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호주 대학·연구소 간섭…공자학원이 주 매개체”

김정희
2022년 03월 29일 오후 8:34 업데이트: 2022년 03월 30일 오전 11:58

호주 의회가 호주 대학을 가장 많이 간섭하는 외국 세력으로 중국 공산당 정권을 지목했다.

호주 의회 정보·안보공동위원회(PJCIS)는 지난 25일, ‘호주 고등교육 및 연구 부문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안보 위협에 관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히고 호주 고등교육기관의 학문 자유 등을 보호하기 위한 27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캠퍼스 안팎에서 일어난 외국 간섭 활동에 대한 처벌 방안도 포함됐다.

PJCIS 위원장 제임스 패터슨 상원의원(자유당)은 호주 매체 ‘오스트레일리안’에 보낸 기고문에서 “호주 대학의 높은 수준과 개방성 때문에 외국 정보기관의 매력적인 표적이 됐다”며 “호주인들이 낸 세금으로 지원한 중요한 연구들이 외국 독재정권과 군대에 전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패터슨 위원장은 또한 “호주 학자와 학생들이 지속적인 협박, 교란, 추적에 시달리고 있다”며 “지금까지 호주 대학을 가장 많이 간섭한 나라는 중국”이라고 국가명을 직접 언급했다.

PJCIS는 이번 보고서를 위해 지난 1년 이상 호주 대학과 대학원, 연구소 등에 가해지는 압력과 위협을 조사했으며, 중국 공산당이 ‘중국어 교육기관’으로 각국에 야심 차게 설립하고 있는 공자학원이 그 주요 통로임을 밝혀냈다.

공자학원은 각국 국민의 중국어 학습을 돕고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 중국과 각국 간의 교육‧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설립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중국 공산당 정부 자금으로 운영되며, 전 세계를 상대로 문화 침략을 수행하는 전진 기지이자 중국 공산당의 대외선전 도구로 알려져 있다.

전 호주 중국 외교관 천융린은 “공자학원은 중국 공산당의 소프트 파워 대리인이며 중국 공산당의 글로벌 선전의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PJCIS는 공자학원이 호주를 간섭하는 활동을 한 증거를 확보했으며 미국의 인권 감시 단체 휴먼라이츠와치(HRW)가 제공한 사례도 참고했다. 일례로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중국 유학생과 직원들은 압력에 의해 스스로 검열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

패터슨 위원장은 호주에 설립된 공자학원 13곳에 대해 “사람들은 점점 그들(공자학원)이 중국 공산당 감시와 검열의 수단이라고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대학 캠퍼스에 설치됐던 공자학원 3분의 1이 폐쇄됐고 유럽 각국도 공자학원을 폐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자학원이 체계적으로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독재정권을 섬기고 있는데 이는 대학의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PJCIS는 호주 외무장관과 각 대학에 학문의 자유와 대학 주권 보호 차원에서 즉각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또한 필요할 경우 외무장관이 ‘대외관계법’에 의해 각 대학이 체결한 공자학원 계약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0년 제정된 대외관계법은 연방정부 외무장관에게 호주의 대외정책과 부합하지 않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국과의 협약을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는 주정부와 지방의회, 국(주)립대학이 체결한 협약도 포함된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 이 법을 발동해 빅토리아주가 중국과 체결한 일대일로 협약을 파기한 바 있다.

PJCIS는 또,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코맥)와 호주 모나쉬대학(Monash University)이 체결한 1000만 호주달러(약 91억원) 규모의 계약이 국익에 부합하는지도 조사할 것을 외교부에 요구했다.

중국 ‘항공굴기’의 핵심 기업인 코맥은 중국 공산당이 각국에서 벌이고 있는 산업 스파이 활동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20년부터 코맥을 제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