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수억 달러 자금으로 ‘선거 사유화’…선거법 위반”

이은주
2020년 12월 17일
업데이트: 2020년 12월 19일

준법선거 감시 공익법률단체, 16일 조사보고서 발표
민주당 텃밭 지역에 공화당보다 최고 280배 투표함 설치

더 많이 타갈 수 있도록 사람 파견해 신청서 작성 ‘코칭’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대선을 앞두고 비영리 선거지원 단체에 기부한 수억 달러의 자금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준법선거를 위한 공익법률단체 ‘아미스타드 프로젝트’가 16일(현지시각) 발표한 39쪽 분량의 보고서에 따르면, 저커버그가 미국 전 지역 선거당국에 제공한 총 5억 달러의 자금이 특정 유권자들에게만 과도한 편의를 제공하고,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에게 유리하도록 편향적으로 사용됐다.(보고서 PDF)

저커버그 자금 대부분은 비영리단체 기술·시민생활센터(CTCL)에 기부됐다. CTCL은 2012년 시카고에서 설립된 중도좌파 성향의 선거개혁 추진단체로, 민주당의 디지털 활동가를 양성하던 진보성향 ‘새로운 조직화 연구소’(New Organizing Institute·NOI) 출신들이 설립했다.

보고서는 CTCL이 올해 초 각 민주당 지지성향 지역에 대리인을 파견, 선거운영 자금 지원 신청서 작성을 돕는 활동을 전개했다고 밝혔다.

이 부분이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그동안 CTCL은 각 선거 사무국으로부터 선거계획이 담긴 자금 지원 신청서를 접수한 뒤, 이를 심사해 선거계획에 맞춰 운영비용을 지급했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CTCL은 소극적 역할만 수행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CTCL이 각 지역에 사람을 파견해 좀 더 적극적으로 이 과정에 개입했다는 게 이번 보고서의 핵심이다.

일례로, CTCL은 대선 경합주인 위스콘신주의 러신시(市)에 10만 달러(약 1억원)를 제공했는데, 다른 4개 지역과 통합적으로 선거 계획을 세워 더 많은 자금을 신청하도록 촉진하기 위해서였다.

이 결과로 러신시 등 5개 지역은 지난 6월 통합적 선거계획 구상을 담은 자금 지원 신청서를 CTCL에 제출했고 630만 달러(약 68억9천만원)를 제공 받을 수 있었다.

보고서는 이를 “일종의 선거 사유화(privatization)”라고 지적하면서 미국 선거 지원법(HAVA)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 법은 유권자들의 투표 접근성과 투표 시스템 개선을 위해 2000년에 제정됐다. 각 주에 선거 계획을 연방 공무원에게 제출하고 승인받도록 규정했다. 또한, 모든 자원을 모든 유권자들에게 동등하게 제공함으로써 평등선거 보장을 요구했다.

보고서는 저커버그의 자금이 민주당 지역에 흘러갔고, 결과적으로 공화당 지역에선 유권자 1명당 4~7달러가 지출된 반면, 민주당 지역 유권자에게는 7배가 넘는 47달러가 사용됐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강세지역인 필라델피아의 경우, 저커버그 자금은 거리 곳곳 투표 수거함 설치 및 수거함 내 투표지 수거 작업, 투표지 기재사항 누락 시 이를 보완해 유효표로 ‘수선’하는 작업인력 고용에 투입됐다. 민주당 지역의 유효표를 확대하는 데 쓰인 것이다.

이런 편의 제공은 공화당 지역에서는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민주당이 우세한 델라웨어 카운티(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이번 대선 때 4제곱 마일(약 10km²)당 1개, 유권자 4천명당 1개씩 투표 수거함이 설치됐다.

이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가 승리한 59개 카운티에서 1100제곱 마일(약 2849km²)당 1개, 유권자 7만2천명당 1개씩 설치됐던 것과 비교하면 최대 285배 촘촘하게 설치된 셈이다.

지역에 따라, 투표를 위해 몇 시간씩 직접 운전을 해야 할 수도 있는 미국 선거 특성상, 1시간 이내 혹은 평소 다니던 이동 동선에 투표 수거함이 설치됐을 경우 투표 편의성이 비약적으로 증대되는 것은 자명하다.

저커버그와 중국계 아내인 프리실라 챈은 총 5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하면서 신종 코로나(중공 바이러스) 확산으로 선거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모든 표가 집계될 수 있는 선거 인프라를 구축해 유권자들의 선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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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스타드 프로젝트 집행이사인 필 클라인 전 캔자스주 검찰총장(법무장관) | 필 클라인 제공

공익 법률단체 ‘아미스타트 프로젝트’는 이번 보고서에서 저커버그가 2020 대선에 쓴 거액의 자금이 오히려 유권자를 차별대우해 평등선거 원칙을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고서에서는 CTCL이 지역을 편중해 신청서 작성을 지원하고 자금을 제공한 행위가, 입법기관인 의회의 선거 계획과 상충되며, 행정기관인 주(지방)정부가 선거 시행에서 주(지방)의회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도록 유도했다고 덧붙였다.

에포크타임스는 코리 메이슨 러신시 시장과 페이스북에 이번 보고서와 관련한 논평을 요청했으나 응답받지 못했다.

아미스타드 프로젝트의 집행이사인 필 클라인 전 캔자스주 검찰총장은 보고서 발표 겸 개최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는 사실상 선거를 운영하는 그림자 정부”라고 주장했다.

클라인 전 검찰총장은 “정부는 선거를 관리할 책임이 있다. 우리는 입찰을 위해 선거를 하지 않는다”며 “선거를 관리하는 것은 정부의 일이며, 선거의 규모에 상관없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저커버그 외 민주주의 기금, 뉴벤처 펀드, 스콜 재단, 나이트 재단이 기부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선거운영자금 배분작업에는 CTCL 외에 전자혁신연구센터(Center for Electronic Innovation Research), 시민디자인센터(he Center for Civic Design), 집에서하는전국선거연구소(the National Vote at Home Institute), 안전하고현대적인선거센터(the Center for Secure and Modern Elections), 록더보트(Rock the Vote) 등의 단체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단체 모두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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