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환율 딜레마…관세 상쇄 vs 외국 자본 유출

Zhou Huixin, China News Team
2019년 9월 25일 업데이트: 2019년 9월 25일

지난달 5일, 중국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위안 이상을 의미하는 ‘포치(破七)’에 진입한 이후에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7위안 벽을 돌파한 것은 글로벌 외환위기가 진행되던 2008년 5월 이후 처음이며, 미국은 곧바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미·중 간 무역전쟁으로 위안화 가치는 당분간 계속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중국 수출품의 가격이 낮아져 미국의 관세 충격을 상쇄할 수 있다. 하지만 위안화 약세가 지속하면 대규모 자본 유출과 주가 하락 등 금융 시장의 불안이 커질 수 있어 중국 경제에 적잖은 부담이 된다. 중국은 양날의 검을 쥐고 있는 셈이다.

미중 무역 전쟁이 최근 해빙 국면을 보이면서 양국 간 갈등이 다소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급등했던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다시 주춤했지만 계속 달러당 7.1위안 선에서 맴돌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사실상 환율 조작국이라는 점을 들어 ‘포치’가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부담을 줄이려는 중국 당국의 정책적 선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내려가면 중국산 수입품의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런 이유로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용인해 관세에 대한 피해를 상쇄하려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해 3월 무역 전쟁이 시작되기 전 6.3위안이던 위안화 환율이 지난 3일 7.19위안으로 14%나 하락함으로써 미국의 관세 부과 충격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가 자국 통화 절하를 통해 수출 진작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화폐 가치 결정을 시장에 맡기며 간접적 영향만 미친다. 미국연방준비위원회(Fed)는 이자율을 높이거나 낮춤으로써 달러화의 상승 혹은 하락을 유도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중국은 담당 관리가 매일 위안화 기준 환율과 상승 폭 하락 폭을 정하고, 거래소에 일정 범위 내에서만 거래하게 한다. 자세한 운영 과정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NYT 기사는 중국이 과거 위안화 환율을 높임으로써 경제발전을 가속했으며, 이를 포함한 여러 전략으로 제조업을 육성해 수천만 명을 고용했다고 분석했다.

위안화, 얼마나 떨어질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트위터에, 미국이 10월 1일에 중국 상품 2500억 달러의 기존 관세 세율을 25%에서 30%로 올릴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위안화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UCLA 앤더슨 경영대학의 이코노미스트 위웨이슝(兪偉雄)은 위안화가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메릴린치도 연말께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3위안까지 내릴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만약 중국 당국이 계속 위안화 절하로 미국의 관세 증가에 따른 수출 충격을 상쇄하려고 한다면, 위안화가 적어도 7.9까지 하락해야 25%의 추가 관세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지난 6월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5로 떨어지면 미국이 관세를 50%까지 올릴 수도 있다는 글을 실은 바 있다. 반면 세계 최대 농업은행인 네덜란드 라보뱅크는 중국이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을 8.5로 낮춰 관세 손실을 메울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중국으로서는 위안화 가치를 마냥 떨어뜨릴 수만은 없다. 위안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위안화에 대한 투자가 점점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헐값이 된 위안화를 팔아치우는 투자자들이 많아질 수 있다.

‘1달러=7위안’은 그동안 중국 정부의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져 왔다. 이 선이 무너지면 위안화 가격 급락과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2015년 초 1달러당 6.2위안이었던 위안화 가치가 2016년 6.9 위안 선까지 급락하며 외국 자본이 대거 이탈하는 자본 유출 현상을 겪은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16년 8월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한 달 동안 1070억 달러의 외화보유액을 소진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인상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위안화 절하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위안화 약세가 계속될 경우 대규모 자본이탈을 불러올 수 있어 내심 고심하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이외에도 중국 내 경제에 많은 문제를 초래한다.

중국 부동산에 대한 충격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달러화로 표시된 채권을 주로 발행하는 중국 부동산 기업들이 특히 위안화 절하로 부채 비중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Country Garden), 룽후 부동산(龍湖地產), 화룬(華潤)그룹 등, 주요 부동산 업체의 외화 차입은 전체 채무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위안화가 평가절하되면, 이 회사들은 더 많은 위안화로 달러 대출을 상환해야 하므로 그들의 이익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재미 시사평론가 톈위안(田園)은 “부동산 시장은 중국 공산당이 어떻게 해서든 무너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은 매우 민감한 시장이다. 하지만 위안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중국 부동산 시장을 흔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 제조업에 대한 충격

중국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수출입은 모두 하락세다. 올 1~6월 중국의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0.1% 증가했고, 수입은 4.3% 감소했다. 그 중, 중국의 대미 수출은 8.1% 감소했고, 수입은 29.9% 감소했다.

위웨이슝은 미중 무역전쟁은 이미 수출 가격의 문제일 뿐 아니라, 중국 전체 산업 사슬의 큰 변화라며 “많은 제조업이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에 위안화를 8로 낮춰도 소용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절하가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로 이어져 중국 경제, 특히 금융 시장에 대한 자신감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많은 외국인 투자, 증권 부동산 투자는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앞으로 위안화 환율을 지키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4일, 올해 상반기 미국에 대한 투자를 56억 2000만 달러(약 5조 2000억 원)로 승인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억 1300만 달러(약 1265억 원)보다 크게 늘렸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미국 기업들이 이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대만 행정원 궁밍신(明) 정무위원은 2019년 말 대만으로 환류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이 7000억 대만 달러(약 28조 원)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자금 유출은 실업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의 7월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실업률은 0.2%에서 5.3%로 늘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달 19일 고용안정 간담회를 열어 사안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주식시장에 대한 충격

전문가들은 중국 주식 시장의 이상 흐름을 지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증시도 위축되고 자금이 빠져나가지만, 중국은 거꾸로 주가가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라 당국의 조작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익명의 투자 전문가는 “경제, 금융, 주식 등에 가장 큰 리스크는 바로 정권의 붕괴”라며 “중국 공산당의 붕괴를 아무도 고려하지 않고 있는데 이것이 가장 큰 리스크이며 일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톈위안은 “중국의 주식 시장은 하나의 정책 시장”이라며, 중국 증시가 중국 경제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미·중 무역 분쟁이 환율을 둘러싼 ‘금융전’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위안화의 평가절하는 전 세계적인 연쇄 효과를 부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위안화의 평가 절하는 중국의 수출 경쟁력은 강해지지만 다른 국가의 대중국 수출은 타격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톈위안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유럽연합(EU)과 일본의 태도는 현재 불분명하지만, 위안화 환율이 7.3~7.5 구간을 밑돌면 이들 국가도 무역전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이 위안화를 더 떨어뜨려 어느 한도에 도달했을 때 유럽연합, 일본 그리고 다른 국가들도 미국과 손잡고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을 타격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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