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버스, 혈세 보조금 낭비 방지를 위한 효율적 정책 필요”

이윤정
2020년 8월 12일
업데이트: 2020년 8월 12일

“국민 혈세로 책정되는 전기버스 보조금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전기버스의 양적 보급에 앞서 한국 실정에 맞는 효율적 정책과 질적 관리가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지난달 16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의 일환으로 공동 발표한 ‘그린뉴딜’ 계획에 전기차 등 그린 모빌리티 보급 확대가 핵심 과제로 포함됐다.

지난 1월 환경부가 공개한 ‘2020년 무공해자동차 보급정책’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전기버스 650대를 보급할 계획이며 이 중 325대가 서울시에 투입될 예정이다.

정부는 친환경차 보급을 위해 2018년부터 대당 2억~3억의 전기버스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이는 2025년까지 지속된다.

전기버스는 내연기관이 없기 때문에 차량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어 승차감이 좋다는 호평을 받지만, 언덕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에서 등판능력이 떨어지고 한 번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가 짧은 것은 보완해야 할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가 전기버스를 확대 보급하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기버스가 주행 시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등의 대기오염 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무공해 친환경 버스’라는 점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19일 보도자료에서 “버스 1대당 연간 주행거리가 약 85000km로 전기버스로 교체 시 오염물질 감축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기버스 자체는 대기오염 물질을 발생시키지 않지만, 우리나라 전력 생산체계에 따라 친환경성이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전기버스를 완벽한 친환경 버스로 정의하려면 발전 방식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태안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서울의 전기버스에 충전했다면 오염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장소가 달라질 뿐이다. 석탄과 LNG(액화천연가스)에 65% 정도를 의존하는 국내 전력 생산 구조가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전기버스를 보급하는 것이 환경개선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경유버스부터 전기버스로 교체해야

환경오염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경유 버스 대신 정작 대기오염 물질이 제일 적게 배출되는 CNG(압축천연가스) 버스가 전기버스로 대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버스는 일반 버스보다 2억 원가량 비싸서 경유 버스가 다수 운행 중인 지방 중소도시는 재정 부족으로 전기 버스 구매나 인프라 구축이 어려운 실정이다. 지자체와 운수업체가 재정 능력을 갖춘 대도시 중심으로 친환경적인 CNG 버스를 전기버스로 대체하는 숫자가 늘고 있다.

2018년 서울시가 발표한 전기버스 도입계획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체 시내버스의 40%가 넘는 3000대를 전기버스로 보급하고 전기버스 1대당 2억9200만 원을 지원한다. 8760억 원의 세금이 보조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앞서 서울시는 대기 질 개선을 위해 2000년부터 경유 버스를 CNG 버스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해 2014년 서울 시내 모든 버스를 CNG 버스로 교체한 바 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만에 막대한 세금을 들여 또 전기버스로 바꾸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서울시가 멀쩡한 CNG 버스를 먼저 바꾸는 건 예산 낭비”라며 “서울시의 마을버스나 지방 중소도시의 노후화된 경유 차량 등 매연을 내뿜는 차량부터 전기버스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산대비 환경개선 효과를 높이려면 경유 버스나 노후화된 차량을 우선 전기버스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관련 업계 전언이다.

김 교수는 “마을버스 같은 소형버스는 교체비용도 적게 들고 이런 버스가 다니는 곳은 충전기 설치도 안 된 곳이 많다. 중앙 정부의 보조금을 이런 데로 돌리면 소외계층을 배려하면서도 환경 개선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 | 사진=이유정 기자/에포크타임스

전기버스 보급과 탈원전은 모순되는 정책

한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전기료가 인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연료비(충전 비용)가 저렴하다’는 전기 버스의 장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달 보도자료를 통해 전기버스 연료비가 저렴해 연간 대당 약 1260만 원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신규 도입하는 시내버스 220대에 적용하면 연간 약 28억 원의 연료비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부의 전기버스 보급 확대 사업에서 전기 얘기는 빠져 있다”며 “전기버스 보급정책과 탈원전 정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은 전기버스 보급 초기라 심야 잉여 전력 등을 이용해 충당하고 있지만, 내년 상반기 전기차 예상 누적 대수는 20만대다. 탈원전 정책으로 전기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전기버스가 늘어날수록 전기 공급에 따른 요금 문제가 반드시 따라온다. 버스 요금이 오르면 지하철 요금, 택시비, 소비자 물가까지 줄줄이 오르기 때문에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다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지난 7월부터 전기차 보급을 위해 그동안 면제했던 충전기 기본요금을 50% 부과하기 시작했고 2022년 7월부터는 100% 부과된다. 한전 측은 원래 계획된 정책을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한전이 적자를 메우려고 꼼수를 부린다”며 “버스의 경우 충전기 기본요금을 충전 비용에 포함하는 바람에 전기버스 충전 요금이 많이 올랐다. 앞으로 더 오를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기버스로 전환하는 정책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CNG 버스로 교체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 전기버스 도입 사업을 시행하는 것은 ‘친환경’만 내세운 일종의 전시행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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