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의 작은 구둣방. 36년 경력 박일등(당시 52세) 달인의 일터였다.
달인은 2016년 12월 SBS ‘생활의 달인’에 출연했다.
그의 단골들은 “대한민국에서 구두 광이 이렇게 잘 나오고 오래가는 데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광을 내는 달인만의 비법은 바로 맨손으로 작업하는 것.
오른손에 구두약을 묻혀서 구두에 발랐다. 왼손은 구두 안에 넣어서 주름 사이사이를 잘 닦을 수 있도록 지지했다.
달인은 “손으로 닦아야 구두약이 미세한 피부에 들어가듯 구두가죽에 골고루 들어간다”라고 설명했다.

달인의 손은 새까만 구두약으로 물들어 있었다. 구두에 손이 쓸려 쓰라릴 땐 촛농을 떨어트리며 고통을 참았다.
달인은 “저는 제 직업에 자부심과 긍지를 가져요. ‘이 손이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해 주는구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라고 말했다.
늦은 점심시간, 달인은 라면에 찬밥 한 덩이를 말아 허기를 면했다. 시간을 아끼려고 숟가락도 없이 거의 마시다시피 했다.
그래야 은행 퇴근 시간 전에 구두 한 켤레라도 더 수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인이 매일 독한 구두약을 견디고 시간을 쪼개며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단 하나. 모두 가족 때문이었다.

오후 작업을 마치고 본인도 모르게 잠시 잠이 든 달인.
그때 제작진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대야를 들고 나타났다. 달인이 의아해하자 제작진은 이렇게 말했다.
“저희가 손 한번 닦아 드리려고요”
제작진의 말에 달인은 말을 잇지 못했고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훔쳤다.

촬영 기간 내내 “사나이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고 말했던 달인이었다.
달인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냐며 “벗겨질까요?”라는 말로 제작진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했다.
제작진은 비누 거품을 내서 달인의 손을 정성스럽게 닦았다.
또 ‘저희가 많이 배워서 감사드립니다’라는 자막으로 달인을 향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긴 세월 달인의 손에 지문처럼 각인된 구두약을 결국 다 지우지 못했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을까. 구두약이 묻은 달인의 손이 누구보다 정직하고 깨끗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