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명 신장이식 전문의, 돈 세탁 공모 혐의로 미국서 체포

강우찬
2023년 08월 22일 오후 4:23 업데이트: 2023년 08월 22일 오후 4:23

중국 유명 병원의 신장이식 전문의가 미국에서 불법약물 유통과 관련된 돈세탁 공모 혐의로 체포됐다.

미국 보스턴 지역신문 ‘유니버설 허브’은 이달 초 중국 후베이성 우한셰허(協和)병원 비뇨외과 주임(과장) 왕전디(王振迪)가 미국에서 체포돼 돈세탁 혐의로 보스턴 연방법원에 정식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20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매사추세츠 서퍽 카운티 보안관실은 미국 마약단속국(DEA), 국토안보부수사국(HSI) 등과 공동으로 왕씨를 추적해 왔으며 지난 8월 2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중국 상하이행 항공기에 탑승하려던 왕씨를 붙잡았다.

보안관실은 왕씨가 2019년 자신의 명의로 개설한 은행 계좌를 통해 매세추세츠 지역을 비롯해 미국에 스테로이드와 그 원료 물질을 유통한 공모자 2명의 돈세탁을 도와준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왕씨와 2명의 공모자 사이에 수십 건 이상의 계좌이체 기록이 있다. 대부분의 돈은 정기적으로 왕씨의 미국 내 은행 계좌로 이체됐다. 이체는 매주 평균 1건씩 이뤄졌으며 2021년 이후 송금액만 총100만 달러(13억7천만원)가 넘었다.

왕씨는 이들이 자신의 계좌에 정기적으로 송금한 돈을 일정 기간 보관하다가 중국의 개인을 포함한 제3자에게 이체해 줬으며, 당국이 지난달 말 법원의 압류 영장을 발부받아 압류한 왕씨의 계좌에 남은 금액은 84만5천 달러(약 12억3천만원)였다.

이번 체포 작전은 작년 3월 당국이 매사추세츠에서 유통되는 불법 스테로이드와 원료 물질이 중국에서 넘어왔다는 사실을 적발하면서 시작됐다. 스테로이드는 중독성이 있어 쉽게 끊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있어 미국에서는 그 수입과 제조, 판매 및 유통에 관해 연방법과 주법으로 규제한다. 위반 시 최고 30년 징역형에 처한다.

왕씨가 미국 내 스테로이드 유통과 관련된 돈세탁에 연루된 경위는 확실치 않다. 그는 2019년 6월 미국 내 은행 계좌를 개설하면서 자신의 사진이 붙은 신분증으로 중국 여권을 제시했으며 자신의 신분을 우한셰허병원 의사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 병원 홈페이지에는 그가 체포된 현재에도 왕씨의 사진과 함께 비뇨외과 주임으로 신장이식과 요독증이 전문 분야라고 소개하고 있다.

특히 왕씨는 2019년 6월 미국 현지 은행 계좌 개설 당시, 나흘 전 입국했으며 개설 당일 중국 베이징으로 귀국했다. 미국 입국 목적 자체가 계좌 개설을 위한 것일 가능성이 짙어지는 부분이다.

왕씨와 돈세탁을 공모한 2명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공모자 두 명은 왕씨가 2019년 6월 계좌를 개설하고 한 달 뒤인 같은 해 7월 중순 중국에서 출발한 항공기를 타고 LA 국제공항에 도착했으며 은행 계좌를 개설하면서 미국 내 주소를 사용했다.

그러나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2명이 2019년 7월 은행 계좌 개설 후 곧 중국 샤먼으로 귀국했으며, 그중 1명은 이후 한 번도 미국에 입국하지 않아 사실상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이 미국 은행에 계좌를 개설한 것은 미국 현지의 스테로이드 구매자들로부터 돈을 송금받기 위해서였다.

보안관실은 이들과 거래한 미국 내 구매자 중에는 스테로이드 밀매로 마약단속국 조사를 받은 개인과 조사 중인 밀매조직, 다른 주에 거주하는 마약 관련 범죄 이력의 개인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보안관실은 또한 2명의 공모자가 중국의 한 기업과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이 회사는 다양한 스테로이드 원료를 홍보하고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왕씨에게는 돈세탁 공모 혐의만 적용됐으며 불법 약물 유통 등의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향후 당국의 수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불법 약물 유통에 직접 개입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불법 약물과 관련된 돈세탁 공모 혐의로 미국 당국에 체포됐다는 소식은 중국 소셜미디어와 포털 사이트를 통해 수십 건의 관련 글이 게재되며 중국에 널리 퍼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최근 의료계 반부패를 추진 중인 것에 빗대어 “미국이 또 중국을 도왔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중국이 놓친 범죄자를 미국 사법당국이 체포해 줬다는 자조 섞인 표현이다.

“유명 이식전문 의사의 몰락”이라는 평가도 있다. 우한셰허병원은 소속 의사인 왕씨를 신장이식 전문가로 홍보해 왔다. 이에 따르면 그는 2019년 7월 미숙아 신장 2개를 요독증을 앓던 40대 여성에게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한편, 중국 공산당의 강제 장기적출에 집중해 온 국제인권단체인 WOIPFG에 따르면, 왕씨는 다수의 무고한 사람들을 살인한 혐의를 받는 범죄 용의자다. 그는 중국 내 파룬궁 수련자를 상대로 강제 장기적출 범죄를 저지른 추적 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