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 지지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 중국에서 열린 미국프로농구(NBA) 프리시즌 시범경기가 예상 밖 성공을 거두고 있다.
“형편없는 흥행성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지난 10일(현지시간) 상하이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LA 레이커스와 브루클린 네츠의 프리시즌 시범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예정됐던 기자회견이 전면 취소되고, NBA 공식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던 중국 기업 19곳이 후원중단을 선언했다. NBA 측은 사과성명을 발표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중국 언론은 좀처럼 잠잠해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흥행은 대성공이었다. 관중석은 빈 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가득찼고, 경기장 안은 중국 농구팬들의 응원 열기로 뜨거웠다. 보이콧 열풍이 휘몰아치는 코트 바깥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지난 4일 NBA 인기구단 휴스턴 로키츠의 대릴 모레이 단장이 자신의 트위터에 ‘자유를 위한 싸움, 홍콩을 지지한다(Fight for freedom, stand with Hong Kong)’라는 글을 남기자 중국에선 대대적인 NBA 보이콧이 시작됐다.
이번 프리시즌 중국 시범경기에 공을 들여인 NBA측으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내 NBA 시청자는 4억9천만명으로 추정된다. 미국 전체 인구수 3억 2천만명(2018년 기준)을 훌썩 넘어서는 규모다.
今晚NBA中国赛上海现场,座无虚席。 pic.twitter.com/rDOV18AJBF
— 曹山石 (@caolei1) 2019년 10월 10일
今晚的NBA中国赛上海站座无虚席,这是逆天了?说好的抵制呢?😂😂 pic.twitter.com/WncpyABzja
— 一叶一追寻 (@RaynardToddnay1) 2019년 10월 10일
홍콩 언론들은 이번 상하이 시범경기 현장에서 관중에게 오성홍기를 나누어 주는 사람이 있었지만, 경기장 안에서 오성홍기를 흔드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경기 전후에 NBA 스타들을 보기 위해 공항과 호텔로 몰려드는 팬들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장시성 난창시에서 기차를 10시간 타고 상하이로 왔다는 한 농구팬은 대만 중앙통신과 인터뷰에서 휴스턴 단장의 홍콩지지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경기장 밖에서의 파문은 나의 선수들에 대한 사랑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중국 네티즌들은 미국 제품 불매 운동에도 불구하고 ‘대박’을 거둔 코스트코의 사례를 들면서, “애국은 입으로 하고, NBA 사랑은 눈으로 하는 것”, “우마오(친정부 댓글 부대)가 민의를 대변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상하이의 흥행열기는 다음 도시로 이어졌다. 사흘 뒤 13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2차전에서도 관중석은 만석을 이뤘다. 간간히 오성홍기를 든 사람들이나 유니폼에 오성홍기를 새긴 관객들이 있었지만, 진지하게 경기관람에 임하는 관객이 대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