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콩 영국영사관 전 직원 “시위대 다수, 중국에 구금” 폭로

최근 홍콩서 잇따른 젊은이 실종사건에 실마리...중국 비밀경찰 고문설도
링윈
2019년 11월 23일 업데이트: 2019년 11월 23일

홍콩 시위자 다수가 중국 본토에 구금된 것으로 보인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는 홍콩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실종된 다수의 홍콩 시위자들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다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홍콩 주재 영국 영사관 직원인 사이먼 청(鄭文傑)이 홍콩에서 중국 본토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중국 당국에 붙잡혀 15일간 억류됐고 중국 공안으로부터 고문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의하면 청은 지난 8월 중국선전(深圳)으로 출장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웨스트 카오룽 역에서 중국 비밀경찰(공안)에 끌려가 감금됐다. 홍콩과 중국 본토를 잇는 고속철도 역인 카오룽 역은 출·입경 관리소 등에 중국법이 적용되며, 중국 공안 등이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그가 카오룽 역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공안 여러 명이 그에게 다가와 휴대전화와 가방, 안경을 빼앗고 “위에서 명령받았다”며 그를 데려갔다.

사이먼 청은 최근 여러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본토에 구금된 동안 (그들이 나를) ‘호랑이 의자’에 묶고, 족쇄를 채우고, 눈을 가리고, 얼굴을 가리는 등 고문을 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몇 시간 동안 힘든 자세를 유지해야 했고 움직이면 두들겨 맞았으며 심지어 영국을 대표해 홍콩 송환법 반대 운동을 일으켰다고 자백할 것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집단조사센터에서 심문받는 10여 명은 홍콩 시위자가 분명”

사이먼 청은 머리에 검은 복면이 씌워져 ‘집단조사센터’에 들어가 심문을 받았는데 거기서 한 국가안전 요원이 심문 신청 표를 작성하면서 ‘기밀’이라고 쓰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공안은 청을 고문하면서 1000장이 넘는 홍콩 시위자 사진을 보여주며 그 가운데 청이 아는 사람을 가려내 이름과 정치 성향을 적으라고 압박했다. 청은 그 과정에서 한 국가안전부 요원이 “홍콩 시위자들이 한 무리씩 구속돼 중국에 왔기 때문에 (자신들은) 자료를 수집하고 확인할 수 있다”고 하는 말을 또렷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누군가 광둥어로 수감자에게 손을 높이 들라고 크게 외치고는 “너희들은 시위에 참여할 때 늘 깃발을 드는가?”라고 묻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그곳에서 용의자 10명 정도가 심문당하는 것을 목격했으며 그들이 홍콩 시위자임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청은 약 보름 뒤 성매매 혐의를 인정한다는 내용의 서류에 강제로 서명하고 자백 영상까지 촬영한 뒤에야 풀려났고 더는 중국으로 출장을 갈 수 없다며 영사관 근무를 그만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의 실종 사건, 의문사에 실마리 제공할 듯

중국 공산당의 심문은 비밀리에 이뤄지기 때문에 사이먼 청의 폭로를 독립 조사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의 증언은 송환법 반대 운동 이후 발생한 대량의 실종 사건, ‘자살 당하고’ ‘투신 당한’ 사건 및 각종 의문사에 대한 의혹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청소년들이 잇따라 실종되면서 페이스북, 텔레그램, 롄덩 포럼 등 소셜미디어에는 실종자를 추적하고 찾아내는 플랫폼이 개설됐다. 이들의 최신 정보에 따르면 현재 실종 상태인 여성들의 나이는 최소 13세~20세 정도다.

지난 8월 31일 프린스 에드워드 스테이션에서 본토 무장 경찰로 의심되는 자들이 홍콩 경찰로 위장해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는 과정에서 3명의 부상자가 실종됐다. 당국은 지금까지도 그날 밤 CCTV 녹화영상을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홍콩 경찰이 이공대학을 봉쇄, 진압하면서 1000여 명을 체포한 후, 실종자 수는 배로 늘었다.

실종된 지 수개월이 된 사람들 중 일부 | 홍콩 송환법 반대 실종자 관찰 플랫폼(香港反送中失蹤人士關注平臺)
최근에 실종된 사람들 중 일부 | 홍콩 송환법 반대 실종자 관찰 플랫폼(香港反送中失蹤人士關注平臺)

요즘 홍콩시민들은 시위자 체포될 때마다 그들의 이름을 확인하려고 애쓰며, 체포된 사람은 “자살하지 않을 것”이라고 표명한다고 한다.

빈과일보 등 현지 언론은 홍콩 시위가 5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석연치 않은 자살 사건이 100여 건에 이르자, 최근 홍콩에서는 의문사에 대비해 “자살하지 않는다”라는 유서를 작성하는 시위대가 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 9월 15세 소녀 천옌린(陳彥霖)이 익사한 채 바닷가에서 발견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시위자 압송 위해 홍콩-광둥 간 열차 운행 중단

지난주 홍콩 이공대학 학생 시위자 천명이 홍콩 경찰에게 체포됐다. 경찰이 체포한 학생들을 열차에 압송하는 모습이 지난 18일 외부인에 의해 목격됐다. 하지만 그들이 어디로 보내졌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궈자취안(郭嘉铨) 홍콩 경찰 대변인은 지난 18, 19일에 약 1100명이 이공대학 캠퍼스 부근에서 구류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홍콩 시위가 시작된 지난 6월 이후 단일규모로는 최대 구금이다.

게다가 중국철도고객센터는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홍콩과 본토를 왕래하는 열차 운행을 중단한다고 기습 공고했다. 이를 두고 국제사회는 중국 공산당이 이틀 사이에 사람들의 눈을 피해 체포자 일부를 본토로 이송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과거 신장 수용소에 갇혔던 위구르인들도 열차로 이송돼 여러 곳에 분리, 수감됐다.

페이스북의 한 소식에 따르면, 홍콩에서 체포된 시위자 가운데 일부가 선전에 인접한 후이양(惠阳) 구치소로 보내졌다.

페이스북에는 홍콩에서 체포된 항의자 일부가 선전에 인접한 후이양(惠陽)구치소로 보내졌다는 소식이 올랐다. | 인터넷 이미지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郭文贵)는 20일 생방송으로, 최근 몇 년간 젊은이들이 열차로 선전에 보내졌다고 폭로했다. 그는 앞서 중국 공산당이 홍콩에 사설감옥을 설치해 많은 여성 시위자를 강간 후 살해했으며, 이후에도 신장 수용소를 복제한 홍콩 수용소를 계속 짓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인터넷 방송 ‘루터대담’(路德访谈)에서 한 중국 공산당 3세(홍 3대,红三代) 여성이 중국 공산당은 “홍콩을 매일매일 혼란하게 만들고, 매일매일 부패시킨 후 일반적인 중국 도시처럼 만들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중국 공산당이 사용하는 수법을 ‘낚시’라고 불렀다. 그들은 우선 홍콩을 모욕하는 방법으로 반항하는 홍콩시민을 빼돌려 수용소에 가두거나 윤간하고, 심지어 ‘자살하게 해’  최종적으로 반항 정신을 가진 홍콩인을 모두 소멸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에는 ‘홍콩 경찰의 대(對) 시민 경고’ 영상이 나돌고 있다. 이 영상에는 한 경찰이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사라지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경고하고 또 다른 경찰은 “이는 당신들에 대한 첫 번째 경고”라고 덧붙이는 장면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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