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수업 확대에 내몽골 자치구 학생·학부모 수만명 등교거부 시위 “문화 말살”

류지윤
2020년 9월 3일
업데이트: 2020년 9월 3일

네이멍구(내몽골자치구) 교육청이 몽골어 수업 학교에서 중국어 수업을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이에 반발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네이멍구 수도인 후어하오터에서는 지난달 21일부터 학생과 학부모 수만 명이 수업을 거부한 채 거리로 나와 당국의 ‘문화대학살’을 비판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 교문 밖에서 몽골어 노래를 부르거나 “우리의 언어는 몽골어”라는 구호를 외치며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다른 도시에서도 네이멍구 교육청의 정책에 반발하는 학부모들이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거나 수업 중인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네이멍구 교육청은 지난 7월 올해 가을학기(9월~다음 해 1월)부터 ‘이중 언어 교육’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몽골어로 수업을 받는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한 언어과목은 일반적인 중국어 교재를 사용하도록 하고 정치 역사 과목 수업을 시작으로 중국어 수업을 늘려나간다는 내용이다.

지난 7월부터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 여론이 고조되다가 9월 1일 가을학기가 시작되자 그동안 쌓였던 새 교육정책 보이콧으로 터져나온 것이다.


등교·수업 거부로 텅 빈 학교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남몽골 인권정보센터(SMHRIC)는 지난달 30일 관련 자료를 발표해 “네이멍구 주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이번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당국과 학교 측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와 학생들이 대거 등교 거부에 나서면서 학교가 텅 비는 유례 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후허하오터의 한 초등학교는 전교생이 2천여 명이지만, 50여명만이 등교하고 있다.

네이멍구 사범대 부속 중학교는 전교생이 모두 등교 거부에 동참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남몽골 인권정보센터가 공개한 영상에서 한 주민은 “아이들이 수업에 가지 않는 것이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법이자 이성적 대응”이라고 말했다.

교육청 측은 몽골어 수업 학교에서 진행되는 다른 몽골어 수업과 교재에 대해서는 건드리지 않는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주민들은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학부모는 “네이멍구 전역에서 반대 서명운동이 이뤄지고 있다”며 “지역 내 몽골족 80%가 이번 교육 개혁안 반대 운동에 참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교육청이 강행 방침을 굽히지 않으면서 양측의 갈등은 과격 양상을 띠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퉁랴오시에서는 집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학교 측에 의해 교내에 억류된 학생들을 ‘구출’하기 위해 학교로 진입하려던 학부모 200여명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 30여명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학교 측이 물러나면서 학생들은 밤 10시경 풀려났다.

중국 온라인에는 괴소문도 돌았다. 대치 과정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경찰의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한 학생이 학교 건물 4층에서 투신해 숨졌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학부모들은 학생이 뛰어내리는 것을 본 적 없다고 말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새 정책 도입되면 몽골족 정체성 소멸할 것”

네이멍구에서는 이중언어교육 정책이 알려진 지난 7월부터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몽골어 소멸’ 우려가 제기돼 왔다.

네이멍구 대학 부총장이자 민족·사회학 대학원 원장인 치메드도르찌(木德道 吉) 교수는 중국 관영 CCTV에서 “민족 언어 교육에 대한 부적절한 개정은 국가 통합에 해롭다”는 표현으로 이중언어교육 정책을 완곡히 비판했으나, 이 영상은 곧 삭제됐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국이 앞으로 중국어 비중을 점점 확대해 아이들이 몽골어를 잊어버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다. 민족 정체성을 말살하기 위해 세뇌교육을 실시하리라는 지적도 나왔다.

남몽골 인권정보센터가 공개한 영상에서 한 네이멍구 주민은 “1학년 때부터 통합 교과서를 사용하면 모국어는 점점 사라질 것이고, 모국어가 사라지면 이 민족도 사라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네이멍구 몽골적 주민들의 이러한 반응은 근거 없는 우려가 아니다.

네이멍구 각 지방정부는 매주 몽골어 서적에 대한 조사를 벌이며 모든 몽골어 서적을 철거하고 있다. 몽골족 민족가요 가수들의 노래는 중국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사라지고 있다.

한 현지 주민은 “지금까지 반대 인사들이 수백 명이 체포되거나 가택 연금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교육 정책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던 많은 몽골인의 위챗(중국 메신저) 단체 채팅방이 갑자기 폐쇄됐지만, 다들 아이를 학교로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해외에서 망명 중인 몽골족 인권운동가 시하이밍(席海明)은 “몽골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이중언어교육 정책을 강행할 경우, 네이멍구의 민족주의 정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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