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복 문화공정’ 재점화…억지 주장의 배경은?

2021년 9월 23일
업데이트: 2021년 9월 23일

서경덕 “K-문화가 전 세계 주목받자, 中 위기감 느낀 것” 

중국의 이른바 ‘한복 동북공정’ 논란이 재가열되고 있다. 중국 누리꾼들이 SBS 사극 드라마 ‘홍천기’ 속 한복이 명나라 한푸(漢服)와 유사하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이 중국의 문화 공정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드라마 ‘홍천기’는 가상 국가가 배경인 판타지물이지만, 동명 원작 소설에 맞춰 조선시대 문화를 따랐다. 그러나 중국 누리꾼들은 주인공이 입은 한복을 두고 “중국 문화를 표절했다”며 드라마의 의상과 소품이 모두 중국 드라마 ‘유리미인살’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한복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중국 게임 ‘샤이닝니키’ 제작사는 한복을 ‘한국의 전통 의상’이라며 게임 의상으로 출시했다가 중국 누리꾼들의 항의 세례에 삭제했다. 

최근에는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 백과사전에서 ‘한복’을 ‘조선족 복식’으로 소개하고, ‘한복’은 ‘한푸’에서 기원했다는 잘못된 사실도 기록한 것이 밝혀졌다. 

중국 전자제품 기업 샤오미에서 한복을 ‘중국 문화’로 소개하는 등 한복을 중국화 시키려는 시도는 계속해서 이어져왔다. 

 

한복이 중국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대한민국 홍보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 누리꾼들의 주장을 두고 “한류가 정말로 두려운 모양”이라고 말했다. 

서경덕 교수는 “한국의 전통문화와 대중문화가 전 세계인들에게 주목받으면서 중국은 ‘위기감’을 느끼고, 여기서 드러난 잘못된 애국주의의 발로 현상”이라고 말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8월 3일 발간한 ‘2021 글로벌 한류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류로 인한 총수출액은 전년대비 8.8% 늘어난 101억7,500만달러였다. 이 중 한류에 따른 문화콘텐츠 상품 수출액은 65억5,400만달러로 지난해 대비 10.8% 증가했다. 

서 교수는 “OTT 서비스로 전 세계 시청자들이 우리 드라마와 영화를 보게 되면서, 예전에는 서양 사람들이 아시아 문화의 중심지를 중국으로 인식했다면 이제는 한국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맹목적 애국·애당주의자들인 ‘샤오펀훙’의 행동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윤상길 문화평론가는 23일 에포크타임스와 통화에서 중국의 ‘한복 빼앗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중국당국이 애국주의 교육을 강화함에 따라 나타난 청년들의 돌출행동”이라고 짚었다. 

‘샤오펀훙’은 자발적으로 중국공산당을 극렬하게 지지하는 네티즌들로, 2010년대 이후 온라인 공간에서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윤상길 문화평론가는 “다민족 국가인 중국은 ‘하나의 중국’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민족주의를 앞세우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과도한 국가주의에 물든 사람들이 앞장서서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일일이 과도한 대응을 하는 것은 소모적일 수 있지만, 중국의 억지주장 빈도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우려했다. 

 

한복이 한푸를 표절했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학계는 이미 여러 차례 한푸와 한복의 차이점을 밝혀왔다.

김소현 배화여대 패션산업학과 교수는 ‘조선 시대 복식에 나타나는 전통 양식과 중국 양식(2002)’ 논문에서 “의례복에 있어서는 관의(寬衣·품이 넉넉한 옷) 대수(大袖·소매가 넉넉한 옷)를 특징으로 하는 한족의 전통적인 복식 양식을 규범으로 삼았지만, 일상복에서는 서로 간 영향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한복고증연구소는 지난 5월 연구소 공식 블로그에 “문화는 서로 교류하며 섞이기 마련”이라며 “한국과 중국의 복식에 유사점이 있다고 해서 한쪽이 다른 쪽을 모방했다고 섣불리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고려양(원나라에서 유행된 고려의 풍습)이 유행했던 명나라 시절의 복식과 한복에 유사성이 발견되는 건 이상한 게 아니지만, 문제는 중국이 의도대로 한푸(汉服ㆍ중국 한족의 전통의상)를 밀자니 한복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복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 삼아야”

서경덕 교수는 “이럴수록 한국은 감정적 대응이 아닌, 중국의 동북공정을 ‘역이용’ 해야 한다”고 짚었다. 

서 교수는 “전 세계에 중국의 역사 및 문화 왜곡을 제대로 알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오히려 한복을 전 세계에 당당히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로 삼아야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억지 주장에 맞서 해외에 한복을 알리는 노력은 계속해서 이뤄져 왔다. 

지난 4월, 미국 뉴저지주 테너플라이에서는 한인 청소년들이 주도해 해외 최초로 ‘한복의 날’을 제정했다. 또 지난 6월에는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30초 길이의 광고 영상이 공개돼 한 달간 1천회 송출되기도 했다.  

서경덕 교수는 10월 21일 ‘한복의 날’을 맞아 한복의 역사에 대한 다국어 영상을 제작하여 전 세계에 널리 알릴 예정이다. 


/취재본부 이가섭 기자 khasub.lee@epochtimes.n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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