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자리 비켜달라며 툭툭 치던 어르신 때문에 활짝 웃었습니다”

김연진
2020년 10월 7일 오전 11:49 업데이트: 2020년 10월 7일 오전 11:49

지하철에서 쪽잠을 자고 있던 A씨는 누군가 ‘툭툭’ 치는 바람에 깜짝 놀라 정신이 들었다.

고개를 들어 보니, 5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앞에 서 있었다.

할아버지도 아닌 것 같은데, 뭐지?

속으로 “뭐야…”라고 생각하며 다시 잠을 청하던 A씨였다. 그런데 그때, 중년 남성이 소리쳤다.

“아이고~”

“테레비에서는 이래 쪼매 툭툭 치고 눈치 주면 양보해주던데~~”

“한국 드라마에 속았네~~”

지하철 안에 있던 시민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A씨도 마찬가지였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부산에서 상경해 직장생활을 하던 A씨는 오랜만에 듣는 부산 사투리에 정감도 느꼈고, 중년 남성이 재치 있게 말씀하셔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중년 남성에게 자리를 양보한 A씨였다.

그러자 그 다음 행동이 예상 밖이었다. 자리가 생겼는데도 중년 남성은 자리에 앉지 않았다. 함께 있던 웬 젊은 여성을 자리에 앉혔다.

알고 보니, 중년 남성과 젊은 여성은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관계였다. 임신 중인 며느리를 위해 자리를 마련해준 것이었다.

중년 남성인 줄 알았던 분은 시아버지였다. 워낙 젊어 보이셔서 A씨는 자리를 양보할 생각도 못 했다.

며느리는 자리에 앉으며 A씨에게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임신 중인데… 아직 배가 안 나와서… 우리 시아버지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설명했다고.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이에 A씨는 “아 네, 몰랐네요. 편히 앉아서 가세요!”라고 상냥하게 대답했다.

이후 A씨는 그 시아버지와 며느리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를 듣게 됐는데, 너무 웃기고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둘의 대화를 재구성했다.

시아버지 : 연극 보고 뭐 묵으러 갈꼬?

며느리 : 음… 아무거나 다 돼요?

시아버지 : 말해봐라.

며느리 : 정말요? 알리오올리오?

시아버지 : 그기 뭐꼬?

며느리 : ㅋㅋ아니에요. 아버님은 느끼해서 못 드세요.

시아버지 : 괜찮다. 가자. 알리고올리고.

며느리 : 진짜요? 아니에요. 아버님도 잘 드시는 걸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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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 : 고기 묵을래? 소고기 사주까?

며느리 : 점심부터요?

시아버지 : 와? 파이가?(별로야?) 못 묵긋나?

며느리 : 아이고~ 없어서 못 묵죠~

시아버지 : ㅋㅋㅋㅋㅋㅋ

A씨는 대화를 들으면서 생각했다.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저렇게 다정할 수가 있나 싶었다. 정말 아빠와 딸처럼 대화하더라”

이어 “나도 시집가면 시아버지와 저렇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보기 좋고 부러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