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이후… 아동보호 체계 잘 작동되고 있나?

2021년 6월 22일
업데이트: 2021년 6월 22일

아동보호전문기관 “5년간 아동학대 신고 2배 이상 증가,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단 12개소 늘어”

지난 2월 국회가 아동학대특별법을 발의했다. 생후 7개월 무렵 양부모에게 입양된 정인이(양천 아동학대 사망)가 입양 270여일 만에 사망한 사건이 계기였다.

최근 생후 105일 된 딸을 쿠션 위에 엎드려 놓아 호흡 곤란으로 숨지게 한 20대 아버지, 21개월 여아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어린이집 원장 등 연달아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이어져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다. 이 가운데 아동학대에 대한 국가의 대응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22일 오전 여의도에서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와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으로 ‘아동보호 국가 시스템은 잘되고 있는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아동 중심의 통합 보호 체계 구축해야

류정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아동복지연구센터장은 “아동은 교육부, 복지부, 여가부 등이 개입하는 다부처 사업”이라며 “아동을 중심으로 한 보호서비스가 연속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류 센터장은 “여러 부처가 동시에 개입하는 경우라면 서비스가 쪼개지면서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가 단절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부를 중심으로 한 예방 및 사법체계를 전부 아우르는 아동보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분리보호 아동의 양육상황을 점검하는 아동보호전담요원의 근무 안정성도 문제시됐다. 류 센터장은 “아동보호전담요원은 1년 또는 6개월 기간제 근로자로서 안정성을 갖지 못했다”며 “공무원으로서의 권위를 부여받지 못한 채, 아동보호전담요원이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학대당하더라도 가정에 머물길 원하는 아동 많아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학대 피해 아동을 학대 행위자와 즉시 분리해 보호하는 ‘즉각 분리’ 제도를 두고 분리를 원치 않는 아동도 많다고 밝혔다.

공 대표는 “학대 피해 아동 중 가정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아동이 많다”며 “쉼터에서의 단체 생활이 익숙하지 않아서 집에서 학대를 당하더라도 자기만의 공간을 갖기를 원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설의 양적 확대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가정과 비슷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는 질적인 보충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동학대에 있어서 아동권리보장원의 역할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녀는 “아동의 모든 문제를 원스톱으로 만든 것이 아동권리보장원이지만 그 역할이 가시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컨트롤 타워가 돼서 현장 직원들의 고충 등을 정부에 건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동보호전문기관  “헌신과 사명으로 버티고 있으나 이대로 지속하기엔 부담” 

김병익 성북구아동보호전문기관 기관장은 “아동에게 아무리 이상적인 제도여도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라며 “제도의 성패는 현장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동학대 대응 인프라 구축이 아동학대 발생을 따라가지 못함을 짚었다. “2019년 기준으로 5년간 아동학대 신고는 2배 이상 늘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단 12개소가 늘었다. 아동학대 발생 신고율에 비해 턱없이 기관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도 문제 삼았다. “2019년 기준 아동보호전문 상담원 1인당 평균  64케이스를 담당하는데, 미국은 17케이스를 담당한다”며 “과중한 업무 부담이 28.5%라는 높은 이직률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김 기관장은 “성북구 아동보호전문기관만 해도 재학대 방지, 안전점검 상담 치료 등에 사용할 예산이 턱없이 모자란다”며 “부족한 비용은 지역 차원에서 후원금을 받거나 법인에서 충당하고 있다”고 예산 및 사업비 확충을 촉구했다.

 

포항 아동보호전담공무원 정인이 사건 전후로 차이 있다

이은주 포항시 아동보호팀장은 “가슴 아픈 말이지만 인권이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을 느끼고 있다”라며 “정인이(양천 아동학대 사망) 사건 전후로 변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녀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담당하던 조사 업무를 시청에서 맡은 후부터 가해자가 이전보다 더 협조를 잘하고 있다”라며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잘 모르지만 시청의 개입은 공권력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대 조사가 공공으로 넘어온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며 “충분하지 않은 부분은 경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의 책임성 강화 필요

이번 토론회를 마련한 김병욱 의원은 “아동학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국민들이 아동학대를 지극히 사적인 가정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훈육을 위한 체벌은 당연하다고 많이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발언했다.

또 “국가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공공성을 속도감 있게 확보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 자리를 계기로 구조를 적극적으로 개편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취재본부 이가섭 기자 khasub.lee@epochtimes.n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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