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펠로시 대만행’ 오판…8개 보복 조치는 사태수습용”

강우찬
2022년 08월 8일 오전 6:43 업데이트: 2022년 08월 8일 오후 11:05

중국 전문가들 지적…“20차 당대회 앞둔 임시 조치”

중국 공산당(중공)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해 중대한 오판을 범했으며,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과 대만의 중국 문제 전문가들은 중공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전례 없는 수준의 경고를 가하며 위세를 보였지만, 막상 방문이 성사되자 당황하고 있다고 했다.

뉴욕에서 발행되는 반중공 매체 <베이징의 봄(北京之春)>의 후핑(胡平) 전 주필은 “중공은 사태 수습에 급급한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후 전 주필은 “노래를 부를 때 처음에 음을 너무 높여 잡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중공은 처음에 너무 세게 나갔다. 막상 펠로시가 대만을 방문하자, 중공은 난처해졌다. 특히 군사적으로 전혀 대응하지 못해 체면이 말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떠나고 이틀 후인 5일 “펠로시 의장이 중국(중공)의 강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고집스럽게 대만을 방문한 것과 관련, 보복 조치를 단행한다”며 8가지 보복 조치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전구(戰區) 사령관 전화 통화 중단, 국방부의 실무회담 취소, 해상 군사안보 협의체 회의 취소 등 미·중 양국 군사당국 간 대화 단절이 포함됐다.

아울러 미·중 간 불법 이민자 송환 협력, 형사사법 협력, 다국적 범죄 퇴치 협력, 마약 퇴치 협력, 기후변화 협상 등도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중공은 이와 별개로 펠로시 의장과 직계 가족도 제재하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재산 동결이나 중국 입국 금지 조치 등이 예상되지만, 펠로시 의장에게 실효성이 있겠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국의 독립언론인 우터(吳特)는 “중공은 펠로시가 퇴임 후 중국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회사에 취직할 때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내용을 장벽 안에서 선전하고 있다”며 내부 선전용 조치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펠로시 의장이 8월 중 대만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중공은 “모든 심각한 결과를 미국이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고, ‘인플루언서’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격추설까지 제기했다.

이에 중국 샤오펀훙(小粉紅·중공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청년층)들은 소셜미디어에 펠로시 의장을 겨냥해 “죽여라”라는 댓글을 남기며 광분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이 지난 2일 아무 일 없이 대만을 방문해 다음 날 떠나자 샤오펀훙들은 격분했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지켜보기만 한 중공 당국에 대해서도 실망과 분노를 쏟아냈다.

대만 건행과학기술대 기업관리학과의 옌젠파(顏建發) 교수는 “펠로시 의장은 중국에 갈 필요가 없다”며 중공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8가지 보복 조치를 가하고 펠로시 의장에 대해서 별도 보복 조치를 밝힌 것은 순전히 내부 선전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후 전 주필은 중공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에 대해서도 오판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공은 대만인들이 ‘일국양제’를 거부하고 있기에 평화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결국 무력으로 통일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중공의 군사력으로는 미국이라는 장애물에 막혀 무력 통일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공은 미국과 직접 대결하는 대신 군사력과 국력을 강화해 미국 스스로 대만 보호를 포기하게 하려 한다”며 “그렇게 되면 혼자 힘으로 방어할 수 없는 대만은 일국양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즉 중국이 초강대국이 되면 미국은 과거 구소련과 그랬던 것처럼 ‘중국과의 공존’을 받아들이고 세력권을 재편할 것인데, 그렇게 되면 자국에서 멀고 중국에서 가까운 대만을 핵심 이익에서 제외할 것이라는 게 중공의 계산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대만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지역을 핵심 이익으로 여기고 이 지역에서 중공의 영향력 팽창에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도 아시아 국가들과 미국의 굳건한 관계를 재확인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우터는 중공이 미 군사당국과 소통 채널을 차단한 조치와 관련해 “양측의 오판과 우발적 사고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며 “중공으로서도 결코 좋은 결정이 아니다. 미·중 간 정치적 디커플링을 가속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옌 교수 역시 미국과 소통 채널을 단절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중공이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중공이 지금 당장은 올가을 열리는 20차 당대회를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기에 미국에 강경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중공이 러시아와 손잡고 초강대국을 형성해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국면 전환을 노리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러시아의 국력이 약해지고 나토가 아시아·태평양 문제로 눈을 돌리게 되면 결국 중공의 고립은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이 기사는 뤄야, 청징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