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맞서 연대해야” 獨 EU 장관, 위기의식 속 27개 회원국 단합 촉구

한동훈
2020년 8월 6일
업데이트: 2020년 8월 6일

중국을 경계하려는 움직임이 서구진영을 넘어 유럽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공산정권(중공)이 유럽의 이익과 가치를 위협하고 정치, 안보, 경제 등 분야에서 유럽국가에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공의 위협적 행동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이 단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마이클 로스 독일 EU 담당 장관은 지난 2일(현지 시각) 독일 주간지 ‘슈피겔’에 기고한 글을 통해 “유럽의 어떤 개별 국가도 중국에 대항해 자국의 이익과 가치를 영구히 지킬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과 거래에서 유럽의 행동이 시급하다. 단합 부족은 우리의 아킬레스건”이라며 27개 EU 회원국의 단결을 강조했다.

로스 장관은 중공을 ‘체계적 경쟁자’로 규정하면서 중공의 공세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홍콩, 신장, 남중국해 등에서 중공의 행동을 언급하며 “(중공이) 규칙에 근거한 국제질서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럽 각국이) 인권, 안보, 기술 문제에서 중국과 대립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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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21일 홍콩 윈롱의 한 쇼핑몰에서 진압경찰(전경·오른쪽)이 시위대(가운데)를 체포하고 있다. 이날 시위대는 이틀 전 홍콩 폭력조직 삼합회로 추정되는 괴한들의 지방의원 기습에 항의했다. | Isaac Lawrence/AFP via Getty Images

로스 장관의 기고문에서는 중공의 유럽 내 영향력 확대와 공격적 행동에 대한 위기의식이 읽힌다.

EU는 특히 중공이 유럽 국가들의 분열을 이용해 틈새 영향력을 키우려는 ‘분열과 통치’ 전술에 대한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로스 장관은 “권위주의적인 일당 독재국가 지도부는 EU 회원국들의 틈새를 벌리고 EU를 약화하기 위한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중공이 EU 회원국들 간의 이견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영국의 국방안보 싱크탱크인 ‘합동군사연구소’(RUSI)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의 분열로 인해 중국에 맞선 일관된 전략과 대응이 어려워졌다.

이에 로스 장관은 독일이 EU 의장국으로 있는 동안 중공에 대응할만한 통일된 “팀 유럽 정책”을 유지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부여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1일 독일은 6개월 임기의 EU이사회 의장국을 맡게 됐다.

또 유럽차원의 교류를 강화하고, 중공이 의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양자화’ 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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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마이클 로스(Michael Roth) 국무장관이 2020년 6월 16일 베를린의 외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 Markus Schreiber /Pool/AFP via Getty Images

중공은 EU 회원국 간 고리가 약화된 것을 이용해 유럽 국가에 개별적으로 접근,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그리스·헝가리·포르투갈 등 중공의 영향력 아래 있는 일부 유럽 국가들이 EU의 대중 정책을 끊임없이 차단해 온 것도 그중 하나다.

로스 장관은 “불행하게도 중국과 거래하고자 하는 유혹이 유럽의 가치기반에 도전하는 것을 보고 있다”며 “EU는 (중국과의 거래 관계보다) 세계를 지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EU는 공동외교안보정책에 대해 만장일치를 요구한다.

이에 독일은 소수 회원국이 중공의 영향을 받아 외교정책 수립을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가중 다수결’ 의사결정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중공은 유럽 내 경제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로스 장관은 중공이 중공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독일의 취약점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던 점을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발병 초기에 중공이 이미지 쇄신을 위해 많은 국가에 의료품을 공급하고, ‘전염병에 대한 책임이 있는 나라’가 아닌 ‘전염병에 맞서는 지도자’로 변모하려 했던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위기는 유럽의 일부 지역이 얼마나 중국에 의존적으로 변했는지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A traveller receives a voluntary coronavirus disease (COVID-19) test
2020년 7월 30일 독일 버겐시 인근 A8 고속도로의 코로나19 검역소에서 여행객이 자발적 검사에 응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3월 조셉 고위대표는 유럽인들을 향해 중공의 “‘관용의 정치’를 통한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라”고 경고했다.

로스 장관은 중공의 통신장비 대기업인 화웨이가 유럽의 5G 통신망에 개입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중공 등 제3국 제조업체의 신뢰성에 우려를 표하며 “여기에 우리 국민들의 안보가 걸려있다”고 했다.

현재 미국과 호주 정부는 보안 문제를 이유로 화웨이 퇴출 결정을 내렸고, 영국도 지난달 14일 화웨이 장비 구매를 금지하고 기존 장비도 유예기간을 두고 철거하기로 했다.

로스 장관은 화웨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국내 공급업체에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면서 “EU는 무역정책과 단일시장을 유럽의 가치와 이익을 방어하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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