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총영사관 반 시진핑 시위대 폭행 사건, 英中 외교갈등 비화

영국 의회 "폭행 연루 중국 외교관 추방하라"
최창근
2022년 10월 21일 오전 11:57 업데이트: 2022년 10월 21일 오후 2:59

주(駐)영국 맨체스터 중국총영사관 앞에서 시진핑 규탄 시위를 벌이던 홍콩인이 총영사관 경내로 끌려가 폭행당한 사건이 영국과 중국의 전면 외교 충돌로 비화될 조짐이다.

10월 19일, 공영방송 BBC 등 영국 매체들은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부 장관이 ‘영국에서 평화적 시위는 시민의 기본권이고 중국 정부도 이 점을 존중해야 한다. 사건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중국 측에 제대로 된 해명과 후속 조치를 요구한 상황이다’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더타임스’ 등은 “영국 정부로서는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이 앞으로 어떻게 나오느냐가 관건이다.”라고 해설했다.

사건은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가 개막한 10월 16일, 주맨체스터 중국총영사관 앞에서 30~40명 규모의 반중 시위가 열린 것에서 비롯됐다. 시위대는 ‘천멸중공(天滅中共·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멸할 것이다)’이라고 쓴 현수막과 왕관을 쓴 ‘시(習)황제’ 모습이 그려진 풍자화 등을 내걸고 중국 공산당을 규탄했다.

시위 중 중국총영사관에서 8명가량의 남성들이 나와 시위 중인 홍콩 출신 밥 찬을 총영사관 경내로 끌고 들어가 주먹과 발로 폭행했다. 국제법상 ‘중국 영토’로 규정된 중국총영사관 경내로 영국 경찰은 진입할 수 없지만 피해자의 안전을 우려하여 개입하여 구조했다.

시위대를 폭행한 이들 중 일부는 헬멧과 마스크 등을 써 얼굴을 감추고 있었다. 이 속에서 폭행 가담자 중 정시위안 총영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있다는 주장이 온라인상에서 확산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35세 피해자 홍콩인 밥 찬은 10월 19일, 영국 하원 의원들이 주선한 기자회견에서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영사관으로 끌려간 것이며 영사관에 들어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카이뉴스’  ‘더타임스’ 등 영국 언론 인터뷰에서는 “경찰이 구하지 않았다면 죽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밥 찬은 “영사관 직원들이 나와서 문 옆에 있는 시위대 한 명을 붙잡는 걸 보고 도와주러 갔다가 내가 표적이 됐다. 경찰이 영사관 영내에 못 들어가는 걸 알고 끌고 간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밥 찬은 “모든 일이 너무 빨리 벌어졌다. 총영사관 정문을 붙잡고 매달렸지만 걷어차고 때려서 오래 버티지 못했다. 결국 영사관 영내로 끌려갔고 여러 명이 때리고 걷어차는 것을 느꼈다. 다른 시위대가 구하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얼굴이 찢어지고 멍이 들었으며 머리카락이 크게 뽑혔다. 등과 머리 등도 아픈 상태이다.”라고 했다.

집권 보수당 소속 알리시아 키언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정시위안 중국 총영사가 직접 나서 시위대 폭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동영상에 나온 인물 중 베레모와 마스크를 쓴 사람이 정시위안 총영사이다.”라며 “이 인물이 시위대를 공격하고 시위에 쓰인 팻말을 망가뜨렸다.”고 지적했다.

알리시아 키언스 위원장은 “중국 공산당원이 영국 영토 내에서 시위대를 구타하고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외교관 면책 특권 때문에 중국 외교관들을 기소하진 못하더라도 1주 이내에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1야 야당 노동당 소속 아프잘 칸 의원은 “(민주주의 국가인) 영국 땅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영국 정부가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정부에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수사를 맡은 맨체스터 경찰 관계자는 “사건조사에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신중하고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는 중국 대리 대사를 초치(招致)해 폭행 사건과 관련해 깊은 우려를 전하고 총영사관 직원의 행동을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중국은 시위대가 영사관 안으로 진입하려고 시도해 정당한 대응을 한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폭행 가담자로 지목된 정시위안 총영사는 10월 19일,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시위대를 폭행하진 않았다.”고 일축했다.

정시위안 총영사는 경찰에 보낸 서한에서 “시위 대응에 실망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어느 순간 시위대가 영사관 영내로 몰려왔고 영사관 직원들은 승인받지 않은 진입과 이후 공격을 물리적으로 막아야 했다.”고 항변했다.

10월 19일,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맨체스터 중국총영사관 폭행 사건에 대해 “불법 분자가 총영사관 부지에 불법 진입해 안전을 위협했다.”면서 “영국 외무부에 외교적 항의를 의미하는 ‘엄정 교섭’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총영사관의 안녕이 침범돼서는 안 되며 유효한 조치를 통해 총영사관 직원들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재차 촉구했다.

스티븐 창 런던 동양아프리카학대학(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SOAS) 중국연구센터 소장은 “베이징에서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열리는 가운데 발생한 이번 사태는 중국 정부가 외교관과 여타 인사들에게 ‘반대 의견에 대해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을 요구하는 신호이다.”라고 해석했다.

지난해 4월 영국으로 망명한 홍콩 민주화 운동가 네이선 로는 “이번 사건은 홍콩 사회에 큰 물음표를 던진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시위를 할 경우 중국 영사관으로 끌려가 사라질 수 있는지 궁금해할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