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중국 금융위기…淸末 지방분권화 촉발 가능성

강우찬
2023년 12월 27일 오후 4:19 업데이트: 2023년 12월 28일 오후 11:45

금융계 대거 숙청 배후에는 그림자금융 부실
지방정부, 재정난 속 ‘살길’ 모색…“권력 분산될 것”

중국 금융위기의 두 번째 물결이 시작되면서 부동산 기업과 그림자금융(비은행 금융) 업체들의 파산에 이어 은행권 위기 또한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중공)이 부채 급증을 막고 금융 안정을 위해 그림자금융에 대한 규제와 단속을 강화하면서 많은 금융계 고위층이 낙마했다. 올해에만 조사를 받은 고위 관리가 60명 이상에 이른다.

그림자금융은 은행과 비슷한 기능을 하지만, 은행과 같은 규제를 받지는 않는 금융이다. 별도의 기관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의 장부외 우회 대출이나 자산운용사, 신탁회사, 보험사 등 비은행 대출기관의 대출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지난 10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전 중국 화샤은행의 텐진 지점장 궁단즈(孔丹治)가 시내 한 건물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실이 확인됐다. 시신은 가족들이 발견해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망 이유는 전해지지 않았다. 현지 언론들은 경찰이 사고사인지 아니면 자살 혹은 타살인지 확인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에포크타임스의 중국 문제 전문가들은 최근 화샤은행의 재정 상태와 최근 중국 정부의 금융업계 감사를 고려할 때, 궁 지점장이 압박감을 느끼고 스스로 뛰어내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또한 이들은 지방정부의 재정난이 심각한 가운데 중앙정부가 재정 지원을 계속 축소할 경우 청나라 말 지방 세력들의 ‘독립’ 선언에 가까운 지방분권화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청나라는 황실(중앙정부)의 힘이 약해진 1900년대 초반, 지방의 권력자들이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한 바 있다.

당국, 금융계 반부패…금융계 고위층 수십 명 낙마

에포크타임스 중문판 편집장 궈쥔은 화샤은행이 심각한 부실대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1992년 설립돼 2003년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화샤은행은 올해 말 기준 전국에 44개의 1급 지점과 4만 명 이상의 직원을 거느린 20위권 내 은행이다.

현재 톈진에만 26개 지점에서 60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나, 공식적인 적자만 400억 위안(약 7조 2400억원)으로 총자산인 690억 위안의 약 60%에 이른다. 숨은 적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중공 당국은 경제를 위협하는 이른바 ‘회색 코뿔소(충분히 예상 가능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기)’의 하나인 그림자금융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금융업계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감사와 단속을 벌여왔다.

궈쥔은 “그림자금융은 비은행 금융에 해당하지만, 중국 특유의 자금 흐름상 신탁산업은 공산당 간부와 정부 관료, 은행 고위층과 연계돼 움직이고 있다”며 “화샤은행 톈진 지점장은 책임 회피가 목적이거나 혹은 부패를 은폐하려는 세력에 의해 자살당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금융업계는 대규모 반부패가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에는 중국 4개 국유 상업은행 중 하나인 중국은행 전 회장 류롄거가 뇌물을 받고 불법 대출을 제공한 혐의로 체포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류 전 회장은 지난 3월 사임 후 한 달 만에 부패 혐의로 조사 중이라는 발표가 나고 6개월여 만에 체포됐다.

앞서 9월에는 중국 최대 국유 생명보험사 중 하나인 중국생명보험 전 회장 왕빈이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사형이 선고(2년 집행 유예)됐고 11월에는 전 중국 선물협회 회장 안칭쑹, 전 저장성 부성장 주충주가 각각 엄중한 기율 위반과 부패 혐의로 낙마했다. 주 전 부성장은 상하이 증권거래소 소장을 지낸 금융계 출신 인사다.

궈쥔은 “닛케이아시아 자체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았거나 조사 중인 고위 관리가 67명이며 상당수가 은행, 증권사, 보험사를 포함한 금융 분야를 관리 감독하는 중앙정부 고위 관리들”이라며 “고위 관리 1명이 조사를 받으면 관련 업계 관계자 여러 명이 함께 엮여 들어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화샤은행에 관해서도 금융 당국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자의든 타의든 톈진 지점장의 죽음으로 자금 흐름을 추적할 연결 고리가 끊겨 수사가 막힐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림자 금융, 부동산 가격 하락에 부실 대출 폭증

시장에서는 그림자금융이 대형 은행들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한 중소기업에 대출을 공급하는 순기능도 있다고 평가해 왔다.

그러나 지방정부가 경제성장 실적 달성을 위해 그림자금융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무분별한 개발사업을 벌이고, 여기에 부패한 공산당 간부들의 횡령과 불법대출이 더해지면서 그림자금융 역시 지방정부 재정난과 금융위기를 가중시키는 뇌관으로 발전했다.

중국 전문가 리닝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9월, 중국의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그림자금융의 규모는 3조 달러(약 3885조원)로 추산됐다”며 “실제 규모는 중앙정부마저 파악하지 못할 수준으로 거대해져 있다는 게 금융계 중론이며, 전체 은행 자산의 70%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은 엄격한 감독과 관련 법령의 제약을 받는다. 법정지급준비율이 존재하고, 중앙은행에 의한 이자율(기준금리) 조정도 이뤄지며, 은행 자체의 리스크 관리도 더해진다. 하지만 그림자금융은 당국의 감독 사각지대에 있으며 지급준비율도, 신탁자산의 투자수익률에 대한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리닝은 “중국의 그림자금융 자금은 대부분 부동산과 자본운용 분야에 투자된다”며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고 중국 경제가 상승세일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최근 2년 동안 경기 침체에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마저 위축되면서 대량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게 돼 사태가 심각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신탁회사의 자산운용은 실제로 지방정부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나 토지개발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현재 지방정부와 부동산 회사 모두 자금이 부족해 투자손실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런 현상은 한두 개 지방에 그치는 게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포착된다”고 밝혔다.

리닝은 또한 “금융상품 운용도 마찬가지”라며 “중국 A주 시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다른 나라는 상승장이지만 중국은 하락장이다. 이는 중국 경제의 하강을 방증하고 있다. 개인뿐만 아니라 그림자 금융의 주식투자도 실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에포크타임스 계열사 NTD는 중국의 한 금융사 관계자를 인용해 “중공 고위층은 은행을 거치지 않는 개인 간(P2P) 대출 서비스 플랫폼을 의도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언론과 준공공기관들을 이용해 이를 홍보하는데, 실상은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처분하는 창구로 사용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P2P 플랫폼에 등록된 투자상품은 5천여 개에 육박한다. 정부의 묵인하에 부실채권을 패키지화해 하나의 투자 상품으로 묶어 사정을 모르는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식으로 자금을 대출하고 있다. 사실상 금융위기를 개인 투자자들에게 전가하는 셈이다.

리닝은 “그림자금융 자금은 주로 중국의 부유층에서 흘러나오는데, 이런 투자자 대부분이 공산당 혁명원로 2세대, 관료그룹 2세대들이기 때문에 그림자금융 투자 실패가 중국 정치권에 미치는 파급력은 엄청나다”고 말했다.

현재 중공은 사태의 책임을 P2P 플랫폼 업체에 돌리며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다. 지난 두 달간 금융 관련 사건 재판에서는 중국의 신흥 캐피털 업체 거물들에게 줄줄이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중국 최대 P2P 대출업체인 홍링캐피널의 저우시핑(周世平) 회장, 전 홍콩위성TV 사장이자 선전 궁신잉 파이낸셜 설립자 겸 실소유주인 린원펑(林文峰), 훙샹차이푸의 허위안(何源), 자산운용사 샤오뉘우의 펑톄(彭鉄) 대표 등이 모두 투자 사기 등으로 무기징역 및 자산 몰수 처분을 받았다.

자본이탈·재정고갈…청나라 말 지방분권화 재연 가능성

대만의 거시경제학자 우자룽은 미국 민간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최근 중국의 신용 등급을 낮추고 홍콩과 마카오를 포함한 8개의 금융기관도 등급을 낮췄다는 점에 주목했다.

족집게 경제분석가로 통하는 우자룽은 “신용평가사로서 무디스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고객의 신뢰”라며 “향후 중국 경제에 더 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고객에게 조기에 경고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더는 신용평가사로서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우자룽은 “그러한 무디스 입장에서 이번 신용평가 등급 조정은 중공 정부에 대해 엄정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자 스스로의 각오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디스의 신용 등급 조정은 이를 참조하는 투자자들, 대형 투자사, 서방 펀드에 영향을 미치며 중국에서의 자금 이탈을 촉발하게 된다. 즉, 중국에 대한 무디스의 평가는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던 서방 자본의 흐름을 뒤바꾸는 중대한 이정표라는 게 우자룽의 견해다.

그는 “자금이 중국으로 더 이상 유입되지 않는다면, 다른 투자자와 자본 역시 중국 진입을 주저하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은 투자사 한두 곳의 이탈로 끝나는 게 아니라 서방 금융 전체의 중국 철수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중국의 금융 환경 악화는 외국 투자에 의존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외국인 투자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직접 투자로, 공장을 설립하거나 매장을 개설하는 것 등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 투자로 중국 투자상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현재 외자 철수는 흐름은 뚜렷하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직접 투자뿐만 아니라 금융 투자도 중국에서 철수하고 있다. 주로 홍콩을 경유하고 그다음이 상하이다.

우자룽은 “그동안 외국자본의 상하이, 홍콩 금융기관 투자를 관찰해왔는데 전체 자금의 양이 줄어들고 있다. 즉, 문제는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화샤은행의 사례에서 전반적인 금융 환경의 위축을 알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서방 금융자본이 중국에서 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중국 경제가 상승할 때는 폰지펀드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수 있었다. 즉, 나중에 들어오는 자금으로 이전 투자자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체 자금의 양이 부족하면 이런 꼼수가 통하지 않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자금이 중국을 떠나면 가장 먼저 문제가 되는 것은 부동산 시장이다. 왜냐하면 부동산은 금융 영역과 실물경제를 연결하는 중간지대이고, 과잉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구매가 이루어지면서 자금이 묶이는 곳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시장의 활기는 실물경제 측면에서 보면 건축자재, 임대 중개, 가전과 가구 등 관련 업종에까지 일련의 큰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즉 금융과 실물경제의 중간에 위치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문제가 부각된다”고 설명했다.

우자룽은 “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지방정부의 재정수입 고갈과도 직결된다는 특징이 있다”며 “토지사용권 판매 수입은 중국 지방정부 총재정수입의 약 40%, 지방정부 예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런 수익이 급감하면 지방정부는 자체로 재정을 보완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방법은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뿐이지만 현재로선 중앙정부도 지원할 능력이 없다. 따라서 중국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은 재정 문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20년 동안 부동산에 의존해 재정 문제를 숨겨왔는데, 바로 그 부동산에 문제가 생기면서 재정 위기에 드러나게 됐다”고 말했다.

우자룽은 “예를 들어, 일부 지방정부는 고속도로를 통과하는 트럭에 과적 벌금을 부과하는 등 다양한 명목으로 징수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세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단기 처방에 불과하며 시간이 길어지면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각자도생에 들어가는, 새로운 지방분권 시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청나라 말기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봤다. 각 지방이 자체 공무원과 군 유지비용을 충당하려 자금원을 찾고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성을 낮추게 된다면,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약화되며 지방이 강해지는 국면이 오게 된다는 것이다.

지방정부의 주된 자금원은 결국 향토기업에 달렸다. 현재는 중앙정부가 정책 노선과 정치적 상황에 따라 기업들을 규제하고 때리기를 할 수 있으나, 독립성이 강해진 지방정부들이 자금줄인 향토기업 보호에 나서면서 중앙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게 된다는 시나리오다.

시진핑이 중국의 재부 상당 부분을 독차지하고 있는 혁명원로 2·3세 그룹에도 시선을 돌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기업과 외자기업에서의 자금 징수가 불가능해지면 그다음 자금을 쥐어짤 곳은 이들뿐이기 때문이다. 우자룽은 “현재 중국에서 목격되는 여러 가지 상황의 배후에는 재정 문제가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