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서 ‘사스 전담 병원’으로 향하는 구급차 수십대 포착

한동훈
2020년 1월 25일 업데이트: 2020년 1월 25일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 일으키는 ‘우한 폐렴’으로 최소 40명이 사망하고 확진자가 1천여명으로 급증하는 가운데, 베이징에서 범상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됐다.

지난 23일 웨이보 등 중국 SNS에는 구급차 수십대가 베이징 샤오탕산(小湯山) 병원으로 줄지어 달리는 영상이 다수 게제됐다. 이런 영상을 하나로 편집한 영상이 중국에서 접속차단된 유튜브에 ‘우한 병원이 환자들로 꽉찬 것 같다’는 제목으로 업로드됐다.

샤오탕산 병원은 지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병 당시 사스환자를 격리수용하기 위해 세워졌다. 베이징 북서쪽 교외의 창핑구 샤오탕산에 위치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일명 ‘사스 전담 병원’으로 불린다.

‘우한 폐렴’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는 중국에서, 샤오탕산 병원으로 꼬리를 물고 달려가는 구급차의 행렬은 네티즌들에게 ’사태가 뭔가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영상에서는 “2020년 저녁 7시경 구급차들이 샤오탕산으로 환자를 수송하고 있다”며 시간과 장소를 설명하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또다른 영상은 샤오탕산 병원 입구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촬영자는 놀랍다는 듯 “몇 대인지 세어보라”고 했고 여자 아이 목소리가 “20대”라고 답했다. 구급차 수십 대가 베이징 시내 도로를 줄지어 달려가는 영상도 있었다.

한 트위터 이용자 역시 비슷한 영상과 함께 “위챗 채팅방 친구가 답신을 보내왔는데, 샤오탕산병원의 일반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병상을 미리 비워두는 장면”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친구네 병원에서도 샤오탕산 환자들을 수용했다”고 전했다.

‘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우한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담 병원들은 이미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다. 23일 우한시 보건당국인 위생건강위원회에서 한시적인 도시 봉쇄조치를 내린 가운데, 시내 의료기관에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하루 수백명씩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자 기사에서 우한 시내에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담 병원인 시에허 병원의 22일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발열과 기침 등 폐렴 증상을 보이는 환자 100여명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가운데, 병원 복도에서 기침하거나 가래침을 뱉은 이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SCMP에 따르면, 시에허 병원은 진료실 3곳을 배정해 전신 방호복을 입은 의사와 간호사가 비상 체재로 근무하고 있지만, 밀려드는 환자 중 일부만을 진료할 수 있는 상태다. 다른 병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우한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아야 입원이라 격리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확진 판정을 받지 못하면 증세가 심각한 의심환자가 그대로 귀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화권 라디오채널 희망지성은 현지 의료관계자 육성 녹음파일을 입수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담 병원에서 치료 받지 못해 돌아가는 환자가 전담 병원에서 하루 수백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그 사이 감염자가 급증하는 사태를 막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또한 이 관계자는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보건당국)에서 도시를 지난 12일에는 봉쇄했어야 했다”면서 “정치적인 이유로 봉쇄를 미루면서 그 사이 하루 수만명씩 우한시를 빠져나갔다. (봉쇄령이 23일날 내려졌으니) 단순히 계산해도 이미 수십 만명이 도시를 빠져나간 셈”이라고 주장했다.

우한시가 23일 도시 봉쇄령을 내린 것은 설 연휴 ‘민족의 대이동’에 따른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관계자 말이 사실일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당국의 통제를 벗어났다는 이야기가 된다.

우한시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담 병원. 의료진이 전신방호복을 입고 진료하고 있지만, 포화상태로 다수의 의심환자들이 발길을 돌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 중국 온라인 영상공유 화면캡처

 

앞서 우한시 정부는 베이징 샤오탕산 병원을 참고해 우한에 폐렴 전담 병원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24일 중국 온라인 매체 제몐에 따르면 이 병원은 조립식 건물로 7일 이내 완공되며 우한시 외곽 호수 주변에 세워지며 병상 1000개가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한시 정부의 대책은 또다른 의문을 야기하고 있다. 7일 이내 병상 1000개가 늘어나는 데도, 영상 속에서는 베이징 샤오탕산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차들의 행렬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한 영상 댓글에서는 “감염 환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숫자보다 훨씬 많다는 방증”이라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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