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곡창지대’ 쓰촨성, 주민들에게 “식량 비축하라” 문자 메시지

한동훈
2020년 10월 2일
업데이트: 2020년 10월 2일

쓰촨성 정부가 최근 지역 식료품 업체와 식당, 일반 가정에 ‘식량을 저장하라'(藏粮于民)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9일 쓰촨성 정부는 관영 모바일 매체인 쓰촨쇼우지바오(四川手机报)를 통해 “민간 차원의 식량 비축을 장려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쓰촨성 관영 모바일 매체인 ‘쓰촨쇼우지바오(四川手机报)가 주민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지역 식료품 업체와 식당, 일반 가정에 ‘식량을 저장하라'(藏粮于民)고 권고했다. | 에포크타임스에 제보

또한 해당 메시지에서 “식료품 업체와 식당, 일반 가정에 평상시 수요에 맞춰 일정량의 식량을 비축하라”며 최근 발의된 ‘쓰촨성 식량 안보 조례'(초안)에 관한 관영매체 기사를 링크했다.

기사에 따르면, 지난 27일 쓰촨성 전인대(의회 격) 상무위원회는 22차 회의를 열고 해당 조례안을 발의했다.

총 9장, 60개 조항으로 된 초안은 쓰촨성의 식량 생산, 비축, 유통 외에 품질 안전, 농축산업 발전안 등을 담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주민 식량 비축’ 조항이다.

이 조항에서는 “식량 안보를 위한 안전장치”라며 지역 주민과 기업들의 식량 저장을 독려했다.

이와 관련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식량 안보에 대해 조례안을 낸 것은 사상 최초라고 1일 보도했다.

주민들의 동요를 불러일으킨 것은 조례안 발의 후 쓰촨성 정부의 행동이다.

조례안 60개 조항 가운데 ‘식량 비축’만 콕 집어서 주민들에게 “참여를 장려한다”며 문자로 알린 것이다.

관영 매체 관련기사에는 올해 코로나19와 남부지역 홍수 등 어려움이 겹쳤지만 쓰촨성 농업 상황이 풍년이라는 쓰촨성 농업농촌 부장 발언도 실렸다.

풍년을 강조하면서 식량을 비축하라는 쓰촨성 정부의 메시지는 언뜻 모순적으로 읽힌다. 추후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신호로도 풀이된다.

하북지역의 한 유통업체 관계자 추이(崔)모씨는 “쓰촨성이 식량 안보 조례를 들고 나온 것은 식량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라고 RFA에 말했다.

그는 “그냥 놔뒀다가는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본 것”이라며 “다만, 앞으로 2년 안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쓰촨성 정부의 메시지 때문에 식량 사재기가 촉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량샤오징(楊昭政) 전 구이저우대 경제학교 교수는 “원래는 매년 생산되는 식량으로 지역 내 수요를 맞출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식량을 비축하기 시작하면 수요가 크게 늘어나 수급에 문제가 생기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쓰촨성 정부의 ‘과민한’ 대응에 대해 재미 중국평론가 원레이(文瑞)는 쓰촨성의 비극적 역사로 설명을 시도했다.

원레이는 “쓰촨성은 1936년에 최고조에 이르렀던 대기근에 대한 두려운 기억을 아직 잊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쓰촨성에서는 굶주림에 못 이겨 죽은 사람의 고기를 먹으며 견뎌야 했다.

그는 “관영 매체기사에서는 올해 겹 재난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것처럼 언급했지만, 실제로 전염병(코로나19)에 병충해, 홍수, 가뭄, 냉해 등 천재지변까지 더해져 전국 곳곳이 흉작이었다”고 했다.

이어 “지방 정부는 올해 재정이 크게 악화돼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식량을 충분히 비축하지 못할 것 같으니 민간에 식량을 비축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식량난이 닥쳤을 때 충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그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기도 쉽다”고 주장했다.

문자 메시지를 받은 주민들은 “쌀값이 오른 것은 사실”이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쓰촨성 한 주민은 “얼마 전 25kg에 95위안(1만6천원)이던 쌀값이 지금은 110위안(1만8천원)으로 올랐다”며 “풍년이면 쌀값이 오르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가 양곡 창고에 식량을 비축한다고 하지만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며 지난 8월 쓰촨성 양곡 창고 관리들이 보관량을 허위보고했다가 적발된 사실을 들었다.

한 중국 누리꾼은 “쓰촨성은 예부터 토지가 비옥하고 물이 많은 곡창지대인데 정부가 식량 비축을 장려하는 게 수상하다”며 “올해도 풍년이라면서 식량 비축 조례안을 추진하고 있어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8월 1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진핑 중국 주석이 “음식 낭비를 막자”면서 “중국의 식량생산은 매년 풍족하지만 식량안보 위기의식은 여전하다”며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다음 날인 12일에는 중국의 국가식량과물자비축국이 올해 8월초까지 밀 누적 수매량이 4285만 톤으로 전년동기 대비 938만 톤 줄었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밀 수매량은 밀 생산량을 나타내는 신뢰할 수 있는 지표로 여겨지고 있다. 수매량이 크게 준 것은 그만큼 생산량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또한 지난 7월 중국 세관 발표 자료 따르면, 올해 중국의 밀 수입량은 상반기에만 335만 톤으로 전년 한 해 분량에 육박했다. 이 추세라면 중국의 올해 밀 수입량은 전년대비 2배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올해 식량 생산에 문제가 생겼음을 나타내는 다양한 신호들이 포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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