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트렁크에 갇혀 사는 골든 리트리버에게 강형욱 훈련사가 건넨 말

윤승화
2020년 7월 24일
업데이트: 2020년 7월 24일

지하주차장에 세운 자동차 트렁크에 갇혀 사는 골든 리트리버 강아지는 낯선 사람이 다가가도 체념한 눈빛으로 짖지 않았다.

지난 8일 KBS 공식 동물 콘텐츠 유튜브 채널 ‘KBS동물티비 : 애니멀포유’에는 ‘지하주차장 트렁크 속 골든 리트리버를 구하라’라는 제목으로 영상이 게재됐다.

영상은 게재되자마자 120만 건에 달하는 조회 수와 2만 2,000여 건의 좋아요를 기록했다.

많은 관심을 끈 영상의 주인공은 매연으로 최악의 공기와 어둡고 습한 공간에 주차된 차량 트렁크에 묶여 24시간을 사는 골든 리트리버 강아지였다.

강형욱 반려견 행동 전문가에게 ‘지하주차장 차 트렁크에서 개를 키운다’는 제보가 온 것. 강형욱 훈련사는 “훈련사 인생 19년이지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저 큰 개가 작은 차 트렁크에 산다니, 녀석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유튜브 ‘KBS동물티비 : 애니멀포유 animal4u’
유튜브 ‘KBS동물티비 : 애니멀포유 animal4u’

강형욱 훈련사는 그 길로 제보가 온 부산 한 아파트로 찾아갔다.

찾아간 지하주차장에서 강형욱 훈련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사람이 다가가는데도 짖지 않는 강아지가 그곳에 있었다. 강형욱 훈련사가 조심스럽게 다가갔지만, 녀석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녀석은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다.

사람의 손길을 기다렸던 걸까. 강아지는 앞발을 내밀며 강형욱 훈련사와 체온을 나누었다. 강형욱 훈련사는 그런 강아지를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다음부터는…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짖어”

유튜브 ‘KBS동물티비 : 애니멀포유 animal4u’
유튜브 ‘KBS동물티비 : 애니멀포유 animal4u’

커다란 엔진 소리가 하루에도 수십번 울리는 이곳, 강형욱 훈련사는 “그냥 참는 것”이라고 녀석의 상태를 진단했다. 게다가 강아지는 트렁크 위에 위태롭게 묶여있었다.

그때였다. 녀석의 보호자가 물병을 들고 나타났다. 한 할아버지였다.

강형욱 훈련사는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했고, 당황하던 할아버지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개가 여기에 있으니까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직접 강형욱 훈련사를 집으로 초대했다.

과연 트렁크에 사는 강아지의 속사정은 무엇이었을까.

“집이 좁아도 다 들어오실 수 있으면 들어오세요”라며 제작진을 초대한 할아버지의 집은 비록 좁지만 깔끔했다.

할아버지가 알려준 강아지의 이름은 유니. 유니는 언제부터 트렁크에 살게 됐을까.

유튜브 ‘KBS동물티비 : 애니멀포유 animal4u’
유튜브 ‘KBS동물티비 : 애니멀포유 animal4u’

“처음에는 저기에 살지 않았어요. 내가 사업을 할 때는 넓은 마당에서 마음대로 뛰놀았는데…

사업 실패 후에 갑작스럽게 좁은 집으로 이사하면서…”

좁아진 집에는 할아버지 말고도 다른 가족도 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개를 왜 여기다 방치하냐고, 동물 학대 아니냐고 얘기하시는데 그러실 수 있다”면서도 “사람들의 시선과 비난에 속상한 마음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할아버지의 설명에 따르면 유니는 큰 수술을 세 번이나 겪었다.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할아버지는 유니를 포기하지 않았다. 매일 하루에 두 번씩 꼬박꼬박 산책도 해주었다.

방법이 잘못됐을지언정, 누구의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몰랐던 할아버지가 할 수 있었던 일은 ‘강아지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었다.

유튜브 ‘KBS동물티비 : 애니멀포유 animal4u’
유튜브 ‘KBS동물티비 : 애니멀포유 animal4u’

안타깝게도 할아버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왔지만, 유니 또한 종일 트렁크에 묶인 채 할아버지만을 기다리며 조금씩 체념을 배웠다.

강형욱 훈련사는 “만약 집으로 유니가 온다면 어떻겠냐”면서 “제가 다 (준비)해드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트렁크 대신, 집 베란다 한쪽에 유니의 집을 마련하자는 제안이었다.

강아지를 무척이나 사랑하지만, 젊은 세대와 달리 그간 밖에서만 반려견을 키워야 하는 줄 알았던 할아버지는 미처 생각해본 적 없던 제안에 고민에 빠졌다.

며칠 후, 할아버지는 강형욱 훈련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강형욱 훈련사는 그 즉시 유니가 살 집을 디자인하고, 제작까지 해냈다.

울타리부터 아늑한 방석과 밥그릇까지, 어두운 지하주차장이 아닌 햇살이 부서지는 창가에 마련된 유니의 새집이었다.

같은 날 또 강형욱 훈련사는 유니를 데리고 바다 산책에 나섰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유튜브 ‘KBS동물티비 : 애니멀포유 animal4u’
유튜브 ‘KBS동물티비 : 애니멀포유 animal4u’

행복하게 백사장을 돌아다닌 유니를 데리고 지하주차장으로 향하자, 유니는 자꾸만 멀리 가려는 자세를 취했다.

매일 있던 곳, 트렁크로 가기 싫은지 자꾸 물끄러미 다른 곳만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아예 드러누워 버리기도 했다. 강형욱 훈련사는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가기 싫어? 유니야, 여기 안 가도 돼”

알아듣기라도 한 것일까. 유니를 데리고 지상으로 올라가자, 유니는 커다란 꼬리를 부웅부웅 흔들며 앞장섰다.

그렇게 처음 온 할아버지의 집. 유니는 마치 “내 집이다!”라고 알아본 듯 안정을 찾은 모습으로 킁킁 냄새를 맡으며 집안 탐색을 시작했다.

베란다 문을 열자 자기 집을 알아본 듯 따라 들어오고, 밥을 주자 밥도 쩝쩝 잘 먹었다.

유튜브 ‘KBS동물티비 : 애니멀포유 animal4u’
유튜브 ‘KBS동물티비 : 애니멀포유 animal4u’

강형욱 훈련사는 “트렁크에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 너무 속상했는데, 여기서는 유니가 옆에서 할아버지도 볼 수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유니 또한 그 마음을 안 걸까. 유니는 방석에 앉아 강형욱 훈련사를 바라보며 웃는 표정을 지었다.

할아버지 또한 밝아진 유니의 모습에 신기해하고 행복해했다.

자신의 품에 폭 안긴 유니를 보며 할아버지는 “이렇게 좋아할 줄 몰랐다. 차에 있는 모습을 봤을 때하고 지금 집에 와있는 유니를 봤을 때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작 이렇게 할 걸,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했다.

좁고 차가운 트렁크에 살던 골든 리트리버 강아지, 유니는 이날로써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산다는 작지만 큰 행복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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