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 경고에 무뎌졌나…시진핑 주변 ‘회색 코뿔소’들

차이나뉴스팀
2021년 12월 15일
업데이트: 2021년 12월 15일

중국 당국이 6일 정치국회의에서 내년도 경제사업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한다(穩字當頭)”고 강조했다. 회의에서는 또 내수 확대를 위한 ‘6대 안정(六穩)’과 ‘6대 보장(六保)’을 강조하며 거시경제 지표와 중공 20차 당대회의 안정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과연 말처럼 될 수 있을까?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7월 중앙 정치국 회의에서 처음으로 ‘6대 안정’을 언급했다. 2020년 4월에는 또 ‘6대 보장’을 제기했다.

‘6대 안정’은 취업, 금융, 무역, 외자 유치, 투자, 경기 예측 등의 안정을 가리키고, ‘6대 보장’은 국민의 취업, 기본 민생, 시장 주체, 식량·에너지, 산업망·공급망, 기층 조직의 운영(하위 정부의 정상적인 기능) 등을 보장하는 것을 가리킨다.

중국 경제 전문가인 미국 사우스캘리포니아대학의 셰톈(謝田)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에 “올해는 전환점이 되는 한 해로, 중공은 전반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당국이 경제의 ‘6대 안정’과 ‘6대 보장’을 거듭 강조하는 것은 경제가 혼란에 빠질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면서 “이것이 중공의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지적했다.

최근 시진핑 당국이 회색 코뿔소를 여러 마리 ‘키웠다’는 주장이 주류 매체를 통해 퍼지고 있다. 회색 코뿔소란 금융 용어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해 큰 위기를 초래하는 사건을 말한다.

아래는 필자가 종합한 2021년 중국 경제 상황으로, 중국 경제에 최소 7마리 회색 코뿔소가 보인다.

기정사실화된 부동산 채무 위기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수십 년 동안 허황하게 번창했다. 전체 아파트 중 20~25%가 비어 있고, 전국 각지에 수많은 유령 도시와 유령 건물이 생겨났다. 2021년 들어 지속적으로 폭발하는 부채 위기로 이 업계는 거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초 화샤싱푸(華夏幸福)가 가장 먼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화샤싱푸의 본사와 계열사가 상환하지 못한 원리금은 총 52억5500만 위안이다. 화샤싱푸의 왕원쉐(王文學) 회장은 2월 1일 채무조정회의에서 화샤싱푸의 올해 만기 도래할 채무가 1000억위안(약 18조54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그룹의 유동성 상태를 고려할 때 빚을 갚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샤싱푸의 공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이 회사의 채무불이행 원리금 합계가 1013억400만원에 이른다.

지난 9월 빚더미에 올라앉은 중국 부동산업체 헝다(恒大)그룹의 채무 위기가 표면화되면서 중국 부동산 업계의 전면적인 위기가 기정사실화됐다. 헝다의 디폴트 위기에 처한 금액이 3000억 달러를 넘었다.

중국 당국은 지난 3일 헝다그룹이 2억6000만달러의 사모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자 실무진을 헝다에 파견해 경영 개입을 본격화했다. 사진은 헝다 선전 본사 건물. | Noel Celis/AFP via Getty Images

중국 당국은 헝다그룹이 지난 3일 2억6000만 달러의 사모채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자 실무진을 파견했다.

베이징 당국은 헝다의 위기가 ‘개별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만의 경제전문가 황스충(黃世聰)은 에포크타임스에 당국의 이 같은 주장은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이것은 개별 사건이 아니다. 헝다 외에도 쩡바오바오(曾寶寶·쩡칭훙 전 국가부주석의 조카딸)의 화양녠(花樣年), 자자오예(佳兆業·카이사) 등이 줄줄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실 당국은 사실을 감추려다 더 드러내고 있다.”

헝다에 이어 화양녠·자자오예·뤼디(綠地)·양광청(陽光城)·푸리(富力)·신위안(鑫苑)·아오위안(奧園)·양광(陽光) 100 등 상당수 부동산회사 또한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양광 100은 지난 5일 만기가 도래한 원금과 이자 1억7900만 달러를 상환하지 못했다며 디폴트를 선언했다.

자자오예는 7일 만기 도래하는 4억 달러(약 4700억원) 규모의 달러 채권의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채권자들에게 18개월 만기 연장을 요청했지만 동의를 얻지 못했다. 이 회사는 8일 홍콩거래소에서의 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대만 싱크탱크인 톈쥔차이장(天鈞財經)의 런중다오(任重道) 연구원은 에포크타임스에 “그것(부동산)의 부채가 커지면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금융 위기가 일단 발생하면 경제 전체가 붕괴할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중국 부동산 업계는 개발자들이 치솟는 부채를 갚기 어려워지면서 몇 달째 글로벌 증시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10월 중순부터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인 피치(Fitch),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Moody’s)가 재무 위기를 이유로 오위안·자자오예·화양년·뤼디·양광청·푸리 등 중국 부동산회사의 신용등급을 수차례 낮췄다. 이 때문에 부동산 회사들의 해외 금융시장의 문은 거의 닫혔다.

그렇다고 중국 금융시장의 문호가 열린 것도 아니다. 일반 민간 기업, 특히 위험이 높은 부동산 회사는 중국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중국 인민은행과 주택도시농촌건설부가 작년 8월에 부동산 기업에 대한 ‘3가지 레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부동산 회사의 자금 조달 길이 막혔고, 이번 디폴트 위기를 야기하는 기폭제가 됐다.

이른바 ‘3가지 레드라인’은 부채비율을 부동산 기업에 대한 대출 제한으로 삼는 것이다. 즉▲분양 주택 선수금으로 받은 현금을 제외한 비채비율을 70% 아래로 유지할 것▲순부채비율이 100%가 넘지 않도록 할 것▲보유 현금을 단기 부채로 나눈 비율이 1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할 것 등이다.

또한 이 3가지 레드라인을 위반하는 정도에 따라 부동산 기업을 ‘빨강·주황·노랑·초록’ 4등급으로 나눠 대출할 때 유이자 부채의 연간 증가 속도의 상한선을 결정한다.

내수 망치고 외자 내쫓는 ‘제로 코로나’ 정책

중공 당국은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한다는 이유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만 나와도 해당 지역 전체를 봉쇄하고, 전원 검사하고, 집중 격리하는 ‘칭링(淸零·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 정책으로 확진자 수치는 ‘보기 좋게’ 나오지만, 중국 경제발전에는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 야기하는 부작용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경제 원가를 높인다는 점이다. 또한 여행 규제와 봉쇄를 되풀이하면 가계 소비를 하는 1차 소비자, 서비스 산업 등에 심각한 충격을 주어 자신감을 잃게 한다.

CNBC에 따르면 싱가포르 코메르츠방크 AG(Commerzbank AG)의 저우하오(Zhou Hao)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제로 정책을 지속한다면 중국 내수가 압박을 받을 것이지만 중국이 단기간에 이를 완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앞으로 몇 분기는 중국 경제가 기본적으로 계속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통계청의 GDP(국내총생산)에 따르면 올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8.3% 성장했고, 2분기 7.9%, 3분기에는 4.9% 성장에 그쳤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가 11월 1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9개월 동안 중국 역내 회사채 디폴트 총액은 155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디폴트 비율이 19% 상승했고, 역외 회사채 디폴트 총액은 78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8% 증가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올해 들어 여러 좌담회에서 “중국 내외의 환경에 불안정한 요인이 많아지면서 경제가 새로운 하방 압력에 직면했다”고 인정했다.

리커창은 “경제 하방 압력을 견뎌내려면 개혁·개방에 공을 들이고, 외자를 유치하고,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을 구축하고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공의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은 외자 철수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상하이 미국상공회의소 컬깁스(Ker Gibbs) 회장은 11월 19일 페이스북에 “많은 외국인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 나는 그들 중 한 사람이다”라고 했다 그는 또 “코로나19와 관련된 여행 제한도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홍콩 주재 유럽상공회의소도 10월 6일 여러 유럽 회사들이 홍콩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도 중공의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적용함으로써 많은 회사가 힘든 상황에 몰린 게 이유였다.

국제 화물운송 부문에서는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중국 당국은 외국 선박의 선원 교체마저 금지하고 있으며 귀국하는 중국 선원들에게는 7주간 강제 격리를 요구하고 있다. 다른 곳에서 선원을 교체한 선박도 2주를 기다려야 중국 입항을 허가받을 수 있다.

가이 플래튼(Guy Platten) 국제해운상공회의소(ICS) 사무총장은 “중국 정부의 선박 운영에 대한 모든 제한은 공급망에 누적된 영향을 미치고 실질적인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징웨이(張志偉) 핀포인트자산관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8월 보고서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의 대가는 중국이 고립되는 것”이라고 했다.

치솟는 실업률과 그에 따른 사회 불안

중국 당국이 반독점을 명분으로 빅테크 기업, 소액 금융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연예계, 사교육업계까지 단속하면서 민영기업의 도산 및 감원 러시를 야기했다. 게다가 부동산회사들이 디폴트 위기에 몰리고,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규모가 축소되면서 최소 1000만 명이 생계를 잃었다.

부동산 업계의 경우 중국 경제지 시대주보(時代週報)에 따르면 9월 초까지 중국 부동산 회사 중 최소 274개가 파산했다. 하루에 한 업체꼴로 문을 닫고 있다는 얘기다. 뤼디, 헝다, 쑤닝(蘇寧), 화양녠 등 10여 개 회사도 감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짧은 동영상 앱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도 최대 70%까지 감원한다고 10월 19일 밝혔다. 한 중국 언론은 이번 감원으로 7만 명 가까이 실직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최근 연말연시를 앞두고 중국 인터넷 거물 기업의 감원 소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텐센트와 바이트댄스 외에도 틱톡의 경쟁 업체 콰이서우(快手)도 30% 감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전력 공급 제한 등으로 많은 중소 제조업체도 도산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또한 실업자를 양산하는 요인이다.

경제계획 총괄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의 취업소득 분배소비국 하쩡여우(哈增友) 국장은 10월 20일 브리핑에서 중국의 9월 도시 실업률이 4.9%로 전년 동기 대비 0.5%, 전월 대비 0.2% 하락해 2019년 이후 가장 낮다고 밝혔다. 이 수치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셰톈 교수는 10월 31일 에포크타임스에 “지금 연말연시를 앞두고 경제가 너무 안 좋다. (중공은) 중국 경제가 발전하고 있다는 꾸며낸 가짜 뉴스로는 투자를 유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중공이 실업률을 조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참고할 가치가 없는 데다 비도시 호적 인구와 농민공을 포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미 경제학자 리헝칭(李恒靑)은 에포크타임스에 “농민공에 대한 상세한 통계는 하나도 없다. 국가통계국이 파악했다 해도 발표하지 않는다. 외부에서는 농민공의 수가 1억 5000만 명에서 2억 5000만 명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오양(姚洋)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장은 지난해 12월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실업률 조사 수치가 약 6%인데 이는 도시 호적 인구를 가리키며 실업자는 주로 비도시 호적 인구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연구원이 지난해 6월 말 6000여 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실업률은 15%인데, 여기에 반(半)실업 상태 5%를 더하면 20%에 달한다. 중국 대륙의 고용인구를 약 8억 명으로 계산하면 당시만 해도 1억 명 이상이 실업 상태였다.

중공 당국은 2018년부터 ‘고용 안정’은 언급하고, 2020년부터는 ‘기본 민생 보장’도 언급했다. 셰톈 교수는 이것이 ‘고용 안정’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의미이며, 경제의 기초가 흔들리기 때문에 이제는 ‘기본 민생 보장’을 언급하며 “기본적으로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리헝칭은 2억 명에 가까운 농민공이 귀향해 직업이 없는 상황에서 1000만 명이 넘는 대학 졸업생도 실업 대군에 가세해 베이징 당국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싱크탱크인 금융발전실험실(NFID)은 고등교육을 받은 20~24세 실업률이 올해 20%를 넘길 것으로 예측했다.

재미 학자 청샤오눙(程曉農)은 일찍이 ‘희망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농촌이나 중소도시에서 온 많은 대학생이 고향으로 돌아가 ‘컨라오주(啃老族)’, 즉 캥거루족이 됐다고 했다.

“그들은 지금 가정의 부담이 됐다. 그들은 스스로 문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는 농민공이 되려 하지도 않고, 농사를 지으려 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부모에게 생계를 의지하면서 분노가 가득 쌓여 있다. 그들은 이런 쌓인 분노를 매일 소셜미디어(SNS)에서나 방화벽을 우회해 해외 소식을 읽고 공산당을 욕하면서 분출한다. 전혀 활로가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 위기…경제 가동중단 위험 고조

중공 당국이 지난 8월부터 사회운동식 ‘탄소 감축’ 정책을 시작함에 따라 많은 지방정부가 전기 공급 제한 및 생산 제한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이어 발전용 석탄 부족과 전력난이 전국 20여 개 성·시로 확대되면서 기업 운영과 민생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 SNS에는 전력난으로 인한 각종 상황이 전해지고 있다.

석탄은 중국 경제 전체가 사용하는 에너지원의 56%를 차지한다.

전력난이 심각해지자 당국은 석탄 생산 확대에 주력해 발전용 및 난방용 석탄 수요를 충당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발개위는 10월 12일 전기요금 20% 인상을 허용하는 통지문을 내렸다. 이후 중국 전역에서 물가 인상 러시가 이어지면서 경유 가격이 치솟고, 중국 주유소들이 제한 주유까지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에너지·화학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식용유·채소·계란·돼지고기 등 식료품 가격까지 오르고 있다.

중국 경제가 정전 위기에 처하자 해외 관측통들은 각종 분석을 내놓았다. 이들은 대부분 ‘탄소 감축’ 정책과 호주산 석탄 수입(중국이 수입량의 28% 차지) 중단 조치를 전력난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일부이긴 하지만, 제한 송전은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고, 중공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전시상태에 돌입하거나 미중 간의 개전에 대비하기 위함이란 분석도 있다.

그러나 원인이 무엇이든 중국의 제한 송전은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해외 기관들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중국의 전력 공급 제한 조치가 여러 성으로 확대됐고, 기업 생산이 제한되고 심지어 중단돼 민생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 Fred Dufour/AFP | AFP/Getty Images/연합

중국 기업, 안팎 제재…해외 자금줄 차단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일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은 앞으로 중국 정부가 소유 또는 지배하는 기업인지를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SEC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 등 외국 기업들에 대한 회계 조사를 강화하고 소유·지배 구조를 투명하게 밝힐 것을 의무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일,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개주(中概股·중국 테마주) 주가가 폭락하면서 시가총액이 하루아침에 1083억 달러 증발했다.

같은 날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이 미국 증시에서 상장 폐지하고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16%나 올랐던 이 회사의 주가는 불과 몇 시간 만에 12% 하락했다.

디디추싱은 지난 6월 뉴욕증시에 전격 상장된 이후 베이징 당국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아왔다. 11월 26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인터넷 규제 당국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이 데이터 보안을 이유로 디디추싱에 미국 증시에서 자진 상장 폐지할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디디추싱이 중국 당국의 압박에 굴복해 상장 폐지를 결정하면서 주가가 폭락했고, 2월에 최고점을 찍은 이후 누적 손실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시사논설위원 리린이(李林一)는 에포크타임스에 “중국 기업의 해외 자금 조달은 현재 안팎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고 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의 거대 기술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경계하는 데다 중공 당국이 중국 기업에 당의 법을 따를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은 해외 상장을 했더라도 당의 요구에 복종하지 않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앞으로는 홍콩에 몰려 상장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홍콩에서는 다국적 기업들이 철수하고 있고, 홍콩의 국제금융센터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이런 요인들은 중국 기업의 자금 조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하나는 중국 기업의 해외 선진국에 대한 투자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중국 경제는 세계 정상급 경제권에서 갈수록 소외되고 있어 중국 경제의 장기적 발전에 상당히 불리하다.

중국 소셜미디어(SNS) 거물 웨이보(微博)가 지난 8일 홍콩에서 상장했는데, 상장 첫날 7.18%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것은 미국 증시에서 상장 폐지한 뒤 홍콩 증시에 상장하려는 중국 기업에 던지는 암울한 메시지다.

미중 양쪽의 이중 압박에 일찍이 글로벌 시장에서 ‘호황을 누렸던’ 중국 테마주가 주가가 끊임없이 떨어지고 있다.

민간기업 발목잡고 대만기업 옥죄는 정치 환경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가 넘고 고용 창출이 80%를 넘는 민영경제는 당국의 강력한 규제로 타격을 받고 있는 데다 정치적 요인까지 겹쳐 전망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중국 당국은 지난 4월 알리바바그룹에 182억 위안(약 3조38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해 반독점 과징금의 신기록을 세웠다. 다른 민간기업들도 속속 거액의 벌금 통지서를 받았다.

중국 1,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징둥(京東)그룹이 발표한 3분기 재무보고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순이익은 285억24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줄어들었고, 2020년 3분기에 76억 위안 흑자를 냈던 징둥은 순손실이 28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급감했다.

중국 정치의 풍향은 흔히 당국이 ‘선도’하거나 묵인하는 여론에서 비롯된다. 중공 당국은 11월에 개최된 19기 6중전회에서 이른바 제3차 역사결의를 채택했다. 그 후 중국 ‘반미투사’로 불리는 좌파 평론가 쓰마난(司馬南)이 갑자기 국영기업 레노버가 당시 민영기업으로 구조 조정한 것을 문제 삼아 비판을 쏟아내자 레노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베이징 당국은 지난 8월 ‘공동부유(共同富裕·다 같이 잘 살기)’ 구호를 내걸고 ‘3차 분배’를 한다고 했다. 이어 마오쩌둥 좌파 논객 리광만(李光滿)이 1인미디어에 게시글을 올리고, 8월 29일 중공 관영 매체들이 이를 전재했다. 리광만은 그의 글에서 중공이 “심각한 변혁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앤트그룹, 디디추싱 등의 자본 집단이 “사회주의에 대립하는 면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이들을 청산하고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당국은 11월 18일 국가반독점국을 설치했다. 이는 물론 그 자체가 독점자인 중앙기업과 국유기업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중공 당국이 대규모 민영기업을 상대로 추가 규제를 단행하려는 것이다.

또한 대만 기업인들의 중국 대륙 내 기업 환경도 악화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대만 위안둥(遠東)그룹이 중국에 투자한 기업들에 4억7400만 위안(약 880억원)의 벌금을 추징했다. 베이징 당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거나 양안 관계를 파괴하는 사람들이 대륙에서 돈을 버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쉬쉬둥(徐旭東) 위안둥그룹 회장은 지난달 30일 SNS에 ‘대만 독립을 반대하고, 92공식과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현상 유지를 바란다고 했다.

지난 7일 양안 기업가 서밋이 장쑤성 난징에서 열렸다. 중국 공산당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 왕양(汪洋)은 이 회의에 보낸 축사에서 “대만 기업인들은 대만 독립 세력과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한다”고 했다.

쩡젠위안(曾建元) 대만 화인민주서원협회 회장은 에포크타임스에 “중국에 투자하는 것은 정치적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중국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법치가 결여돼 외국 기업은 투자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셰진허(謝金河) 대만 차이신미디어(財信傳媒) 회장은 11월 23일 페이스북에 “중공이 대만 기업인을 탄압함으로써 대만 기업의 대만 회귀를 가속화할 것이며, 대만도 대만 기업인들이 회귀함으로써 커질 것”이라고 했다.

대만 베테랑 시사논설위원 쉬웨이즈(許維智)는 지난 5일 에포크타임스에 “대만 기업이 집중된 광둥성의 많은 산업단지가 문을 닫았고, 대만 상인들이 거의 떠난 상태”라고 밝혔다.

쉬웨이즈는 대만 금융감독관리위원회 데이터를 인용해 10년간 대만 기업의 대중국 투자 추이를 비교했다. 데이터에 따르면 2011년에는 전체 대외 투자 180억 달러 중 79.5%에 가까운 143억8000만 달러를 중국에 투자했으나, 2020년에는 총 177억달러 중 33.3%인 59억600만 달러로 줄었다.

중국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가고 있다. 사진은 중국의 노인들 | Fred Dufour/AFP/Getty Images

중국 경제 흔드는 복병…고령화

베이징 당국이 지난 5월에 공개한 제7차 중국인구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18.70%인 26만402명으로 10년 전보다 5.44% 증가했다.

한편 ‘중국통계연감 2021’에 따르면 2020년 전국 출산율은 8.52%로 처음으로 10% 선 밑으로 떨어졌고, 같은 기간 인구 자연증가율은 1.45%에 그쳤다.

루정웨이(魯政委) 흥업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9월 발표한 기고문에서 ‘제7차 인구조소 데이터로 볼 때 중국의 고령화는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제 총량 관점에서 경제 성장을 본다면, 고령화는 노동력 공급을 줄이고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며, 투자를 위축시키고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에포크타임스 칼럼니스트 안토니오 그라세포(Antonio Graceffo)는 최근 기고문에서 “인구 고령화는 채무 위기와 부동산 거품, 성장 둔화에 시달리며 어려움에 빠진 중국 경제에 최후의 일격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일본·싱가포르·한국·홍콩·대만 등은 모두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에 직면해 있지만, 이들 국가는 근로자 교육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가치사슬 상위권으로 이동해 인구구조 변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은 소득 불평등이 심하고 1인당 GDP가 낮기 때문에 이 같은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고, 설사 변화를 이끌어낸다 해도 결과는 수십 년이 지나야 나타날 수 있어 수십 년을 기다릴 수 없는 중국은 경제 위기로 치닫고 있다.

지난 2일 칭화대 사회과학학원 리다오쿠이(李稻葵) 교수는 한 포럼에서 중국 경제의 큰 문제 중 하나로 내수 부족을 꼽았다. 그는 중국 경제는 앞으로 몇 년이 개혁개방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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