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미국 기업들, “제로코로나와 미·중관계” 가장 우려

정향선 인턴기자
2022년 09월 2일 오전 6:34 업데이트: 2022년 09월 2일 오전 6:34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올해 심각하게 우려하는 10가지 문제 중 1·2위로 ‘제로 코로나 정책’과 악화된 미·중 관계를 꼽았다. 

미·중기업협의회(USCBC)는 지난 29일(현지시간) 발표한 <중국 사업환경 조사>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USCBC는 중국에서 20년 넘게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 117개 대형 미국 회사들로 구성된 단체다(보고서). 

“엄격한 방역 때문에 중국 시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

USCBC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직면한 심각한 3가지 문제 중 2가지가 중국 당국의 엄격한 방역정책과 관련이 있다. 

중국 당국의 봉쇄 조치 때문에 기업들은 또다시 영업을 중단하거나 소비 심리 위축으로 영업 실적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모두 미국 기업들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기업 운영 중단이 올해 미국 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됐다. 2018년 무역전쟁 이래 줄곧 1위를 차지했던, 악화된 ‘미·중 관계’는 4년 만에 2위로 내려갔다. 

방역으로 인한 ‘여행 제한’이 3위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 2년 동안 미국 기업 고위 관리자들은 중국을 방문해 회사를 시찰하거나 클라이언트를 만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시장 환경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는 더 깊어졌다. 

기업들은 또 점점 커지는 중국의 정치적 리스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답했다. USCBC는 이는 기업들이 중국 당국의 정책 변화에 대한 우려를 보여준다며 국가 정책은 상업환경·정치목적·경제실용주의 3자의 평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회사 직원들이 방역 때문에 받는 심적 압박과 미국 본사의 중국 시장에 대한 신뢰 약화 등도 엄격한 방역 정책이 미친 주요 영향으로 밝혀졌다. 

미국 기업 과반수가 제로코로나 때문에 중국 투자를 미루거나 취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 96%가 코로나19 방역정책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기업들 중 48%가 심각한 악영향을 받았다고 답했고, 53%가 “방역정책이 기업의 향후 업무 및 발전 계획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또한 53%가 코로나19 방역 정책 때문에 중국 시장 투자 계획을 포기하거나 미루거나 취소했고, 17%는 방역 정책이 5000만 달러(673억5000만원) 이상의 투자 계획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USCBC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기업 중 86%는 베이징이 실시한 방역 정책의 악영향을 원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응답했으나 44%는 “중국 당국의 방역 정책이 바뀌더라도 중국 시장에 대한 신뢰는 몇 년이 더 걸려야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악화된 미·중관계도 계속 기업들에 영향을 미친다

설문에 참여한 미국 기업들은 악화된 미·중 관계를 올해 두 번째 문제로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기업 87%가 중국과 미국의 긴장한 관계가 회사 업무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이런 추세는 여러 미국 행정부에 걸쳐 이어왔지만 87%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USCBC는 “미중 간의 긴장 관계는 장시간 유지될 것이며 원상으로 되돌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응답 기업 중 3분의 2는 중국의 민족주의 정서가 소비자의 소비 결정에 영향을 미칠까 봐 우려했고, 절반 정도는 정치적 문제에 대해 의견을 발표하는 데 압력을 느꼈다. 이들 기업들은 중국 당국과 중국 매체들로부터 이런 압박을 가장 많이 받고 있지만 미국 정부와 미국 매체들도 일조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응답 기업 가운데 3분의 1이 “지난 몇 년보다 더 큰 압력을 느낀다”고 답했다.  

미국 기업 낙관적 전망, 역대 최저치 기록

향후 5년간의 중국 내 사업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낙관적인 전망은 올해 들어 급격히 사그라들었다. 사업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의 비율은 2013년의 88%에서 올해 51%로 떨어진 반면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의 비율은 5%에서 21%로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정학적인 요소,  중국 당국의 정책과 규제 환경 등이 향후 전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런 요소들은 기업들이 공급망과 미래 투자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올 1년 동안 미국 기업 중 24%가 공급망을 중국에서 다른 곳으로 옮겼다. 2021년 조사에서는 14%였다. 

중국 진출 미국 회사들의 10대 과제

중국에 진출한 미국 회사들은 엄격한 방역 정책과 미중 관계 외에도 데이터·개인정보·사이버보안 규칙, 비용 증가, 미·중 간 기술 탈동조화(디커플링), 중국 기업과의 경쟁, 산업 정책, 지식권 보호 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엄격한 방역 정책은 중국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제로 코로나’는 이미 시진핑 중국 공산당 주석의 집권 키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 산하 ‘경제일보’는 지난 25일 칼럼을 통해 “경제 성장을 해치는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이지 정부의 억제 조치가 아니다”라며 시 주석의 정책을 변호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