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권 KAIST 교수 “中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韓에 새로운 기회”

이가섭
2021년 11월 9일
업데이트: 2021년 11월 10일

글로벌 자동차 기업,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1순위가 기업”
“韓, 높은 중국 의존도 탈피하고 수출선 다변화 해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일 중국을 겨냥해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촉구하자 미·중 사이에서 한국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는 기밀 정보를 제외한 반도체 자료를 미국 정부에 제출했다. 미국의 자료 제출 요구에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짜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한국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에포크타임스는 장석권 카이스트 초빙석학 교수(한국공학한림원 산업미래전략위원장)를 만나 자세한 내용을 들어봤다.

장석권 교수는 “중국을 배제한 미국 중심의 글로벌 밸류 체인(GVC: Global Value Chain) 재편은 한국에 기회”라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 시장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중국의 전력난 위험, 미중 패권경쟁 등을 이유로 중국산 배터리 사용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기업들은 배터리 공급처를 다변화하거나, 장기적으로는 기술을 공급하는 기업과 합작법인(Joint Venture, JV)을 만들어서 배터리를 직접 생산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때, 합작법인 검토 대상 1순위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이 장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 전기차 배터리의 전세계 시장은 중국과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SNE 리서치 9월 발표에 따르면 올 1~8월 중국 기업 CATL과 BYD는 점유율 30.3%와 7.7%에 달하며 각각 1위와 4위를 차지했다. 국내 배터리 3사(LG 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은 37.1%로 나타났다.

장 교수는 “한국에 기회라는 점은 단순히 한국이 생산해서 공급하는 물량이 늘어난다는 뜻은 아니”라며 “회사의 지배 구조가 합작 법인으로 바뀌는 것도 포함된다”라고 말했다.

즉, 한국과 미국 기업의 합작법인이 미국에 공장을 지어 미국 자동차 회사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이렇게 되면 글로벌 완제품 생산업체와 한국이 ‘긴밀히 결합하는(tight coupled)’ 상생 구조가 만들어진다”라며 “한국 기업이 혼자 독식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협력해서 나눠 먹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협력은 이미 이뤄지고 있다. 앞서 SK온은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미국 현지 배터리 공장 설립을 위해 약 13조5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 지난 2일(현지시간)에는 미국을 방문한 SK 최태원 회장이 2030년까지 미국에 61조원 규모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장 교수는 이를 두고 “SK가 글로벌 밸류 체인(GVC) 재편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배터리 글로벌 순위를 바꿀 기회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전세계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 반도체의 사정은 어떨까?

장 교수는 “미국 상무부가 8일까지 반도체 기업에 자료를 요구한 것에는 2가지 목적이 섞여 있다”며 “중국의 IT 경쟁력 증대를 막고 국내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급사 입장에서는 자료를 제출했을 때 가격 협상력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할 수 있다”면서도 “오히려 한국 기업을 키우겠다는 것이니 한국 기업은 협력하는 것이 좋다”라고 제언했다.

또 한국의 반도체 수출량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하는 것도 직면 과제로 꼽았다.

장 교수는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소재, 부품, 장비 분야에서 강세를 보인다”라며 “그렇기에 한국은 높은 중국 의존도를 탈피하고 수출선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CCTV 카메라, TV, 로봇 등 완제품을 한국이 직접 생산해 중국을 거치지 않고 미국으로 가는 채널을 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 부담을 갖고 있다고 장 교수는 말했다.

그는 “미중 가치 사슬 디커플링 과정에서 정치와 경제가 얽히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다”라며 “지금 한국 기업들이 정치적으로 부담을 가진 것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일본 반도체 공급망 문제가 터졌을 때, 사람들은 공급망 문제를 어떻게 풀지보다 친일이냐, 반일이냐를 물었다”며 “지금은 친중이냐, 반중이냐를 묻는다”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글로벌 밸류 체인 재편을 주도하는 미국이 가이드라인을 잘 만들 필요가 있다”라며 “어떤 식의 가치 동맹을 구축할 것인지 등의 정보를 공유하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이 가운데 한국은 기회가 왔을 때 글로벌 비즈니스 게임을 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취재본부 이가섭 기자 khasub.lee@epochtimes.n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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