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력난 심화에 제조업체들 주2~3일 가동…“피해 막심”

차이나뉴스팀
2021년 09월 26일 오후 5:11 업데이트: 2021년 09월 26일 오후 7:35

중국 제조업체들이 전력난을 겪고 있다. 중앙정부가 에너지 절약을 실적평가에 연계하면서 지방정부가 과도한 행정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담당하는 광둥성을 비롯해 안후이, 장쑤, 저장, 산둥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는 지난 19일을 전후로 전기 공급이 제한돼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속출했다.

저장성 샤오싱(昭興)시 제조업체 공장에는 지난 19~21일 중추절(추석) 연휴기간 휴업하라는 긴급통지가 시행 당일 새벽에 전달됐다. 전기 사용량이 많은 염색공장들은 이달 말까지 열흘 이상 아예 영업이 중지됐다.

현지 사업주들은 정전으로 적잖은 손실을 입었다고 했다. 특히 당국이 전기를 끊는 날 당일 수시간 전에 급작스럽게 통지해 손실이 더욱 컸다고 전했다.

샤오싱시 커차오(科橋)구의 한 염색공장 관계자는 에포크타임스에 “오전 3시에 스팀공급과 전기공급이 중단된다는 통지가 날아왔다. 그리고는 오전 6시 스팀공급이 끊겼고 8시쯤 전기가 나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염색공정에는 스팀공급이 필수인데, 갑자기 스팀이 끊기면 염색 중인 제품들의 착색이 불균등해지고 옷감에 이상이 생기는 등 피해가 발생한다며 “통지문에 161개 업체 명단이 올라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납기일을 지키지 못하게 될 것이 뻔하다. 거래처 클레임은 기본이고 발주 취소나 거래 중단 같은 후속 피해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공급 중단 몇 시간을 앞두고 당일 새벽에 통지하는데 어떻게 제대로 대비하나”라며 22일 동종업계 한 사업주가 관할관청에 찾아가 항의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관리들도 위에서 압력이 들어왔다고 했다. 상급기관에서 저장성이 거론돼 어쩔 수 없다는 식이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광둥성 포산(佛山)시 일부 지역에서는 주2일제가 실시 중이다.

포산시의 한 사업주 바이(白)모씨는 지난 23일 에포크타임스에 “한주에 이틀만 전기를 쓸 수 있다. 그것도 밤 11시 이후부터 7~8시간 동안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바이씨는 “처음에는 주5일제였는데 주3일, 주2일제로 점점 제한이 심해졌다. 전기가 한 주에 하루만 쓸 수 있는 곳도 있다. 이를 위반하면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왜 전기를 제한했는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답답하다. 그냥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며 업계에 온갖 풍문이 떠돌고 있다고 전했다.

중산(中山)시의 실리콘 생산공장 책임자인 랴오(廖)모씨는 “한두 달은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전기 공급 제한이 더 길어지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랴오씨는 “거래처 납기일 지연도 문제지만, 조업일이 줄면서 수익이 줄어 직원들 급여도 줄었다는 점이다. 한동안은 다들 그대로 어찌어찌 견디겠지만, 두 달이 넘어가면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참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지방정부, 중앙 제시한 ‘에너지 절약’ 달성에만 몰두

중국 여러 지역에서 전력 사용을 제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의 ’에너지 소비의 두 가지 통제(能耗双控)’ 정책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집중논의한 이 정책은 에너지 소비 강도가 심한 산업 분야에서 사용량을 낮추고, 중국 전체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도록 했다. 또한 지방정부의 실적평가를 에너지 절약 목표 달성과 연계하기로 했다.

이어 국가발전개혁위는 지난달 발행한 ‘2021년 상반기 지역별 에너지 소비 두 가지 통제 목표 달성 현황 보고서’에서 31개 성·시·자치구 중 19곳이 목표 달성에 실패했으며, 이중 9곳은 소비량이 오히려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후 중국에서는 경제회복과 에너지 통제가 양립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으나, 실적평가가 걸려 있는 지방정부 책임자들은 당장 지역 내 제조업체 공장들부터 옥죄는 상황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석탄대란’도 중국의 전력난을 가중시키는 또다른 요인으로 지목된다.

중국은 중국 공산당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원을 조사하라는 호주의 요구에 대한 보복 조치로 호주산 석탄, 육류, 와인 등을 수입 금지하거나 관세를 부과했으나, 자국 내 석탄 가격 상승이라는 역풍을 맞고 있다.

저장성의 난방공급업체인 ‘극동열전공사’는 지난 16일 회사 공지를 통해 “지난해 11월 이후 석탄 공급이 줄고 가격이 급등했다”며 “석탄 수급이 어려워진 가운데 정상적 난방 공급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공지에 따르면, 당시 이 회사가 확보하고 있던 석탄 재고량은 7일분으로 “회사 설립 이후 가장 낮은 재고량”이었으며 정상적인 가동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저장성의 또다른 난방공급업체 룽더(龍德)환경열전유한공사는 17일 “석탄 공급량이 부족해 가격이 치솟았으며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석탄 재고량이 낮은(2~4일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고객들에게 비상상황에 대비할 것을 권고했다.

두 회사는 에포크타임스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룽더 측 직원은 “어떤 언론과도 인터뷰하지 않는다”며 회사 운영은 전적으로 정부 정책에 부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포크타임스는 관할 부처에도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중국의 전체 전력 생산에서 석탄화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약 56.6%이다. 중국은 당초 지난해까지 이 비중을 55%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다.

중국 문제 전문가 왕샤는 “중국의 석탄과 전력 공급시장은 그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효율이 낮다. 중국 정부도 오래전부터 전력산업을 시장화해 해결하려 했으나, 진척을 거의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석탄 공급업체와 전력 생산업체를 통합하는 방향의 개선도 시도했으나 현실적인 문제들을 뛰어넘지 못했다. 호주에 대한 보복 조치로 촉발된 석탄 수급 불안과 그에 따른 전력난은 이제 업체들의 제 잇속 챙기기와 지방정부의 에너지 절약 강행이라는 요소까지 더해져 더욱 손대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