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선풍적 인기 끈 ‘탕핑’ 굿즈, 중국 쇼핑몰서 실종

장민지
2021년 6월 28일
업데이트: 2021년 6월 28일

‘드러누워 아무것도 안 한다’…공산당 통치 맞선 청년들의 저항
창당 100주년 축하 분위기 깰까 봐…당국, 온라인서 ‘흔적 지우기’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탕핑’(躺平)과 관련된 상품이 모두 사라졌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축하 분위기를 흐리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당국의 검열 조치로 풀이된다.

타오바오, 징둥 등 중국의 대형 쇼핑 플랫폼에는 최근 탕핑이라는 글자가 프린트된 티셔츠나 자동차 스티커, 핸드폰 케이스, 컵 등의 상품이 모두 보이지 않는다.

직접 탕핑이라는 글자가 들어가지 않았더라도 무기력하게 누운 모습이 담겼거나, 빈둥빈둥 뒹구는 그림이 들어가는 등 탕핑을 연상시키는 상품도 함께 자취를 감췄다.

탕핑은 ‘평평하게 눕다’라는 의미로 취업·연애·결혼·내집마련을 포기하는 운동을 뜻한다.

일부 중국 관영매체와 어용 논객들은 탕핑을 ‘소극적인 젊은 층’, ‘자기 개발을 포기한 세대’로 묘사하고 있으나 중국 젊은이들이 열광한 탕핑 운동의 본래 취지는 대중매체에 휩쓸려 맹목적으로 연예인을 추종하거나 생계 해결에 쫓기며 공산당이 그어 놓은 궤도에 따르는 삶을 살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탕핑운동은 지난 4월 중순, 한 온라인 카페 게시물로 촉발됐다. 글쓴이는 지난 2년간 별다른 직업 없이 생활하면서도 남과 비교하거나 신문과 방송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때문에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억압적인 중국 사회에서는 스스로 자신의 욕망을 절제해야 자유와 평온을 누릴 수 있다고 탕핑 이론을 설명했다.

총 200자 분량의 짧은 게시물이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로서 철학적 사고를 담은 메시지에 중국 네티즌들은 공감을 나타내며 이를 빠르게 확산시켰다.

현재 중국 네티즌이 이해하는 탕핑은 ‘일어설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무릎 꿇고 싶지도 않으니 드러누울 수밖에 없다’는 정도의 의미다.

일어설 수 없다는 것은 높은 부동산 가격, 고물가, 구직난, 높은 결혼 비용, 높은 생활비, 높은 양로 비용 등이 현재 중국 청년들을 “산처럼 짓누르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인격과 존엄을 희생하고 비굴하게 일하며 사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청년들은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지후포럼’(知乎論壇) 등 중국의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탕핑주의를 실천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게시판이 생겨났다. ‘집을 사지 않고, 차를 사지 않고, 결혼하지 않으며, 아이를 낳지 않고, 소비도 하지 않는다’, ‘최저 생존 기준을 유지하며, 타인의 돈을 벌어주는 기계나 착취당하는 노예가 되길 거부한다’고 선언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한 네티즌은 “이는 사실 현재 일부 중국 청년들이 끊임없이 벽을 마주하고, 끊임없이 착취당한 후 나타난 소극적 반항을 반영한다. 간디의 비폭력 비협조 운동과 비슷하다”며 “비협조 방식을 통해 사회 불공평과 부당함에 대해 불만과 실망을 나타내는 것이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현 사회의 부조리함을 규탄하는 목소리에 중국 기성매체들이 훈계하는 칼럼을 연이어 게재했다.

남방일보는 지난달 20일 칼럼에서 “듣기에는 좋지만 아무런 쓸모가 없는 말”이라고 비난했고, 같은 날 광명일보는 “탕핑은 경제와 사회의 발전에 매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산주의청년단 중앙지도부는 웨이보를 통해 ‘오늘날의 청년은 탕핑을 선택한 적 없다’는 제목의 논평으로 탕핑의 존재와 이에 열광하는 청년들의 존재를 부정했다.

이후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탕핑을 주제로 한 토론방이 폐쇄되고 게시물이 삭제됐다.

중화권의 한 네티즌은 “탕핑이 단순히 게으른 젊은이들의 철없는 소리라면 언론과 학자, 공산당이 나서서 반대했겠나? 탕핑에 대한 집단 토벌 행위는 그들의 두려움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재미 중국전문가 스산(石山)은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통치자에게 일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반항을 표현하는 것이 유행한 것은 노예사회뿐이었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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