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교육 빙자해 학생들 공산주의 세뇌…공자학원 퇴출 시급”

울산대 교육학과 이제봉 교수
이윤정
2020년 10월 15일
업데이트: 2020년 10월 17일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캐나다 맥매스터 대학이 공자학원을 폐쇄했다.

이듬해 미국이 공자학원 폐쇄에 동참했다. 미 국무부는 올해 연말까지 미국 내 공자학원을 모두 폐쇄하겠다는 방침이다.

유럽 최초로 공자학원을 도입했던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교는 2015년 계약을 해지했다.

벨기에 정부는 지난해 중국인 공자학원 책임자의 입국을 금지하고 해당 시설을 폐쇄했다. 간첩 활동이 의심된다는 이유였다.

한국은? 한국은 지난 2004년 세계 최초로 공자학원이 문을 연 국가다. 아시아 최다 공자학원 보유국이기도 하다.

세계 제1호 공자학원인 서울공자아카데미(강남구 역삼동)를 필두로 △강원대 △계명대 △경희대 △국립제주대 △대진대 △동서대 △동아대 △세명대 △세한대 △순천향대 △안동대 △연세대 △우석대 △우송대 △인천대 △원광대 △제주 한라대 △충남대 △충북대 △한국외대 △한양대 △호남대 등 23개 공자학원이 있다.

또한 △화산중(전북 완주) △태성중고(경기 용인) △인천신현고(인천시 서구) △인천국제고(인천시 중구) △차이홍공자학당(서울시 관악구, (주)대교)에 총 5개 공자학당이 운영 중이다.

공자학원(孔子學院)과 공자학당(孔子課堂)은 교육 내용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다만 별도 시설을 갖췄는지에 따라 구분된다. 공자학당이 자체 시설을 갖추면 공자학원이 된다. 그 외 특별수업 형태의 공자교실이 존재한다.

언어·문화 보급을 내세운 공산주의 침투기관

중국은 공자학원에 대해 중국이 중국어를 교육·전파하고, 중국문화를 선전해 영향력을 확대할 목적으로 세운 학술기관이라고 설명한다.

공자학원 운영기관인 중국 국가한반(漢瓣)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162개 국가에 공자학원 541곳과 공자학당 1170개가 운영 중이다.

지난 8월까지 세계 63개 대학이 공자학원과의 관계를 끊어서 다소 줄어든 숫자다.

미국 정부는 중국 정보기관이 공자학원을 통해 간첩 활동을 벌이고, 중국계 유학생·연구자를 포섭·감시한다고 확신한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2018년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공자학원이 미국 내 중국 유학생은 물론, 중국 민주화운동 또는 인권 활동과 관련된 재미 중국인의 동향을 감시하는 거점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공자학원이 설치된 대학은 아니지만, 국내 한 대학교수도 비슷한 경험을 전했다.

이제봉 울산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 학과에 외국인 학생들이 많이 듣는 다문화 수업이 있는데, 중국인 유학생들이 ‘국내(중국)에 보고해야 하는 상황들이 많이 있다’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교육학 전공자로서 중국 정부가 거액을 투자해 국제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는 교육기관인 공자학원에 관심을 갖게 된 이 교수는 다양한 경로로 공자학원의 면모를 알게 되면서 큰 경각심을 갖게 됐다.

각국에서 공자학원 퇴출에 나서는 이유는 공자학원이 중국인 유학생, 연구자를 중심으로 한 스파이 활동 중심지 역할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교수가 교육자로서 발견한 공자학원의 더욱 심각한 폐해는 중국어 교육을 빙자한 공산주의 선전 및 세뇌 공작이다.

이제봉 울산대 교육학과 교수(정교모 공동대표) | 사진=이시형 기자/에포크타임스

그는 “공자학원은 교육 활동 중에 각종 경연대회가 있다. 중국어 시 낭송 대회를 여는데, 마오쩌둥이나 시진핑을 찬양하는 시를 암송하게 한다. 장기자랑대회에서는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게 한다”며 충격적인 실태를 전했다.

이 교수는 “나이가 어릴수록 이런 교육환경에 노출되면 더 위험하다”며 “초등학생들이 내용이 뭔지도 모르고 공산주의 혁명이나 마오쩌둥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고 시를 외우는데, 부모들은 ‘우리 애가 중국어를 잘한다’고 좋아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국에서 공자학원의 위험성을 알리는 시민단체에 따르면, 공자학원은 앞서 국내 23곳의 공자학원과 5곳의 공자학당 외에도 한국 초·중·고 및 단체에 총 132개의 공자교실(수업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교수는 “어렸을 때 세뇌되면 나중에 고치기 정말 힘들다. 공산주의자들은 그걸 잘 알고 각국 교육기관에 침투했다”며 “산업 스파이가 국가 핵심기술을 훔치는 것도 심각하지만, 어린 학생들의 백지 같은 마음속을 향한 침투는 더 무섭다”고 사회적 경각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국내 교육기관은 왜 공자학원 설립을 별 거부감 없이 허용해 왔을까.

이 교수는 “요즘 아이를 많이 낳지 않기 때문에 많은 대학이 재정적으로 어렵다. 중국 공산당은 그 점을 파고든다. 대학들은 이를 거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운영된다. 교과 내용과 수업 방식에서 중국 측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공산주의 소멸? 새로운 형태로 우리 주변 장악

이 교수는 공자학원의 위험성을 알려면 공산주의와 공산당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공자학원 설립이 새로운 형태의 공산주의 혁명이라며 “소련 붕괴 후 다들 공산주의가 거의 사라지게 됐다고 여겼다. 하지만 공산주의는 그 형태를 바꿔 우리 주변에 스며들었다. 공자학원도 ‘교육’이라는 껍데기를 뒤집어쓴 그 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러한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건 한 마디로 돈 때문이다.

이 교수는 “학계에는 연구비 지원의 형태로, 기업인에게는 사업 제안, 정치인에게는 정치자금 지원 등의 형태로 접근한다. 여기에 사생활이나 비리 같은 약점까지 잡히면 벗어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일고 있는 ‘탈중국, 반공’ 조류에 올라타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국만 중국 공산당에 맞서려면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다행히 최근 세계 여러 나라가 중국 공산당의 본질을 알아차리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디커플링(중국과의 결별)을 서두르고 있다”면서 한국도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자학원 퇴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공자학원을 추방할 수 있도록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에게 진실을 알릴 건전한 언론, 지식인, 정치인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제봉 교수는 교육사회학 및 교육정책을 전공했고 1995년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부터 울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정교모) 공동대표, 한국 비교교육학회와 한국 다문화 교육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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