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유적지에 불법 매립된 잡석 발견…문화재청에 신고”

이윤정 기자
2021년 5월 5일
업데이트: 2021년 5월 5일

춘천 중도 개발 사업으로 인한, 세계 최대 선사유적지 파괴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춘천중도선사유적지보존본부(이하 중도본부)는 지난해 4월 중도유적지 레고랜드 수로 공사 현장에서 불법으로 매립된 잡석들을 발견해 문화재청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춘천 중도 유적지 보존을 위해 4년째 시민운동을 벌이고 있는 김종문 중도본부 상임대표는 “중도는 자연 상태에서 이런 잡석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중도 유적지에 공사를 위해 땅을 파헤친 곳에서 잡석이 불법적으로 매립된 것을 발견했다.(2020년 4월 6일 촬영) | 중도본부 제공

중도는 북한강과 소양강이 만나 형성된 충적지다. 중도의 토양은 가는 실트(silt·모래보다 작고 점토보다 큰 토양입자)등의 세립물질과 모래 사력 등으로 최대 9m에 이른다.

김 대표는 “문제의 잡석들은 ㈜강원중도개발공사가 중도유적지 곳곳에서 수로 공사를 포함한 기반시설공사를 하면서 2015년에서 2018년까지 매립한 잡석이 드러난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금까지 문화재청은 중도유적지에 잡석을 매립하도록 허가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춘천 의암호의 섬 중도에서는 현재 ‘하중도관광지 개발조성사업’에 따라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14년 착공한 레고랜드 테마파크는 지난 2월 초 춘천 시청에서 공식 승인을 받아 내년 초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49층 고급호텔 기반시설 공사도 한창이다.

김 대표는 중도 유적지에 불법으로 매립된 잡석을 발견하게 된 경위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중도본부는 지난해 3월 25일 춘천 중도유적지 북쪽 ‘H구역 및 순환도로부지구역’에서 레고랜드 사업자들이 기반시설공사를 위해 너비 3m 깊이 5m 길이 700m가량의 땅을 파헤친 것을 발견했다.

춘천레고랜드 사업자들은 중도유적지 북쪽지역에 깊이 1.5m 너비 3m가량의 길다란 구덩이를 만들었다. 해당지역은 ‘H구역 및 순환도로부지구역’으로 고밀도로 유적이 분포한다.(2020년 3월 25일 촬영) | 중도본부 제공
2020년 3월 25일 유적지 훼손이 발각된 하중도 북쪽에 수로들이 분포한 지점은 레고랜드 개발을 위한 G1구역 발굴조사 약식보고서상에 ‘H구역 및 순환도로부지구역’에 포함된다. | 중도본부 제공

당시 중도본부는 수로의 위치와 유구 분포도상에 유구가 중첩됨을 비교·분석해 문화재청에 신고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강원도 레고랜드지원과가 ‘유적지 훼손이 없다’고 답변했다”며 현지 점검도 실시하지 않고 공사를 지속하도록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중도를 계속 감시·순찰하던 중 기반시설 공사를 위해 땅을 파헤친 곳에서 불법적으로 매립된 대량의 잡석들을 발견해 현장 사진과 영상을 찍어 문화재청에 신고했다.

그는 “당시 공사 현장은 출입이 제한돼 도로에 가까운 서쪽 지역에서만 잡석이 확인됐지만 현지 점검을 하면 더욱 광범위하게 잡석이 분포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후 문화재청으로부터 “사업자에게 암석이 매립된 경위를 제출하라고 했다”는 공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신고 후 1년이 넘도록 문제 해결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불법 잡석 매립 현장을 촬영해 신고한 뒤 얼마 되지 않아 대형 교통사고를 당해 7개월가량 중환자실에서 생사고비를 넘나들었다”고 개인적 사정을 털어놨다.

강원중도개발공사 관계자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해당 잡석과 관련해 “복토 지침에 의해서 복토를 한다. 많은 흙 중에서 돌이 1~2개 섞일 수 있다”고 답변했다.

에포크타임스는 중도 유적지 내 잡석 매립과 관련해 문화재청에 논평을 요청했다.

문화재청은 “시민단체로부터 H구역 및 순환도로 부지 내 잡석 매립 신고를 사진과 함께 제출받았다”며 “현지 조사를 실시한바, 복토층 상층 중심으로 전석 및 암편이 혼입된 것이 발견되어 암편 제거 후 재복토 실시 조치와 고발 조치하여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답변했다.

중도본부에 따르면 잡석 매립과 관련한 신고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2017년 10월 25일에도 중도 유적지에 잡석 매립이 발견돼 문화재청에 신고했지만, 문화재청은 현장 점검을 비공개로 시행하고 지금까지 아무런 사법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청은 2017년 당시 레고랜드 사업자가 복토 지침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공사를 한 차례 중단시켰다. 하지만 신고된 잡석은 마사토 덩어리이고 마사토는 유구 보존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그해 11월에 공사를 재개시켰다.

김 대표는 공사재개 이후 대량의 잡석이 불법적으로 매립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반시설공사를 하더라도 유적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며 “잡석 매립이 발각됐으면 기반시설공사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중도는 북쪽 일부를 제외한 전역에 유물·유적이 밀집 분포하는 매우 특수한 지역이다.

중도유적은 1970년대 후반부터 알려졌으며 이미 1980년부터 1984년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5차례 발굴조사가 이뤄져 보고서가 발간됐다. 2009~2011년 4대강 사업에 따른 대대적인 발굴조사에서도 대규모 유구가 발굴되기도 했다.

이후 2013~2017년까지 실시된 레고랜드 사업을 위한 정밀 발굴 결과 6천 명 정도가 살았던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선사시대 도시가 발굴됐다.

독일 마부르크대학 룻츠 피들러 고고학교수도 중도의 유적에 대해 “영국의 스톤헨지, 페루의 마추픽추와 동급의 유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잡석이 많이 매립된 곳을 찾아 하루빨리 잡석을 제거하는 게 시급하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유적과 잡석이 하나로 뒤섞이게 된다”고 우려했다.

중도본부는 향후 문화재청에 유적지 불법 훼손과 관련해 책임자들의 형사처벌을 촉구하고 춘천 시청 등 관할 지자체와 춘천 시민들에게 이 사실을 계속 알려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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