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울지 않는다”던 구두닦이 달인 눈물 쏟게 만든 제작진의 한 마디

이서현 기자
2019년 10월 5일 업데이트: 2019년 10월 6일

경기도 광주의 작은 구둣방. 36년 경력 박일등(당시 52세) 달인의 일터였다.

달인은 2016년 12월 SBS ‘생활의 달인’에 출연했다.

그의 단골들은 “대한민국에서 구두 광이 이렇게 잘 나오고 오래가는 데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SBS ‘생활의 달인’

광을 내는 달인만의 비법은 바로 맨손으로 작업하는 것.

오른손에 구두약을 묻혀서 구두에 발랐다. 왼손은 구두 안에 넣어서 주름 사이사이를 잘 닦을 수 있도록 지지했다.

달인은 “손으로 닦아야 구두약이 미세한 피부에 들어가듯 구두가죽에 골고루 들어간다”라고 설명했다.

SBS ‘생활의 달인’

달인의 손은 새까만 구두약으로 물들어 있었다. 구두에 손이 쓸려 쓰라릴 땐 촛농을 떨어트리며 고통을 참았다.

달인은 “저는 제 직업에 자부심과 긍지를 가져요. ‘이 손이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해 주는구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라고 말했다.

늦은 점심시간, 달인은 라면에 찬밥 한 덩이를 말아 허기를 면했다. 시간을 아끼려고 숟가락도 없이 거의 마시다시피 했다.

그래야 은행 퇴근 시간 전에 구두 한 켤레라도 더 수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인이 매일 독한 구두약을 견디고 시간을 쪼개며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단 하나. 모두 가족 때문이었다.

SBS ‘생활의 달인’

오후 작업을 마치고 본인도 모르게 잠시 잠이 든 달인.

그때 제작진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대야를 들고 나타났다. 달인이 의아해하자 제작진은 이렇게 말했다.

“저희가 손 한번 닦아 드리려고요”

제작진의 말에 달인은 말을 잇지 못했고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훔쳤다.

SBS ‘생활의 달인’

촬영 기간 내내 “사나이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고 말했던 달인이었다.

달인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냐며 “벗겨질까요?”라는 말로 제작진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했다.

제작진은 비누 거품을 내서 달인의 손을 정성스럽게 닦았다.

또 ‘저희가 많이 배워서 감사드립니다’라는 자막으로 달인을 향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긴 세월 달인의 손에 지문처럼 각인된 구두약을 결국 다 지우지 못했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을까. 구두약이 묻은 달인의 손이 누구보다 정직하고 깨끗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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