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리퐁 봉지’ 덕분에 잃어버린 여동생 52년만에 되찾은 오빠

박민주 기자
2019년 9월 15일 업데이트: 2019년 9월 15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의 어릴 적 사진을 과자 봉지에서 봤다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내용이었다. 헤어졌던 남매의 극적 상봉을 알리는 전언이었다.

이재인(64)씨는 10살이던 1965년 8월, 당시 8살이던 여동생 영희(61)씨를 잃어버렸다. 여동생은 서울 남대문에서 노점을 하던 어머니는 따라나섰다가 사라졌다.

어머니는 여동생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지갑이 없어진 걸 알고는 딸을 잠시 정류장에 기다리게 하고는 찾으러 갔다. 어머니가 돌아왔을 때, 딸은 사라지고 없었다.

‘실종아동전문기관 2016 사업보고서’에 실린 죠리퐁 봉지 |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그후 어머니는 서울 시내 보육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수소문했지만 영영 딸을 찾지 못했다. 어머니는 딸을 잃어버린 죄책감으로 여생을 보내다 2016년 10월 숨을 거뒀다.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어머니는 “영희야”라며 찾지 못한 딸의 이름을 불렀다.

이재인씨도 여동생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에 먹고 사는 일이 급했고, 동생 찾는 일은 뒷전이었다. 그러나 마음 한쪽에는 늘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담아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재인씨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도움을 받으면 동생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는 재단과 연계해 크라운제과 ‘죠리퐁’ 과자 봉지에 ‘52년 전 잃어버린 동생을 찾는다’는 광고를 게재했다. 여동생의 유년시절 사진도 함께 실었다.

52년만에 만나 얼싸안은 오빠 이재인씨와 동생 이영희씨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재단으로부터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그에게 실종된 여동생이 연락을 해왔다는 믿기 힘든 전화가 걸려왔다.

그에 따르면, 여동생 영희씨는 충주에서 가정을 꾸리고 평범하게 살다가 ‘죠리퐁’ 과자 봉지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고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재단측에 연락을 했다.

영희씨는 실종된 아동이 자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유전자 검사까지 받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고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두 사람은 지난 2017년 5월 극적으로 만나 서로 얼싸안고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헤어진 지 52년만의 일이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7개월여만의 만남이었다.

실종아동찾기 캠페인에 참가한 이재인 이영희 남매 (2017년) | SK와이번스 제공

이재인씨는 영희씨를 보자마자 “여동생임을 알아봤다”며 “낯설지가 않았다. 어머니가 젊어져서 살아 돌아오신 것 같았다”라고 감격했다.

영희씨도 “정말 내 오빠다. 피를 나눈 오빠. 우리 엄마가 낳으신 오빠. 오빠라는 단어가 이거구나”라며 혈육을 찾은 기쁨을 나타냈다.

이어 영희씨는 “엄마가 다정하게 ‘영희야~’라고 불러주는 목소리를 듣지 못해 아쉽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크라운제과 ‘죠리퐁’은 1972년 첫 출시된 이후 올해 6월까지 46년 동안 20억 봉지 판매되며 국민과자로 등극했으며 여전히 실종아동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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