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중국 헝다그룹 파산위기와 시진핑 ‘공동부유’의 정치경제학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2021년 10월 7일
업데이트: 2021년 10월 8일

중국 광둥성에 본사를 둔 부동산개발회사 헝다그룹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져있다. 사태 진전에 따라서는 그룹 해체도 점쳐지고 있다.

헝다그룹은 전국 280개가 넘는 도시에서 약 1300개의 개발사업을 하는 중국 2위의 부동산 개발업체이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으며, 매출신장세는 2020년까지 이어졌다(그림-1).

1997년 설립된 헝다그룹은 다른 부동산업체와 달리 돈이 몰리는 대도시가 아닌 지방 소도시에 주목했다. 대출로 땅을 사들여 규모가 작은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박리다매’ 방식을 선택했다.

이윤이 적더라도 공급량을 늘리면서 시장점유율(market share)을 높였고 이윤을 키웠다. ‘차별화 전략’이 먹혀 사세를 키울 수 있었다. 작년에 헝다그룹은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122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그림-1] 헝다그룹의 매출액 및 시장점유율 추이 | 자료 출처 : 나이스신용평가
건설에서 스포츠·전기차로 문어발 확장

성장 가도를 달리던 헝다그룹의 위기는 ‘문어발식 확장’에서 시작됐다. 그룹의 몸집이 커지자 부동산 분야 이외에 사업다각화 전략을 폈다. 그 일환으로 전기차업체 ‘헝다자동차’를 설립했다. 신규 사업에 진출하면서 필요재원을 회사채와 은행 대출 등의 부채로 조달했다.

헝다그룹의 부채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1조9700억 위안(약 355조원)이다. 반면 헝다그룹의 자기자본은 4110억 위안(약 74조원)에 지나지 않는다. 부채비율은 무려 480%이디. IMF 외환위기 당시 우리 정부가 부채 구조조정을 위해 ‘사실상 강제한’ 부채비율이 200%임을 감안할 때, 헝다그룹의 부채비율은 임계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된다.

과다부채 상황에서 당국의 대출규제는 헝다그룹에 비수가 되었다. 헝다그룹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그림-2). 지난달 15일 홍콩 증시에서 헝다그룹의 주가는 2.81 홍콩달러로, 지난해 전(前)고점과 비교하면 83.25% 하락한 것이다.

헝다그룹 주가 | 자료 출처 : 하이투자증권/중앙일보

헝다그룹의 주식은 급기야 홍콩 증시에서 거래가 ‘잠정’ 중단됐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 헝다그룹과 헝다의 부동산 관리사업 부문인 헝다물업(物業) 주식의 거래가 잠정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홍콩 거래소가 관련 주식의 거래를 정지한 이유는 지난달 23일과 29일 지급 예정됐던 ‘달러 채권 이자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한 것’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헝다그룹 유동성 위기의 배경: 시진핑의 공동부유

시진핑은 내년 10월에 열리는 중국공산당 대회에서 3연임을 꿈꾸고 있다. 그의 최근의 모든 정치적 행태 및 행보는 3연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헝다 사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1978년 등소평은 정권을 잡자마자, 중국의 운명을 가른 ‘화두’를 던졌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으로 체제 논쟁을 잠재웠다.

실용노선은 사회주의자들이 쓰는 반성문이다. 즉 좌파가 자신의 사상적 과오를 덮는 방편인 것이다. 흑묘백묘론에 이어 내놓은 것이 ‘선부론’(先富論)’이다. 아랫목이 따뜻해지면 윗목도 자연스럽게 따뜻해진다는 것이다.

선부론은 부자가 돼야 나누어 줄 것이 생기기 때문에 분배보다는 성장이 우선이라는 논리다. 동남연해를 먼저 개발하면 자연스럽게 내륙 지방도 발전한다는 이론이다. 등소평이 중국을 절대빈곤에서 건져 냈다.

시진핑이 ‘선부론’에 맞서 내세운 것이 ‘공동부유론(共同富裕論)’이다. 시진핑은 ‘중국 = 신흥부국’의 자신감에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론’을 설파했다. 사회주의 이념대로 ‘모든 인민이 잘살아야 한다’는 일종의 정치선언인 것이다. 공동부유론은 실현되면 최상이겠지만 자칫하면 ‘공동빈곤’에 빠질 수 있다.

중국의 집값은 비싸기로 유명하다. 2021년 한국의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18.3배이다. 하지만 중국의 PIR은 48배로 알려졌다. 집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현재 중국의 빈집은 3000만 채라는 통계도 있다.

그러나 집값이 계속 상승해왔기 때문에 임대를 주지 않더라도 큰 손해가 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신규 주택 공급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를 느꼈다. 중국 정부는 ‘공동부유’를 내세우며 ‘부동산 경기 안정화’ 정책을 선택했다.

중국 당국은 부동산 개발업체의 자금조달을 제한하는 ‘3대 마지노선’ 방침(규제)을 발표했다. 규제의 화살은 ‘본보기로’ 헝다그룹을 향했다. 국유은행이 앞 다퉈 부동산 관련 대출을 회수하면서 헝다그룹의 자금난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돈줄이 마르면서 채권 이자 지급조차 장담하기 힘들 정도로 유동성이 경색됐다. 지난 9월에는 달러표시 채권의 이자지급을 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중국 정책당국이 규제의 고삐를 조일 수는 있다. 하지만 ‘기업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고 또 기업이 지킬 수 없는 수준’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정책이라 할 수 없다.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시장의 상황’을 보고 정책을 펴지만 사회주의 통제 경제 하에서 기업은 ‘정책이라는 프로테스크 침대’에 맞춰져야 한다. ‘3대 마지노선 방침’에서 가장 강한 규제는 ‘단기부채 대비 현금성 자산 비율이 100%를 초과해야’ 신규 대출을 허용하는 조항이다.

단기대출은 사업을 영위하면서 그때그때 급전을 끌어 쓰는 단기 금융이다. 상식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의 현금성 자산이 단기부채보다 클 수는 없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빚을 내지 않고 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으로 필요 지출을 하면 된다.

따라서 3대 마지노선 방침은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의 숨통을 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책리스크, 정책당국은 ‘무오류’라는 확신

중국은 정치적으로 1당 독재이다. 공산당의 판단과 결정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국가가 시장 위에 군림한다. 정부가 지휘하는 대로 시장은 따라와야 한다. 중국의 가장 큰 정책 리스크는 정책 당국은 ‘무오류’라는 확신이다. 서방 자본주의 세계에서와 같은 ‘시장과 정책’ 간의 피드백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중국은 미래의 경쟁우위 산업을 IT 산업이 아닌 전통 제조업으로 보고, 전통산업과 자영업자 보호를 위해 ‘빅테크(Big tech)산업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빅테크 산업에 반(反)독점법을 적용해 벌금을 부과하고, 청소년의 게임 시간을 요일별로 직접 통제하기도 한다.

IT기업 창업자가 일정기간 증발하기도 하고 돌연 자발적 기부를 약속하기도 한다. 체제를 불문하고 투자자가 ’투자의 과실‘을 가질 수 없으면 누구도 모험을 감내하면서 사업을 일구려 하지 않는다. ‘기업가정신’을 억압하는 중국의 경제 전망이 밝을 수는 없다.

한편 중국의 국내총생산에서 부동산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8%이다. 선진국에 비해 굉장히 높은 수치이다. 부동산에의 의존이 이처럼 높아진 것은 중국 당국이 ‘성(省) 간에 성장률 경쟁’을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세금을 걷어 필요 경비를 조달하는 것이 여의치 못한 상황에서 돌파구는 부동산 개발이다.

각 성(省)은 경쟁적으로 부동산 개발을 시행했고 개발이익으로 외국기업을 유치하는 데 필요한 보조금 지급 등을 조달했다. 부동산 개발과 그에 따른 부동산의 높은 비중은 중국 당국의 정책 선택의 결과이었다.

헝다그룹의 유동성 위기의 1차적 책임은 당연히 헝다그룹에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헝다그룹의 연착륙을 위해 인내를 갖고 기다려 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헝다그룹의 파산은 용인될 가능성이 크다. 헝다그룹의 부실을 중국 금융권이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이미 계산했을 수도 있다.

헝다그룹의 부채 규모는 중국은행 금융자산의 0.65%에 불과하고 대손충당금은 4%에 달하는 만큼 감당 못할만한 수준의 부채 규모는 아니라는 판단이 섰을 것이다.

헝다그룹은 그룹을 해체하는 수준의 구조조정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중국 자산관리공사로 자산을 이전하고 국영 및 민간 건설사에 진행 중인 아파트 건설을 나눠서 인수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헝다그룹의 부도 처리는 그 ‘연쇄효과’로 인해 부동산 시장과 건설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가전체주의 시각에 따라 중국 정부가 정한 정책 방향대로 시장을 밀어붙인다면 중국 경제의 활력은 크게 저하될 것이다.

최근 중국의 경기 둔화 속도는 위험 수위에 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치적 야심을 위해 시장을 통제한다면 중국경제의 미래는 닫혀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헝다그룹 파산 위기,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연결되지는 않을 듯

헝다그룹의 파산이 실제 이뤄진다 해도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터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미국 발(發)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문제의 층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발(發)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것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주택담보부 대출)이다.

신용도가 떨어지는 차주(借主)에게 모기지를 허용한 것이 화근이 됐다. 은행은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모기지를 비싼 가격(고금리)에 팔 수 있고, 차주는 주택가격이 앞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면 모기지 불입이 여의치 못한 경우 집을 팔면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양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팔린 것이다.

미국은 금융시스템이 고도로 발달한 나라이다. 팔 수 있는 모든 자산은 증권화해 ‘유동화’시킨다. 신용도가 떨어지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는 우량 모기지와 섞어 ‘혼합금융상품’을 만들었고 여기에 신용보증기관의 신용보증을 얹어 일반 대중에게 유통시켰다.

혼합자산에 포함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제대로 불입되지 않아 신(新)채무불이행이 생긴 것이 미국발 금융위기인 것이다. 미국은 금융시장이 발달해 ‘혼합금융상품’이라는 ‘파생상품’(CDO)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전(全) 세계적으로 팔려나갔기 때문에 피해가 커진 것이다.

하지만 헝다사태는 누가 헝다의 부채를 인수해 유동화시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간접적인 피해는 없다. 헝다그룹에 대출을 해 준 은행과 헝다그룹 간의 문제인 것이다. 그만큼 문제의 구조가 단순하다고 볼 수 있다.

중국경제와 밀접한 관계에 높인 한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의 정책 리스크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중국의 리스크는 역설적으로 ‘무오류의 확신’이다. 중국 정치의 향방이 관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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