걸하는 노숙인을 한 달 동안 지켜보다가 다가간 사회복지사

김연진
2020년 12월 29일
업데이트: 2020년 12월 29일

서울 지하철 이수역 앞, 수개월간 이곳에서 노숙을 하면서 구걸하는 한 남성이 있었다.

누구도 그에게 안부를 묻지 않았다.

그런데, 유일하게 노숙인에게 다가간 한 여성이 있었다.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50대 사회복지사였다.

지난 14일 MBC ‘뉴스데스크’는 서울 이수역 앞에서 노숙을 하던 36살 남성 최모씨의 사연을 전했다.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최씨는 약 3개월 전부터 이 자리에서 매일 구걸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갔다. 가끔 돈을 주는 시민들은 있었으나, 누구도 그에게 말을 걸지는 않았다.

그런 최씨를 유심히 지켜보던 한 여성이 있었다. 사회복지사 정미경씨였다.

그녀는 최씨를 도와주려고 다가갔지만, 최씨는 겁을 먹고 달아났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았고, 한 달간의 노력 끝에 최씨의 사정을 알게 됐다.

사회복지사 정씨는 “처음에는 말을 거니까 도망을 가더라. 자기를 고기잡이 배로 끌고 가는 줄 알았다더라”라며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어머니는 천국에 계시다고, 어머니의 몸은 집에 그대로 계시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MBC ‘뉴스데스크’
MBC ‘뉴스데스크’

깜짝 놀란 정씨는 경찰과 함께 최씨의 집을 찾았다. 서울 방배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최씨의 어머니가 숨진 채 있었다. 숨진 지 약 7개월이나 지났다.

조사 결과 최씨의 어머니는 지병으로 인해 지난 5월께 목숨을 잃었다. 발달장애가 있는 최씨는 시신이 훼손될까 두려워 이불로 꽁꽁 싸맨 채 어머니를 지키고 있었다.

최씨가 꼼꼼하게 시신을 밀봉한 탓에, 시신 발견 당시 냄새조차 나지 않았다. 숨진 지 수개월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어쩔 줄 몰랐던 최씨는 “우리 엄마는 5월 3일에 돌아가셨어요. 도와주세요”라는 팻말을 들고 거리에서 도움을 요청했으나, 누구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유일하게 다가간 사회복지사 정씨 덕분에 이 사연이 알려진 것이다.

MBC ‘뉴스데스크’
MBC ‘뉴스데스크’

지자체도 최씨의 사정을 알지 못했다. 최씨 모자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2년 전부터 매월 20여만원씩 주거비를 받아왔다. 그러나 ‘근로 능력이 있는 일반 가구’로 분류돼, 지자체 점검은 1년에 한 번뿐이었다.

지난 3월, 주민센터에서 코로나19 방역용품을 받고 상담을 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주민센터 측에서 최근 쌀과 김치를 전달하기 위해 최씨 자택에 찾아갈 계획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최씨 어머니가 숨진 지 7개월이 지난 뒤였다.

사회복지사 정미경씨는 “너무 어이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모니터링을 하고, 사회안전망이 확립되는 게 정말 필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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