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굴기에 ‘날벼락’된 미국의 SMIC 제재 검토

천쓰민(陳思敏)
2020년 9월 9일
업데이트: 2020년 9월 18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파운드리)인 SMIC를 거래 제한명단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SMIC는 즉각 성명을 발표해 “큰 충격이고 이해할 수 없다. 미국의 정부 기관들과 대화를 통해 오해를 해명하고 싶다”고 했다. 같은 중국 기술기업인 ZTE(중싱·中興)가 2018년 미국의 칩 공급중단으로 몰락 직전까지 갔던 상황과 유사하다.

중국 국무원이 지난달 4일 발표한 ‘반도체·SW 산업 발전정책’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까지 SMIC의 반도체 자급률을 7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MIC가 미국의 거래 제한명단에 포함되면 중국의 반도체 자립 전략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시장조사업체 IC 인사이츠는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을 15.7%로 보도했다. 지난 2015년(15.1%)보다 약간 오른 수준이다.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걸음이 더디기만 하다. 오는 2024년에도 20.7%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반도체 자급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 그렇더라도 지난해 자급률은 30%다. 2025년까지 목표치인 70%를 달성하려면 6년 내에 2배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국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미국 정부의 제재가 현실화하면 중국의 칩 자급률 견인은 고사하고 반도체 산업이 크게 퇴보할 상황이다.

SMIC는 중국에서 14나노미터(㎚) 공정 양산이 가능한 유일한 업체다. SMIC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영업수익은 1.3%에 불과하다. 이는 SMIC가 14나노 양산에 이제 막 돌입했다는 의미다.

지난달 중국 난징에서 열린 2020년 세계반도체대회에서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더리 대만 TSMC는 내년에 3나노 생산 공정을 시작해 2022년 대규모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라며 2나노, 1나노 공정 개발과 생산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SMIC는 14나노 공정에 머물러 있고 영업수익 96%는 28나노 이하 기술에서 나온다. 미국의 거래 제한 명단에 포함되면 SMIC는 앞으로 7나노 이하의 미세 공정 개발을 중단해야 하는 실정이다. 기술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7나노급 공정은 EUV(극자외선) 노광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노광은 반도체 웨이퍼에 극자외선을 쏘아서 회로를 그리는 방식이다. 이 장비는 현재 세계 유일의 EUV 노광장비 업체인 네덜란드 ASML이 독점하고 있으며 ASML의 기술은 미국에 의존한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최근 네덜란드를 방문해 EUV 노광 장비 수입 문제를 거론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네덜란드 총리와 외무장관은 홍콩 국가안전법과 중국 내 인권 사항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을 뿐이다.

일부 중국 매체는 중국이 ASML의 EUV 노광 장비를 수입할 수 있는지가 중국 반도체 발전을 좌우할 핵심요소라고 강조했다. 다른 대안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SMIC와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미국을 벗어날 수 없다.

SMIC는 중국 최대, 세계 5위 규모의 파운드리 업체지만, 선진 공정에 진입하려면 이 분야에서 절대적으로 기술적 우위에 있는 미국의 기술이 필요하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SMIC 제재 검토 발표 전까지, 중국 관영매체와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를 우습게 여겨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는 지난 5월 30일 “미국의 제재는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SMIC 창업자인 장루징(張汝京)이 8월 4일 한 포럼에서 “미국의 제재는 강력하지 않다”고 했다.

한 달 반에 급반전된 상황에 중국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외국 기업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며 비판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SMIC가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에 연결된 대학 연구원들과 기술공유를 했다는 보고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SMIC 제재가 실행되면 화웨이 등 일부 중국업체만 반도체 칩 공급이 중단되는 게 아니라 중국 산업계 전반에 주요 칩 공급 중단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반도체 자급의 꿈도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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