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 고위 관계자 “지방정부 부채 리스크, 수천 곳으로 연쇄반응 가능성”

남창희
2019년 12월 26일 업데이트: 2019년 12월 30일

중국 지방정부 부채 리스크가 핵분열처럼 연쇄반응을 일으켜 수천 곳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중국 중앙은행 고위 관계자에게서 나왔다.

중국 증권시보에 따르면 최근 마쥔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중국의 수많은 LGFV 중 몇 곳만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나타나도 연쇄반응(chain reaction)으로 이어진다. 정부와 관련된 디폴트는 중국 채권시장에 신용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LGFV는 지방정부의 부동산 담보를 근거로 은행 대출을 받아 지방정부에 자금을 제공하는 공공기관이다. 이미 빚이 많은 지방정부가 우회적으로 자금을 빌리는 창구로 활용된다. 지방정부의 무분별한 인프라 건설사업과 은행 측의 부실대출이 맞물려 부채 급증의 원인이 되고 있다.

마쥔 위원은 “많은 학자의 연구와 추산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의 숨은 빚은 알려진 빚의 몇 배에 이른다. 어떤 지방의 LGFV는 장기간 빚을 내서 빚을 갚아왔으며, 어떤 곳은 은행에 채권 만기연장을 요청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기가 침체하고 부동산 시장 전망이 계속 어두운 상황에서 LGFV가 자금 조달을 위해 부동산 담보에 의지할수록 디폴트 위험은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LGFV 디폴트, 채권시장에 충격…유동성 위기 가속화

지난 6일 중국 내몽골 자치구 후허하오터시 정부 산하 LGFV는 만기가 도래한 성투채 채권이자 10억 위안(1660억원)에 대한 디폴트를 선언했다. 해당 채권은 사모채권이지만 발행주체인 개발업체가 100% 지방정부 소유였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채권으로 취급됐다.

성투채는 도시(城·성) 인프라 건설산업에 투자하는 채권이다. 세수가 부족한 중소도시에서 LGFV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투자상품으로 활용됐다. 그동안 지방정부의 암묵적 지급보증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여겨져 왔으나, 이번 후허하오터 LGFV의 디폴트로 채권시장에 ‘성투채도 안전하지 않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 됐다.

성투채 디폴트는 이번 후허하오터 LGFV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8월 신장위구르자치구 지역에 설치된 준군사조직인 ‘신장생산건설병단(新疆生 建設兵團)’ 산하 LFGV가 디폴트에 빠졌다. 이틀 뒤 은행 측이 채권 상환만기를 연장하면서 해소됐지만, “채권시장은 이를 최초의 성투채 디폴트로 받아들였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달 23일에는 칭하이성에서 LGFV 채권상품이 만기 상황에 실패했다. 중국 경제정보 사이트인 경제관찰망(經濟觀察網)에 따르면, 이날 칭하이성 산하 LGFV인 ‘칭하이성 투자그룹유한공사’의 채권상품 ‘헝타이(恒泰) 18호’의 투자자 112명이 상하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월에 디폴트가 발생했다”며 “회사는 12월까지 상환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상환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올해 2월과 8월에 각각 한 차례씩 액면 금리 7.25%인 3억 달러(약 3490억원) 규모 미 달러화 채권에 대한 이자를 연체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LGFV 발행 채권 규모를 중국 역내 채권시장 8조 5천억 위안(1412조원), 역외 채권시장 698억 달러(약 81조 2891억원)로 추산했다.

지난 2016년 중국의 성투채는 총 2조3천억 위안(약 382조 214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LGFV 1096곳에서 성투채 2349개를 발행했는데, 이중 상당수가 3년 만기 채권으로 올해부터 만기가 도래하면서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올해 발행된 채권 규모다 2016년보다 더 크다는 점이다. 지난 11일 기준, 올해 누적 발행된 채권 금액은 3조 위안(498조원)으로 1202개 LGFV에서 3593개의 성투채 상품을 발행했다. 중국의 지방정부 LFGV가 갚아야 할 총 채무는 8조 위안(1328조)으로 이 중 9205개 채권에 대한 만기가 다가오고 있다.

LGFV는 1990년대에 중국 지방정부에서 자금 조달 목적으로 설립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2008년 중국 중앙정부가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따라 4조 위안의 막대한 경기부양책을 추진하면서 지방정부의 자금 차입을 권장했다. 이에 지방정부가 LGFV를 추가 자금차입 수단으로 빚으로 빚을 갚거나, 채무를 숨기는 용도로 활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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