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사망설’, 후계구도에 영향 줄까

이지성
2011년 7월 8일
업데이트: 2019년 7월 22일


장쩌민(왼쪽에서 세 번째) 전 국가주석이 중공 지도부와 함께 2008년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모습. Liu Jin/AFP/Getty Images


 


장쩌민(江澤民·85) 전 중국 국가주석의 ‘사망설’이 해외 및 대만, 홍콩 언론을 중심으로 계속 나돌고 있다. 특히 홍콩 언론매체들의 보도 내용 및 입장은 매체의 특성별로 뚜렷하게 갈리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홍콩의 민간 텔레비전 방송사인 ATV(亞州電視)가 ‘장 전 주석이 병으로 서거했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한 반면,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 명보(明報), 성도일보(星島日報) 등 대다수의 신문들은 ‘장쩌민 사망에 대한 루머가 나돌고 있으나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식으로 신중하게 접근했다. 반면 친(親) 중공 성향의 중국어 신문인 문회보(文匯報), 대공보(大公報)는 아예 장쩌민 ‘사망설’에 대한 보도를 일체 하지 않았다.


 


가장 ‘용감한’ 태도를 보인 매체는 ATV였다. ATV는 6일 저녁 정규방송을 진행하던 도중 자막을 통해 장 전 주석이 병으로 서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ATV는 중국 당국이 아직 장 전 주석의 서거 여부에 대해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ATV는 정규 프로그램 대신 장 전 주석과 관련한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하겠다고 예고했다가 정작 예정된 시간에는 정규 프로그램을 그대로 방영하는 등 다소 오락가락한 태도를 보였다.


 


덩샤오핑은 사후 5시간30여분 만에 발표


 


장쩌민 전 주석의 ‘사망설’이 해외 및 대만, 홍콩 언론을 중심으로 나돈 가운데 장 전 주석이 사망할 경우 중국 당국이 언제, 어떤 식으로 이를 발표하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당국이 장 전 주석의 건강 문제에 대한 보도를 통제하고 있지만 막상 장 전 주석이 사망할 경우 이를 비밀에 부칠 이유가 없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명보에 따르면 덩샤오핑(鄧小平)이 1997년 사망할 당시 중국 당국은 5시간 반 정도 후에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덩샤오핑은 1997년 2월 19일 저녁 9시 8분에 사망했으나, 사망 사실은 5시간 30여분만인 다음날 오전 2시44분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발표로 세상에 알려졌다.


 


중국의 저명한 반체제 인사인 천쯔밍(陳子明)은 “최근들어 정치 지도자의 사망 소식이 며칠 동안 비밀로 남아있었던 적은 없었다”며 “장 전 주석이 식물인간 상태에 있을 가능성은 있지만, 그가 사망했는데도 중국 당국이 이를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천쯔밍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가 13년간 옥고를 치른 바 있다.


 


“장쩌민 ‘사망설’, 차기 지도부 선출에 영향”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의 ‘사망설’이 나돌면서 그가 사망할 경우 2012년 하반기로 예정된 중국 공산당의 차기 지도부 개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상하이방(上海幇: 상하이를 기반으로 권력을 다진 정치인을 지칭하는 말)의 수장인 장 전 주석은 2005년 5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끝으로 권좌에서 물러난 뒤에도 막후에서 ‘원로정치(元老政治)’를 통해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특히 장 전 주석은 내년 가을 중국 공산당 차기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막후 정치를 통해 상하이방과 태자당(太子黨: 혁명원로 및 고위간부 자제들로 구성된 정치인을 지칭)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설 것으로 관측돼 왔다. 중국 공산당은 2012년 가을에 열리는 제18차 전국대표대회(제 18차 당대회)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의 뒤를 이을 총서기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을 선출하게 된다.


 


3일 명보(明報)에 따르면 홍콩의 시사평론가인 류루이사오(劉銳紹)씨는 “장쩌민의 중국 공산당 창당 90주년 기념식 불참은 예사롭지 않은 일”이라면서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류 씨는 장 전 주석의 ‘건강악화’가 내년 가을로 예정된 중국 공산당 차기 지도부 선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장 전 주석의 ‘사망설’에도 불구하고 후 주석의 뒤를 이를 것이 확실시되는 시진핑(習近平) 부주석과 차기총리로 유력시되는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거취에는 변함이 없으나, 나머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류 씨는 관측했다.


 


장 전 주석이 사망할 경우 상하이방이나 태자당 출신들에게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중국 문제 전문가들은 장 전 주석이 중요한 정치적인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온 점을 들어 그의 이번 중국 공산당 90주년 기념식 불참을 예사롭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장 전 주석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당시 군대를 동원해 무력으로 학생들을 진압한 바 있다. 이어 학생들에게 온건한 입장을 보이였던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실각하면서 총서기를 맡아 2005년 5월 중국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16년가량 중국의 최고 지도자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 왔다.


 


中 정부, 인터넷서 장쩌민 ‘사망설’ 단속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의 ‘사망설’이 나돌았던 지난 6일 중국 정부가 인터넷상에서 관련 보도와 정보에 대한 검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는 ‘장쩌민’과 ‘심근경색증’, ‘총서기’ 등 장 전 주석과 관련된 단어들의 검색 결과가 제한됐다.


 


또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장 전 주석의 건강에 관한 개별 보도를 금지하는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의 글이 웨이보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 글은 “각 매체가 개별적으로 보도하지 말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보도를 기준으로 삼으라고 당국이 지시했다”고 밝혔으나 출처와 진위 여부는 불분명하다. 일각에서는 이런 정황을 토대로 장 전 주석의 건강상태에 대한 정보가 밖으로 유출되는 것을 중국 정부가 막기 위해 인터넷 단속에 나섰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한편, 관영 신화통신은 7일 “장 전 주석이 병으로 사망했다는 최근의 몇몇 외국 언론의 보도는 순전히 소문일 뿐이다”고 짧게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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