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미 CIA 요원, 중국 스파이 혐의로 기소

한동훈
2020년 8월 18일
업데이트: 2020년 8월 18일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10년 이상 중국에 기밀 정보를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고 미 법무부가 17일(현지 시각) 밝혔다.

법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최고 등급을 포함한 미국의 기밀 정보를 중국 정보당국에 돈을 받고 팔아온 알렉산더 육청마(67)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하와이 연방법원에 제출된 공소장에 따르면, 육청마는 전직 CIA 장교였던 자신의 친척(85)과 공모해 중국 최고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MSS)에 기밀 정보를 넘겨왔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 친척이 인지장애와 망상증세를 보여 입건하지는 않았다.

홍콩 출신인 육청마는 미국으로 귀화해 시민권을 취득했으며 1982년 CIA에 들어간 뒤 해외 근무를 통해 최고등급 기밀 취급 권한을 얻었다. 1989년 CIA를 그만두고 상하이로 건너가 생활하던 그는 2000년 하와이에 정착하며 2004년부터 미 연방수사국(FBI) 호놀룰루 사무소에서 계약직 중국어 전문가로 근무해왔다.

육청마가 중국 스파이 노릇을 한 것은 하와이로 돌아오고 1년 뒤인 2001년 홍콩의 한 호텔에서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들과 만나면서부터다.

이 자리에서 CIA 요원 명단, 자산, 연락수단, 진행 중인 작전과 내부 조직구조 등을 넘긴 그는 이후 미국의 유도미사일과 무기 시스템 등 군사정보까지 빼돌려 중국 측에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FBI는 육청마가 FBI에 번역 전문가로 들어간 것도 미국 정부 기밀을 탈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고 있다. 그가 FBI 근무 하루 전날, 중국 측에 전화를 걸어 “상대편” 쪽에서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공소장에는 FBI가 입수한 한 영상에 2001년 3월 육청마가 중국 국가안전국 요원들과 만나 기밀을 넘긴 뒤 5만 달러를 받는 장면이 담겼다고 적혔다. 다만, FBI가 해당 영상을 입수한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육청마는 FBI 요원이 된 뒤 6년간 정기적으로 미국의 기밀문서를 복사·촬영·절도해 빼돌린 뒤 중국으로 여행을 가는 수법으로 중국 국가안전보위부 요원들에게 넘겼으며, 수천 달러의 현금과 골프 클럽 등 고가의 선물을 가지고 귀국했다.

FBI가 육청마의 혐의 사실을 파악한 과정도 한 편의 첩보 영화와 같았다. 지난해 1월 FBI 요원이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으로 위장한 뒤 육청마에게 접근해, 직접 그의 육성을 통해 밝혀냈기 때문이다.

당시 FBI 요원은 2001년 육청마가 중국 스파이가 되기로 한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며 육청마의 믿음을 얻었고, 육청마는 계속 중국 국가안전부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육청마는 이달 12일 또 다른 위장 요원과 만난 자리에서 “조국이 성공하기를 원한다”며 다시 한번 계속 중국 국가안전부 정보원으로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고 미 법무부는 공소장에서 전했다.

한편, 미 법무부는 최근 몇 년간 중국에 기밀을 제공한 혐의로 전·현직 미국 관리들을 기소해왔다. 지난해에는 지난해 제리 천싱 리(55) 전 CIA 직원이 중국 정보기관에 기밀정보를 넘기려 공모한 혐의로 19년 징역을 선고받았다.

국무부 국가안보담당 존 디머스 차관보는 한 성명에서 “중국의 스파이 활동은 권위주의적인 공산정권을 지지하기 위해 동료와 국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배반한 전직 미국 정보요원들로 가득한, 길고도 슬픈 흔적을 남긴다”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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