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운동가, 美 의사당 난입자들 독려…경찰엔 “비켜달라” 요구

한동훈
2021년 1월 10일
업데이트: 2021년 1월 15일

지난 6일 발생한 미국 국회의사당 난입 당시 상황을 좀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영상이 공개됐다.

‘흑인생명도 소중하다’(BLM) 운동가인 존 얼 설리반(John Earle Sullivan)은 6일 의사당 난입 당시 내부에서 촬영한 영상을 7일(현지시각)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영상에서 설리번은 의사당 난입자들에게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라고 부추기고, 하원 회의실을 지키던 경찰들에게는 “당신들이 다치는 걸 보고 싶지 않다”며 자리를 비키도록 설득했다.

또한 영상 속 난입자들 중에는 트럼프 지지자 외에 BLM, 안티파(Antifa) 등 반트럼프 성향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섞여 있었다.

공군 출신 여성 애슐리 바빗이 경찰의 총격으로 쓰러지기 전후의 상황도 담겼다. 이 때문인지 유튜브에서 이 영상을 보려면 성인인증이 필요하다.

영상 촬영자 설리번은 어떤 인물?

설리번은 유타주의 안티파 단체 ‘반란(Insurgence) USA’의 설립자로, 지난 6월 유타주 프로보에서 폭력시위를 주최해 폭력과 범죄행위 혐의로 7월 9일 유타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됐던 인물이다.

그는 의사당을 습격하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으며, 이날 의사당을 습격하자는 게시물이 SNS에 퍼져있었다고 말했다. 설리번의 SNS에도 무장폭동에 대한 게시글이 다수 있었다.

작년 12월 28일자 트위터에는 “무장 혁명은 효과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라고 썼고, 올해 1월 2일에는 “XXXX(욕설) 시스템, 모든 것을 불태워 무너뜨릴 시간이다”라는 글과 함께 BLM, 안티파, 자본주의, 경찰, 트럼프 등의 해시태그를 남겼다.

설리번은 국회의사당 난입 영상에서도 난입 전 “이걸 태워버리자”라고 말했다.

영상에 비난 댓글이 달리자, 그는 “단지 현장을 기록하기 위함이었다”며 “사람들에 떠밀려 섞여 들어갔으므로 나는 처벌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설리번은 경찰에 체포됐으나, 처벌받지 않고 풀려났다. 그는 7일 오후 워싱턴 경찰에 1시간 30분가량 구금돼 조사를 받았으나 범죄혐의로 기소되지 않았다고 데저렛(deseret) 뉴스는 보도했다.

미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시위대가 의사당 관광명소 로툰다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2021.1.6 | Saul Loeb/AFP via Getty Images

난입자들, 다수는 시설물 파괴보다는 구경

설리번은 깨진 창문으로 의사당에 진입 후 복도를 따라 이동하며 상황을 녹화했다. 수백 여명의 사람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대다수는 의사당 내부가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는 모습이었다.

의사당 내부 복도 끝에서는 경찰관들이 난입자들을 막아서며 밖으로 나가도록 안내했다. 총을 겨누거나 위협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설리번 역시 한 경찰관에게서 퇴장을 요청받았으나 “그냥 상황을 녹화하고 있다”며 거절했다.

경찰관이 “외부에서 하라, 자 어서”라고 재차 설득했으나 설리번은 경찰을 “브로(Bro·형제)”라고 부르며 “이미 사람들이 안에 있다”고 버텼고 결국 의사당 내부에 남아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설리번은 잠시 후 “출입구가 막혀서 나갈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문을 막아서던 경찰을 통과해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합류해 내부 촬영을 계속했다.

곧 도착한 의사당 내 관광명소인 로툰다에는 많은 난입자들이 전시된 동상과 그림작품들을 둘러보고 있었고, 설리번 역시 옆에 있던 사람에게 “여기까지 오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는 말로 황홀함을 나타냈다. 또 다른 난입자인 한 여성과 껴안으며 “우리가 해냈어”라고 기뻐하기도 했다.

의사당에 난입자 중에는 시설물 손상을 막으려는 사람도 있었다. 영상에서 설리번은 로툰다의 한 별실로 이동했는데, 그곳에서는 누군가 “동상들을 모독해선 안된다”고 사람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이에 설리번은 “나는 동상(의 인물)들을 존경하지만, 아마 사람들이 이걸 태워버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대꾸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회의실 지키던 경찰들은 왜 순순히 자리 떠났나

설리번은 30~40여명의 난입자와 함께 경찰들이 지키는 길목을 통과하며 마침내 하원 회의실이 위치한 하원의장 로비(Speaker’s Lobby)로 불리는 복도에 도착했다.

유리창이 달린 나무문 앞에는 경찰 3명이 지키고 있었고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문 뒤편에는 가구들을 쌓은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었다.

흥분한 시위대가 경찰들에게 길을 비키라고 소리치는 가운데 설리번은 경찰 설득에 나섰다.

그는 경찰에게 “당신들이 집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나는 리포터다. 매우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있다. 그들은 그냥 밀고 올라올 것이다. 형제여, 밖에서 사람들이 다치는 걸 본 적이 있다. 당신들이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사망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말로 비켜줄 것을 요구했다.

잠시 후 경찰은 순순히 길을 내줬고, 설리번은 욕설 섞인 말과 함께 “가자, 가자, 가자”며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문 앞을 지켰던 경찰이 떠나자 3명의 폭도가 발길질과 헬멧, 깃대로 회의실 문을 부수고 밀쳤으나, 자리를 비킨 경찰은 이를 제지하지 않고 그대로 가던 길을 갔다.

미국 국회의사당 내 하원 회의실 출입구를 지키는 경찰관 3명. 당시 내부에서는 애리조나주 선거인단 투표에 대한 거부안건에 대한 토론이 진행 중이었다. | 유튜브 화면 캡처
시위대 요구에 자리를 비우는 경찰들(왼쪽). 검은 양복에 배지를 단 남성도 보인다. 사복 경찰로 추정되지만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빨간 동그라미) | 화면 캡처
경찰이 자리를 비우자, 최전방 폭도 3명이 깃대와 헬멧으로 하원 회의실로 통하는 출입구 문을 부수기 시작했다. | 화면 캡처

이때 경찰들 바로 옆에는 왼쪽 옷깃에 배지를 단 검은 양복 차림의 남성이 있었다. 흥분한 시위대와 달리 차분하게 사람들을 지켜보던 남성은 경찰과 잠시 신호를 주고받더니 함께 현장을 벗어났다.

경찰들이 떠나자 최전방에 있던 폭도들은 계속 문을 공격했고, 문 안쪽에서는 총을 겨눈 사복 경찰의 모습이 보였다. 이를 본 설리번은 “총이다. 그가 총을 가졌다”고 소리쳤지만, 한 여성이 깨진 창문으로 기어올라갔다.

공군 출신으로 트럼프 지지자인 애슐리 바빗이었다. 그녀는 깨진 창문으로 몸을 반쯤 들이밀다가 총성과 함께 뒤로 떨어졌다.

총성이 울리자 주변에 있던 경찰이 달려와 그녀를 살펴보며 부축해 바닥에 바로 눕혔다. 배지를 단 양복 차림의 남성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총성과 부상자로 혼란한 가운데 설리번은 “그녀는 죽었다, 그녀는 죽었다”는 말을 반복했다.

잠시 상황을 살피던 경찰은 곧 소총을 아래로 낮췄다. 누가 총을 쏜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다가 동료 사복경찰이 쏜 것을 알아차리고 경계를 늦춘 듯 보였다.

의사당 경호국 경찰이 총을 겨눈 모습 | 화면 캡처
미 국회의사당 하원 회의실 출입구의 유리창이 깨진 틈으로 애슐리 바빗이 들어가려고 하고 있다. | 화면 캡처
애슐리 바빗이 쓰러진 가운데, 자리를 비웠던 경찰과 검은 양복차림 남성이 돌아와 상황을 수습하고 있다. | 화면 캡처
2021년 1월 6일(현지시각) 미국 국회의사당 난입 현장에서 포착된 BLM 단체 설립자 존 얼 설리반 | 화면 캡처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이 찍은 영상에서는 소총과 헬멧으로 무장한 경찰들이 5~6미터 거리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모습이 담겼다. 이들이 출입구 앞에서 시위대를 막지 않고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워싱턴 경찰당국은 바빗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에포크타임스는 설리번의 트위터를 통해 당시 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요청했으나, 즉각 응답받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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