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사료 부족’에 돼지가 동족 사체 먹어…“경제난 악화 방증”

강우찬
2022년 08월 1일 오전 11:55 업데이트: 2022년 08월 1일 오전 11:55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최근 한 축산농가에서 굶주린 돼지들이 죽은 돼지 사체를 먹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논란이 됐다.

대형 농산업 기업 산하 농장에서 사료가 일주일 이상 공급되지 못해 이런 참사가 일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돼지가 죽은 돼지 먹는 영상’은 지난달 24일부터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주제의 하나다.

촬영 일자가 지난달 3일로 표시된 이 영상에는 한 양돈농가에서 돼지 십여 마리가 죽은 돼지를 먹고 있는 장면이 담겼다. 돼지들이 떠난 자리는 이곳저곳 손상된 돼지 사체 네다섯 구가 남아 끔찍하고 황량한 모습이었다.

영상이 더 논란이 된 것은 해당 농가가 상하이 증시 상장기업인 정방그룹(正邦集团) 계열사 정방축산양식(正邦養殖)과 양돈계약을 맺은 농가이기 때문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대기업 산하 양돈농가에서 일주일 이상 사료가 부족해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0년에 설립된 정방그룹은 농업, 축산업, 식품가공 등을 주요 사업 분야로 하는 중국 대기업이다. 그룹 홈페이지에서는 연간 2천만t의 사료를 생산한다고 밝히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회사 자금 상황이 안 좋다”, “법원이 정방그룹에 1억 위안(약 193억 원)의 배상을 명령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되며 지난달 25일 주가가 하루 만에 6% 이상 폭락하자 정방그룹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정방그룹은 성명을 내고 “6월에 발생한 돼지 가격 하락, 코로나19 사태, 회사 자금 부족, 물류난, 사료 생산자와의 조율 등의 문제로 7월 돼지 사료 공급에 차질이 있었다”며 사료 부족을 시인했다.

이어 조속히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사료 부족으로 피해를 입은 계약 농가에 대한 보상 방안 등은 성명에 없었다.

공시 의무에 따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방그룹은 2022년 그룹 전체 순이익이 최대 46억 위안(약 8889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룹 측이 직접 밝힌 것은 아니지만, 순익 감소의 최대 이유로는 코로나19 방역 봉쇄에 따른 물류난 등이 거론됐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시사평론가 탕징위안은 “정방그룹의 성명을 들여다보면, 사료 부족 사태는 자금난과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난이 사태의 원인으로 보인다”며 “성명에서는 ‘사료 생산자와의 조율’을 이유로 들었는데, 이는 사료 공장이 원활하게 가동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탕징위안은 “연간 수천만t의 가축사료를 생산하는 대기업이 산하 농장에 일주일 이상 사료를 공급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기업의 물류가 심각하게 제약을 받고 있음을 나타낸다”며 “이는 중국 공산당의 방역 봉쇄에 따른 참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