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농촌 ‘라라랜드’로 그린 유튜버 스타 ‘리즈치’…진짜 시골마을은?

한동훈
2020년 1월 18일 업데이트: 2020년 1월 18일

따스하고 정감 어린 풍경의 동양 시골 마을. 아름다운 외모의 소녀가 직접 작물을 수확해 요리를 만든다. 콩을 찧어 메주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손수 간장을 담그기도 하고, 흙 가마를 만들어 빵을 구워 먹는다. 중국 전통복장을 입은 리즈치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여유롭고 우아한 수작업을 선보인다.

주된 콘텐츠는 요리지만, 물고기를 잡거나 천연염색으로 옷을 지어 입기도 하고, 장미꽃, 벌집을 모아 천연화장품을 제조하기도 한다. 숲에서 대나무를 직접 베어 못이나 접착제를 전혀 쓰지 않는 전통기술로 대나무 가구를 만드는 영상도 있다. 이쯤 되면 그냥 ‘일반인’ 맞나 놀랍기만 하다. 중국 ‘일반인’ 유튜브 스타 리즈치(李子柒)의 이야기다.

산골 소녀의 순수한 생활상을 담은 영상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유명세를 얻으면서 중국 공산당이 제작을 후원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에는 그녀의 이름을 딴 쇼핑몰도 있다. 영상에서는 ‘집 앞에서 구한 것’처럼 표현된 물품이 쇼핑몰에서 그녀의 이름을 달고 팔린다. 이에 ‘작위성 끝판왕’이라는 국내 네티즌 평가도 있다.

라즈치 유튜브 화면 캡처

리즈치의 웨이보 계정은 중국 내 2천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2017년 8월 시작된 리즈치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현재 832만명이다. 동영상에 달린 댓글 등으로 볼 때, 구독자 대부분은 중국인이 아닌 외국인들로 여겨진다.

유튜브 팬들은 리즈치의 영상에서 그려지는 ‘편안하고 목가적인 풍경을 간직한 중국’에 끌린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에 있는 재료를 그대로 활용해 이것저것 만드는 그녀의 기술에 감탄한다.

지난 12월 중국 관영매체들은 리즈치의 동영상에 관심을 보이며 ‘리즈치가 중국 문화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렸다’며 칭찬하는 기사를 집중적으로 내보냈다.

중국 CCTV는 “리즈치는 전설이다. 그녀는 과장 없이도 국제적으로 문화적 영향력을 달성했다”며 “영상에서, 그녀는 중국을 찬양하는 구절 하나 없이, 중국 문화를 공유하고 중국의 스토리를 들려주는 일을 훌륭하게 해냈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신화통신 역시 비슷한 보도를 내놨다. 공산주의 청년단(공청단) 공식 웨이보, 중기위, 국가감찰위원회 등 정부기관에서도 칭찬 논평을 발표했다. 공청단 산하 중국농촌청년리더협회는 리즈치를 홍보대사로 초청하고, 중국 신문주간에서는 그녀를 ‘2019년 올해의 영향력 있는 인물’이 선정했다. 리즈치의 고향인 쓰촨성 청두시에서는 리츠치를 문화분야 홍보대사로 임명했다.

당국이 너무 요란하게 칭찬을 하자 오히려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왜 이러나 싶다”는 반응이 나온다. 중국 당국이 정권 이미지 홍보를 위해 리즈치를 이용한다는 지적이다.

설 연휴를 맞아 귀성하는 중국 도시 노동자들 | AFP PHOTO/Mark RALSTON via Getty Images

한 네티즌은 SNS에서 “리즈치 1명이 중앙선전부 10곳에 맞먹는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리즈치의 문화수출은 공자학원 몇 곳에 버금갈 정도”라고도 꼬집었다. “한 사람의 영향력으로 ‘중국 위협’으로 불리는 위기가 해소됐다”고 한 네티즌도 있었다. 리즈치의 유튜브 영상이 대국으로 부상하려는 중국 대한 경계심을 누그러뜨렸다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리즈치의 영상에서 서정적으로 그려진 중국의 목가적인 농촌 풍경이 유튜브 시청자들, 특히 외국인들을 현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다. 중국에서는 농촌 빈곤 문제가 심각하다.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0년까지 “농촌 빈곤을 구제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리즈치는 1990년 쓰촨 몐양(綿陽)에서 태어나, 이혼한 부모님 대신 할아버지 할머니 밑에서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중병을 앓고 있는 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시골로 돌아와 생활하며, 생계를 위해 타오바오에 쇼핑몰을 개설했다. 즉, 그녀의 영상 제작은 쇼핑몰을 홍보하기 위한 생계 수단이었다.

리즈치와 같은 몐양에서 태어난 중국인 쓰췐(史)씨는 몐양시 농촌 지역이 매우 우울한 상황이라고 했다. 쓰췐씨는 중국어판 에포크타임스에 “몐양 시골 마을은 모두 엉망이다. 농촌에는 노인들만 산다. 마을에는 생기가 없다”고 전했다.

리즈치는 쓰촨즈치문화전파유한공사(四川子柒文化傳播有限公司)에 법정 대표 겸 주주로 등록돼 있다. | 기업정보 검색 사이트 즈후(天眼查) 화면 캡처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지펑(季風)씨 역시 “리즈치의 영상은 중국 농촌의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했다. 지방에 친척들이 많아 여행을 자주 다닌다는 지펑씨는 “중국 북부에서 남부까지 농촌의 현실은 하나 같이 고되다. 특히 산시성과 중국 북서부 지역은 자연환경 파괴가 심각하다. 사람이 살기 어려울 정도”라고 중국어판 에포크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지펑씨는 “중국 공산정권은 중국의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해 국제적인 비난을 사고 있다. 리즈치의 동영상은 중국 농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또 농민들이 얼마든지 자기 사업을 할 기회를 누리는지를 보여주려는 정권의 홍보에 이용될 수 있다”고 했다.

덧붙여 “리즈치의 영상에는 토지몰수, 강제철거 같은 농촌의 흔한 일상이 드러나지 않는다”며 “사회적 갈등과 고통은 중국 농촌 전체에 걸친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시사평론가 장제(章啓)는 “리즈치는 아름다운 생활을 꿈꾸는 개인적인 소망”과 “영리 목적으로 영상을 제작한 것”이라면서 그녀를 비판하려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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