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중국 일대일로 정책에 뒷덜미 잡힌 개발도상국들

허영섭/ 언론인
2022년 01월 18일 오전 11:48 업데이트: 2022년 01월 18일 오전 11:50

아시아·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들을 지원함으로써 유럽까지 공존공영(共存共榮)의 경제 벨트를 이루겠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가 오히려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시행 초기에는 ‘차이나 머니(China Money)’ 지원으로 여러 나라에서 경제 인프라스트럭처 구축과 자원개발 사업에 진전을 보인 것이 사실이지만 시일이 흐를수록 당사국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원을 받았다가 빚더미에 올라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채무 함정(debt trap)’에 빠져버린 꼴이 돼버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리랑카의 경우다. 스리랑카 정부는 중국으로부터 차관을 공여받아 남부 해안 함반토타(Hambantota)에 대형 항구를 건설했지만 결국 채무가 늘어나면서 지난 2017년 항구 운영권을 중국에 넘기고 말았다. 그러고도 중국에 대한 채무가 아직 33억 8000만 달러나 남아 있다. 고타바야 라자팍사(Gotabaya Rajapaksa) 스리랑카 대통령이 최근 수도 콜롬보를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국무원 외교부장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채무 재조정을 요구하기에 이른 배경이다. 더욱이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스리랑카의 경제 위기가 가속화되는 중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적지 않다. 라오스는 중국까지 연결되는 철도공사 대출자금 상환을 위해 자국의 전력망을 중국 측에 헐값 처분했다. 이 철도가 최근 운행에 들어갔으나 수익성을 보장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아프리카 우간다도 엔테베공항 확장공사를 위해 중국수출입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으나 제때 갚지 못하자 중국이 공항 인수 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대출 계약이 문제였다. 이 계약에 주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얘기가 우간다 정부 내에서 공개적으로 제기될 정도라면 돈줄을 쥔 중국의 횡포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일대일로 사업 추진 구조가 당사국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중국에 유리하다는 것부터가 문제다. 거의 모든 프로젝트에서 설계·시공·감리 등 일련의 과정을 중국 측이 독점하는 것은 물론 노동력과 자재까지 중국에서 동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산유국인 수단에서 중국 기술자들이 중국산 파이프로 원유를 캐내는 시추작업 사례가 거론된다. 말레이시아의 일대일로 사업인 동부해안철도 공사도 중국 측이 시공을 맡고 있다. 앞서 언급한 우간다 엔테베공항 공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공사 추진 과정에서 당사국이 연관 분야의 경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중국 정부로서도 이러한 외부 시선에 대해 할 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훼방하려고 헐뜯는 것이라는 반박이 그것이다. 서방국가들이 현재 아시아·아프리카 각국에서 벌어지는 일대일로 사업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에 중국이 자금을 지원하게 된 것이라는 해명도 덧붙여진다. 앞서 거론된 스리랑카 경우에 있어서도 중국은 국제금융시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일본에 이어 스리랑카의 네 번째 채권자일 뿐인데도 중국에 대해서만 채무 올가미를 씌웠다고 손가락질하는 자체가 편향된 생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스리랑카는 물가 폭등, 외환 위기 등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수도 콜롬보에서 취사용 석유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주민. | AFP/연합

그러나 중국의 대출 자금이 선진국이나 일반 국제금융기관의 대출과 차이가 크다는 사실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고 만기가 짧은 탓에 대출받는 당사국들에는 그만큼 불리하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철도, 항만 등 국가 기간시설이 담보로 잡히기도 한다. 그동안 중국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썼다가 이런 식으로 곤경에 처한 나라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도 일방적인 계약관계가 드러난다.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공식 시작된 2013년 이전 중국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쓴 남미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목격된다는 점에서 중국이 경제 지원을 내세워 오히려 당사국의 경제를 침탈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일부 국가에서는 대규모 반중(反中) 가두시위가 벌어졌을 정도다.

아시아에서 유럽에 이르는 옛 실크로드를 하나의 벨트로 연결하겠다는 일대일로의 취지는 당연히 박수 받을 만하다. 그러나 중국이 명분만 그럴듯하게 내세워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 든다면 결국 관련국들의 경계심만 자극할 뿐이다.

중국이 추구하는 ‘중국몽(中國夢)’이 정당하게 평가받으려면 적어도 일대일로 자금 지원이 ‘고리대금업’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만큼은 피할 필요가 있다. 비단 미국과의 갈등이 아니라도 무리하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패권주의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반중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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