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차(車)시장 역풍에 진출 업체 수난

FAN YU
2015년 4월 29일 업데이트: 2019년 10월 24일

15% 저렴 병행수입 급증, 해외 업체 수익 감소 전망
中 토종 업체 약진, 정부 텃세에 아우디 벌금 수백억

지난 22일 문을 연 상하이 모터쇼는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모습이었다. 굴지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참가해 신차와 주력 차종을 선보였다.

제너럴 모터스는 플래그십 세단인 캐딜락 CT6를 발표했고, 아우디는 고급 SUV Q7의 모습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면에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시장에서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시장 점유율 감소, 규제 강화, 중국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 병행 수입 증가 등 부정적인 요소는 수두룩하다.

중국의 지난해 1분기 자동차 판매량은 9.2% 성장했다. 올해 1분기에는 3.9% 증가에 그쳤다. 특히 제조업 침체로 상용차 판매량은 20% 감소했다. 승용차는 9% 증가했지만, 여기에는 21%나 판매량이 증가한 중국 국내 업체들의 선전 덕분이다. 해외 업체의 성장은 멈춘 상태다.

판매 목표 하향 조정

올해 대부분의 해외 자동차 업체는 중국 시장 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낮게 잡았다.

최근 중국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1.3%라고 발표했으며 이는 20년 만에 최저치다. 정부 통계와 별도로 진행한 통계치는 이보다 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롬바드 스트리트 리서치(Lombard Street Research)는 중국 1분기의 실제 GDP가 2.1% 감소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중국 경제의 장기 침체와 시진핑 주석의 지속적인 반부패 운동으로 자동차 판매량이 타격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주 BMW는 중국 시장의 2분기 제조 및 판매 목표를 낮췄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성장 전망치였던 17%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은 1분기 판매량이 2%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결국 0.6% 하락세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기록했다.

아우디는 중국에서 사랑받는 브랜드답게 1분기 7.1% 성장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21% 성장에 비하면 크게 주춤한 모양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도요타는 3월 발표에서 1분기 중국 판매량이 21% 감소했다고 밝혔다. 도요타의 1분기 세계 판매량은 0.1% 감소했다.

도요타는 여전히 2015년 중국 판매량을 110만 대로 예상하고 있는데, 전년도 판매량인 103만 대에서 6.8% 증가한 수치다.

병행 수입 본격화

중국에서 자동차 가격은 제조사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딜러사가 인센티브와 할인율을 감안해 결정한다. 이렇게 결정된 중국의 고급 수입차 가격은 미국이나 유럽 현지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렉서스 GS 세단의 경우 중국 내 판매가는 55만 위안(9500만 원)이지만 미국 가격은 5만 2000달러(5600만 원)에 불과하다. 최근 중국에서 병행수입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진출 해외 업체는 병행수입 차량에 대한 보증수리 문제를 거론하면서, 일부 부품의 경우 호환되지 않을 수 있고, 병행 수입 차량이 중국산 휘발유와 맞지 않을 수 있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병행 수입에 대해 긍정적인 상황이어서 수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이미 4월초, 중국인 딜러들이 상하이 자유무역지대에 등록할 경우 해외 자동차 제조사의 동의 없이도 직접 차량을 수입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병행 수입업자들은 보통 공식 딜러보다 15% 낮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 및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담당자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정부가 시장 질서를 개선하고 수입 차량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실행하는 반독점 규제의 일환으로써 이 시범 계획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반독점 캠페인은 중국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십 개의 자동차 제조사가 독점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이미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 적절하지 않은 명칭이다. 사실 중국 내 판매 가격은 시장의 주도 하에 구축되고 있는데, 품질과 신뢰성 및 역사를 이유로 국산 브랜드보다 해외 브랜드 차량에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이다. 또한 그 가격에 맞는 수요 역시 충분하다.

문제는 중국 제조업체들이 경쟁조차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재 병행 수입은 마진율이 높은 고급 차량에만 국한되어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전국에서 시행되고 나면 모든 해외 브랜드가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고된 싸움

중국 지도자들은 먼 발치에서 미국과 유럽 업체들의 디자인, 기술, 제작 역량에 오랫동안 감탄해왔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제조 기반을 다지기 위해 중국 내에서 차량 제조를 원하는 모든 해외 업체들이 자국 회사와 합작하도록 결정해, 이윤을 나누고 기술을 중국으로 가져올 수 있도록 했다.

1984년 현재의 크라이슬러가 된 자동차 제조사인 아메리칸모터스는 베이징 지프사와 함께 중국에서 차를 판매하기 위한 첫 공동 사업을 시작했다.

같은 해 폭스바겐은 상하이자동차그룹과 손잡고 상하이 폭스바겐이라는 이름으로 합작 투자를 시작했다. 지프와 폭스바겐은 처음으로 현지에서 해외 브랜드 차량을 제작하여 중국에서 판매하는 기업이 됐다.

수십 년 후 중국은 세계 자동차 회사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시장이 되었지만 강압적인 해외 업체와 중국 업체간의 파트너십은 중국 내 자동차 업체들에게 혁신적 요소가 부족한 상황을 만들었다.

중국은 BMW 그룹에게 가장 큰 시장이다. 2014년 전체 그룹 판매대수의 22%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다임러 AG의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우 중국은 미국에 이어 2번째로 큰 시장이다.

제너럴 모터스의 중국 내 판매량은 350만대로 지난 해 전체 판매량의 약 35%를 차지했다. 이들의 성공과 더불어 자국 업체들의 상대적인 실패를 목격한 베이징 당국은 해외 업체들의 입지를 낮추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려왔다. 그로 인해 정부 보조금과 기술 이전으로는 충분하지 않자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한다.

지난 9월 중국은 ‘반독점’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해외 업체들에게 벌금을 부과했다. 아우디는 4050만 달러(437억 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으며, 크라이슬러는 520만 달러(56억 원)였다. 업체들의 위반 항목은 딜러들에게 최저 판매가를 권고했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반독점 처벌이 중국 내 해외 IT업체에게도 부과되었는데 2월 거의 9억7500만 달러(1조5백억 원) 가까운 벌금이 부과된 퀄컴이 그 예이다.

2015년 중국의 미국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기업 경기 보고서에 의하면 해외 업체들 중 77%가 중국 정부가 해외 업체들을 불공평한 방식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이 된 대부분의 기업은 과학 기술, 약학, 항공 우주, 자동차 산업 등으로 모두가 중국 내에서 뚜렷한 경쟁사가 없는 해외 업체들이었다.

현지 경쟁

중국 업체들은 수 십년에 걸친 기술 이전과 우선권 특혜를 통해 마침내 현지 시장에서 이들의 분야를 개척한 듯 보인다.

3월 중국 내 SUV 판매량은 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차량 판매율이 단 3.3%밖에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에 비교해 볼 때 상당히 큰 수치다.

판매된 SUV의 대부분이 중국 국산 브랜드인 장성 자동차(Great Wall Motor), 장안(Changan), 지리(Geely) 제품이었다.

상하이의 컨설팅 회사인 오토모티브 포어사이트(Automotive Foresight)의 임원인 예일 장(Yale Zhang)은 4월 17일 로이터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업체들이 세단으로는 겨룰 수 없기 때문에 최근 몇 년간 더 많은 수의 SUV를 발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브랜드들은 점점 커지고 있는 중산층을 대상으로 가격 면에서 해외 브랜드를 압도하고 있다. 장성 자동차의 하발 H2 SUV는 2000만 원 이하의 가격에서 시작하는데, 이는 혼다의 CR-V 모델의 절반 정도다. 또한 이들은 중산층이 우선시 하는 요소인 편리성, 연비 효율, 낮은 가격 등에 맞춰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오토모티브 포어사이트는 중국의 국내 브랜드가 2014년에만 18개의 SUV 모델을 선보인데 비해, 해외 업체들은 11개의 모델 출시에 그쳤다고 밝혔다.

중국의 국산 브랜드들의 총 시장 점유율은 전년도 1분기의 39%보다 증가한 43%다.

최근 중국에서는 값싼 제품이 종종 고급 제품을 압도하고 있으며, 2015년이 중국에 진출한 해외 자동차 업체에게 고난의 해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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