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푸단대 건립 반대” 헝가리 수천명 거리 시위

2021년 6월 7일
업데이트: 2021년 6월 7일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의 친중 정책이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지난 5일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는 중국 대학 설립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500명 이상 집합 금지에도 불구하고 수천 명이 부다페스트 영웅광장에 모여 “푸단대 반대”를 외치며 국회의사당까지 행진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반역’이라는 플래카드까지 들어 정권의 친중 노선에 성난 민심을 표출했다.

헝가리 자유주의 싱크탱크 리퍼블리컨 연구소가 지난 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푸단대 설립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66%였고 지지한다는 응답은 27%였다.

오르반 총리 내각은 지난 4월 푸단대와 협약을 맺고 오는 2024년까지 부다페스트 캠퍼스를 설립하고 학생 6000명을 모집하기로 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에 첫 중국 대학 캠퍼스가 들어선다.

정부는 푸단대가 국제적 명성을 지닌 대학이며, 부다페스트에 캠퍼스를 짓고 헝가리 학생들을 교육하면, 헝가리 고등교육의 질적 향상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오르반 빅토르 정부의 중국 푸단대 캠퍼스 설립 결정에 항의했다. 2021.6.5 | FERENC ISZA/AFP/연합

그러나 총건설비 2조원을 차관 형식으로 도입해 중국에 빚을 지는 데다 3천억원을 헝가리 정부가 지원해 빚잔치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푸단대의 투명성 부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익명을 거부한 시위 참가자 페트릭(22)씨는 로이터 통신에 “우리나라(헝가리)가 중국과 군주-신하 관계를 강화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나랏돈은 우리 대학을 개선하는 데 써야지, 중국 대학을 세우는 데 쓰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위 주최 측은 페이스북에 “집권당인 청년민주주의자연맹(피데스)이 중국의 독재를 헝가리에 들여오기 위해 헝가리 학생들의 기숙사와 미래를 팔아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초 해당 부지에는 대학생 기숙사를 세울 예정이었다.

푸단대 캠퍼스가 중국 공산당의 헝가리 침투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게르겔리 카라초니 부다페스트 시장은 “푸단대는 중국 공산당에 충성을 맹세한 기관”이라는 점을 들어 캠퍼스 설립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게르겔리 시장은 “정부가 중국 공산당의 이념을 대표하는 대학을 유치해 헝가리의 납세자들에게 거액의 손해를 끼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 거래에서 국가안보에 미칠 위험성을 봤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일 게르겔리 시장은 푸단대 건립 예정지 주변 도로 4곳의 명칭을 ‘프리 홍콩 거리’ ‘달라이 라마 거리’ 등으로 변경해, 정부의 푸단대 캠퍼스 강행에 맞대응하기도 했다. 거리 명칭은 모두 중국 공산당이 꺼리는 화제들이다.

푸단대는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S가 발표한 2021년 세계 대학 순위 50위 가운데 34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푸단대는 2019년 대학 헌장을 개정하면서 서문에 있던 ‘사상의 자유’, ‘진리 탐구’ 등의 문구를 삭제했고 ‘학술의 독립’을 뒤로 옮겨 논란이 됐다.

또한 ‘당’, ‘사회주의’, ‘새로운 시대’ 같은 단어를 대폭 늘리며 국제적인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게 특정 정당의 이념을 추종하는 모습을 보였다. 헌장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지도력을 유지하고 당의 교육정책을 전면적으로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오르반 빅토르 정부의 중국 푸단대 캠퍼스 설립 결정에 항의했다. 2021.6.5 | FERENC ISZA/AFP/연합

헝가리 국영통신 MTI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5일 벌어진 푸단대 건설 반대 시위에 대해 “불필요한 행동”이라고 논평했다.

중국 외교부는 “헝가리 정치인들이 중국과 헝가리의 협력을 방해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1949년 공산화돼 1990년대 초반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돌아선 헝가리 국민들은 다른 EU 회원국에 비해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침투에 민감하다.

그러나 우파 성향인 오르반 총리는 여느 EU 회원국과 달리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오르반 총리에 대해 “학문 연구와 언론의 자유, 사법권 독립을 억제하며 서방 동맹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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