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사관 션윈 KBS홀 공연 방해… 시민들 “우리가 속국이냐?”

이지성
2016년 3월 18일 업데이트: 2019년 7월 24일

시민들은 션윈공연을 방해하며 문화주권을 침해한 중국대사관과 이를 그대로 수용한 KBS에 비난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전경림 기자) 시민들은 션윈공연을 방해하며 문화주권을 침해한 중국대사관과 이를 그대로 수용한 KBS에 비난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전경림 기자)

‘남의 잔치에 감 놔라 배 놔라 한다(他人之宴曰梨曰枾)’는 속담이 있다. 남의 일에 참견하여 이래라저래라 하고 주제넘게 간섭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추궈홍 중국대사가 미국 션윈예술단 내한공연 대관계약을 취소하라며 공영방송 KBS에 압력을 행사했다. 그러자 KBS가 공연장 대관 계약을 취소했다. 여기가 중국이라면 모를까, 한국 땅에서 중국대사의 얼토당토 않는 말에 KBS가 중국 관영방송이라도 되는 듯 바로 “是(네)”를 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중국대사가 ‘우리의 문화주권을 침해했다’며 ‘아니오’를 말하지 못한 KBS와 중국대사관에 손가락질 하고 있다.

구로에서 중국과 무역업을 하고 있다는 이성수(가명, 59세) 대표는 “문화·예술 공연인데, 그걸 막는다는 것은 개인의 문화생활을 침해하는 거나 다름없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상당히 불쾌해 했다. 그는 “카톨릭 신부들이 바람 피는 영화도 못 막고 상영하는 시대인데, 션윈 공연이 얼마나 큰 중국 인권문제를 담고 있는지 몰라도 그렇다고 공연을 막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좋은 것만 보여주고, 더러운 것은 안보여주겠다는 것은 독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원래 문화예술이라는 건 창작과 비평이 따라다니는 것”이라며 “그런 중국대사관의 말도 안 되는 행태에 KBS가 놀아난다는 건,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일을 알리기 위해 서울 시내 거리 곳곳에서 특별판 신문이 배포되고 있다. 신문을 접한 시민들 반응에서도 역시 실망과 불쾌함이 묻어났다.

여의도에서 근무한다는 회사원 김덕진(가명, 40대)씨는 신문을 받아보고는 “예전에 경희대에서 션윈 공연을 본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KBS에서 공연 취소된 게 확정된 거냐고 물었다.

“그때 굉장히 멋있고 화려한 중국 공연이었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요. 그런데 신문보니까 공연이 취소됐다고 하는 거 같은데, 이번에 KBS에서 공연 안하는 거예요? 어떤 상황인지 정확하게 알고 싶어요.”

회사원 박수연(가명, 30대) 씨는 “이게 무슨 소리죠? 미국에서 오는 공연단인데, 이게 중국대사관하고 무슨 상관이 있죠?”라며 계속된 궁금증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하는 공연인데, 중국대사관에서 하지마라, 하라 하는 건 좀 기분이 별로”라며 “여기 신문에도 나와 있듯이 한국의 문화주권을 침해하는 건데 누가 좋겠냐”며 실망스러워 했다.

지방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정남선(가명, 용접사)씨는 “우리나라가 중국의 속국도 아니고, 한국이 너무 힘이 없는 거 같아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평소에도 열강들 속에서 힘이 없다는 게 느껴진다. 나라가 힘이 없다보니 이런 일도 생기는 거고. 이건 현대판 주권침해 아닌가.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건 이해하는 데, 공연 하는 거 까지 눈치를 봐야 한다는 건 슬픈 일이다.”

아울러 정씨는 “KBS 입장에서는 공연 한번 안하면 되는 거고, 입 닫으면 그만이지만, 관객들 입장에는 공연을 볼 자유를 침해당한 셈”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게 중국에서야 통할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도 통한다는 게 좀 말이 안 되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작가지망생이라고 밝힌 김주원(31)씨는 예전에 군포에서 공연을 본적이 있다며 “일반 문화공연을 부당한 이유로 일반 시민들이 누릴 수 없도록 한 행위는 전혀 민주적이지 않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진보적이지 못한 후진적 행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인으로서 부끄럽고, 션윈 공연을 봤던 사람으로서도 부당하다고 느낀다”고 언급했다.

학원 강사로 있는 이상아(가명, 30대)씨는 “션윈 공연이 파룬궁하고 관련돼서 그런 거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그래도 국제적인 공연인데, 중국대사관에서 방해 공작을 한다는 건 새롭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션윈 공연은 나름 문화적 가치를 가진 산물일 건데, 그걸 못하도록 막는 중국 정부의 정책이 안타깝다”면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힘의 논리에 부딪혀 유럽 국가들이나 미국과는 현저히 다른 선택을 한 우리나라 공무원 및 공영방송사의 대응책”이라며 그 부분이 굉장히 아쉽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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