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강제 장기적출 여전” 美 허드슨 연구소 세미나

한동훈
2022년 02월 19일 오후 6:24 업데이트: 2022년 02월 19일 오후 11:02

양심수에 ‘포타슘’ 주사…뇌사 빠지면 수술대에 올려
심장 뛰는 ‘산 사람’의 각막, 심장 등 동의없이 강제 적출
중국 장기이식 규모, 사형수 장기·기증으로 설명 안돼

의사들이 장기를 떼어내기 위해 수술대에 올렸을 때 그들은 건강한 상태였다. 그들 중 다수는 여전히 숨을 쉬고 있었다. 작업이 끝나자 시신들은 소각장에 내던져 불에 타 흔적도 남지 않았다.

이상은 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 중도우파 정책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가 개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조사관들이 밝힌 중국 양심수들이 겪는 실화다.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참혹한 강제 장기 적출 실상이다.

데이비드 킬고어 전 캐나다 아태지역 국무장관은 “(양심수들에게는) 혐의도 없었고, 청문회도 없었고, 항소권도 없었다”며 “경찰이 ‘당신은 어디어디의 강제노역소로 가게 된다’고 말하는 것으로 모든 절차는 끝난다”고 밝혔다.

인권활동가로 변신한 킬고어 전 장관은 “그들은 강제노역소에서 하루 16시간 중노동을 하면서 대기했다”며 “그러고는 언젠가 어떤 사람들에게 끌려가 포타슘(칼륨) 주사를 맞게 된다. 이후 그들의 장기는 남김없이 적출되고 남은 신체는 소각된다”고 말했다. 포타슘은 사람을 뇌사시키기 위해 주사하는 약물이다.

이런 엄청난 범죄가 15년 가까이 중국에서 벌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강제 장기적출이 생존자도, 범죄를 추적할 단서도 거의 남기지 않는 ‘완전 범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무자비한 공산주의 정권의 비호가 더해지면서 심증은 가더라도 실체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커진다.

그러나 중국 강제노역소는 사람이 가축이나 기계 취급을 당하는 거대한 생산시설이자 인체 장기 생산 시설이라는 게 끈질긴 조사 끝에 드러나고 있다. 허드슨 연구소의 니나 시아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사법체계는 어떤 측면에서 인체 장기 밀매산업의 일부분으로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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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룬궁 수련자들이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 중국의 수용시설이나 군병원에서 벌어지는 강제 장기적출을 시연하고 있다. 2008년 촬영 | 에포크타임스

중국 공산당은 1999년부터 중국 내 최대 수련 인구를 보유한 파룬궁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에서는 장기이식 수술 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비상식적으로 빠른 장기 이식 대기 기간이 각국에서 암약하는 브로커들을 통해 소문이 나면서 중국 원정 장기이식 붐이 일어났다. 중국에서 장기이식은 수십억 달러(수조원)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이 산업은 대형 이식병원과 인체 장기를 대량으로 꾸준하게 공급할 수 있는 사법체계(법원·공안·수감시설)가 긴밀하고도 비밀스럽게 협력하는 상황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일부의 일탈이나 범죄조직이 저지르는 인신매매 수준이 아니라 권력기구 차원의 묵인 내지는 지원하에서 벌어지는 권력형 범죄였다.

미국,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장기이식 전문의들은 자신이 돌보던 환자들이 중국에서 이해할 수 없는 속도로 장기이식을 받고 돌아온 것을 보며 의구심을 품게 됐다. 인권단체 역시 중국의 급격한 이식수술 증가 수치를 지적했다. 그러나 의료기관이나 관계 당국은 이러한 상황을 직시하기를 꺼렸다.

킬고어 등 인권활동가들이 조사 보고서를 작성해 각국 정부와 관계 당국에 참상을 알리며 설득하는 과정이 축적되는 가운데 2019년 전환점이 마련됐다. 시민재판소 형태의 조사위원회 ‘중국재판소’가 1년에 걸친 증언청취와 심리 끝에 “중국에서 대규모로 강제 장기적출이 벌어지고 있다”고 결론을 내리면서부터다.

2014년 설립된 중국재판소는 구 유고슬라비아 국제전범재판소(ICTY) 검사로 활동했던 영국 여왕의 칙선변호사(QC·왕실고문) 제프리 니스 경을 위시하여 의료전문가, 법률가, 인권활동가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강제 장기적출 사건을 조사해 “파룬궁 수련자들이 주된 피해자라는 점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중국은 실제로 일어나는 장기 기증 건수에 비해 각 병원 보도자료나 언론보도, 연구논문에서 나타난 장기이식 건수가 매우 많다는 비대칭성에 대해 “사형수 장기를 사용해왔다”고 해명했지만, 비인도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2014년부터 처형된 수감자들의 장기를 적출하는 일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재판소는 2019년까지도 여전히 동의 없는, 강제적인 장기적출이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는 충격적 결과를 최대한 객관적인 방식으로 국제사회에 알리며 이 사건에 대한 각국의 진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의 수용시설, 심지어 군 병원에서 강제 장기적출이 벌어지고 있다는 증언은 2006년 4월 20일 처음 세상에 나왔다. 중국 동북부의 한 병원에서 근무한 간호사 애니(가명)는 미국으로 망명한 뒤 군의관이었던 전 남편이 중국 군병원에서 2년간 2천 건 이상의 각막 적출 수술을 했으며 희생자들은 모두 파룬궁 수련자라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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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간호사 애니(가명)가 2006년 4월 2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강제 장기적출’을 폭로하고 있다. 그녀는 중국에서 벌어지는 강제 장기적출을 세계 최초로 폭로한 내부고발자다. | 에포크타임스

애니는 전 남편이 거액의 금전적 이익을 얻었지만 죄책감으로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으며, 손을 떼려 했을 때는 공범들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껴 그럴 수 없었다고 했다. 전 남편은 자신은 물론 아내까지 위험해질 수 있음을 깨닫고 이혼을 제안했으며, 이혼한 후 자신을 미국으로 탈출시켰다고 했다.

그녀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살인극에 가담하고 있던 전 남편이 뒤늦게나마 정신을 차리게 된 계기를 밝혔다. 전 남편의 일기장을 읽다가 이런 대목을 발견했다고 했다.

어느 날 전 남편은 마취 주사를 맞고 의식을 잃은 채 수술대에 놓인 파룬궁 수련자의 장기를 적출하게 됐다. 그는 먼저 수련자의 옷을 가위로 잘랐고, 그러자 수련자의 옷 안쪽 주머니에 있던 작은 상자가 떨어졌는데 그 안에는 “엄마 생일 축하해요”라고 쓴 카드와 파룬궁 배지(badge)가 들어 있었다.

애니는 이 일로 엄청난 충격을 받은 전 남편은 결국 아무리 위협을 받더라도 더는 인륜에서 벗어난 일을 저지르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애니의 진술은 킬고어와 그의 파트너 데이비드 마타스 변호사의 조사 착수로 이어졌다. 두 사람은 언론보도, 의학저널 등을 통해 장기이식이 진행되는 중국 내 병원 수백 개의 명단을 만들고 병원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거나 관련 기록물을 뒤져 강제 장기적출 의혹을 추적한 뒤 그 결과를 ‘블러디 하베스트'(Bloody Harvest)라는 제목의 보고서로 펴냈다.

Unethical Organ Harvesting in China - A concern for the UK at The Welsh Assembly in Cardiff
중국 강제 장기적출을 조사한 데이비드 킬고어 전 캐나다 아태지역 국무장관, 데이비드 마타스 변호사, 탐사보도 전문 언론인 에단 구트만(왼쪽부터) | 에포크타임스

이후 탐사보도 전문 언론인 에단 구트만, 기타 국제 인권단체,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가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장기적출이 일어났음을 뒷받침하는 여러 정황 증거들을 찾아냈다. 이러한 활동에 힘입어 이스라엘과 이탈리아, 스페인, 대만 등지에서는 장기이식 수술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중국을 여행하는 것이 금지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장기이식이 절박한 사람들이 ‘단기간에 몸에 맞는 장기를 찾을 수 있다’는 유혹에 이끌려 은밀히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게 마타스 변호사의 지적이다.

그는 “세계 모든 나라에서는 이식용 장기가 부족하다. 이식 희망자들의 우선순위에 따라 장기가 할당되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마치 무한정으로 장기가 공급되는 것처럼 이식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병원 측은 돈만 내면 장기를 공급받는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에바 푸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