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충수된 디디추싱 규제…시진핑, 왜 하필 지금 단행했나

2021년 8월 12일
업데이트: 2021년 8월 12일

시진핑 정권이 최근 강력한 규제책을 연달아 내놓으며 자국 기업들을 옥죄고 있는 가운데, 그 이유가 시진핑의 ‘정세 판단’에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현 국제 정세가 거액의 손실을 감수하고서도 사회주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시진핑이 판단했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지난달 사실상 사교육을 금지했다. 사교육비 부담으로 젊은 부부들의 출산율이 떨어졌다는 이유다. 높은 교육열에 힘입어 성장가도를 걷던 대형 업체들은 주가가 반토막 났다.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해 사교육 시장이 타도됐다.

비슷한 시기,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은 상장 폐지 검토설이 나올 정도로 강력한 처벌을 받았다. 중국 당국은 디디추싱이 사용자 정보 등 핵심 데이터를 외부에 유출할 우려가 있다며 모든 앱마켓에서 삭제했다. 디디추싱은 회사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

지난 6월말 뉴욕 증시 상장에 성공한 디디추싱은 이 조치로 7월말 주가가 40% 이상 떨어졌다. 다른 중국 기업들도 주가에 폭격을 맞았다.

글로벌 금융정보 및 분석 애플리케이션 제공업체인 팩트셋(FactSet)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시가총액은 4천억 달러 이상 증발했다. 중국 기업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피해는 기업과 투자자에만 머물지 않을 전망이다. 규제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공포심이 되살아나면서 중국이 향수 45조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공포에 빠진 투자자들은 시진핑의 다음 ‘규제 타깃’이 어디인지 추측하기 바쁘다. 시진핑이 거액의 손실을 빤히 알고도 규제를 단행한 이유에 대한 추측이 분분하다. 디디추싱이 당 고위간부 정보를 유출해 괘씸죄에 걸렸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시진핑이 왜 규제를 가했느냐보다 왜 이 시점에 실행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0일 중국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내년 10월 제20차 전국 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연임을 노리는 시진핑의 권력 틀어쥐기라고 전했다. 정권에 잘 따르지 않는 민간기업을 벌준다는 것이다.

서방 시장경제에 맞서는 공산당 사회주의 경제체제 구도를 더 뚜렷이 하려는 목적도 있다. 상하이정치법률대학 교수는 “시진핑은 현재 동방이 상승하고 서방이 하락한다고 믿는다”며 시진핑은 지금이 새 판을 짜기에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5년간 시진핑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한 무역전쟁, 반도체 가뭄, 화웨이 규제, 틱톡 저격,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국경폐쇄 등으로 답답한 시기를 겪었다.

하지만 새로 들어선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강경책 일변도의 트럼프 행정부 접근법을 바꿔, 손잡을 것은 손잡고 경쟁할 것은 경쟁하는 상대로 중국을 대하기 시작했다. 시진핑 정권에도 조금씩 숨통이 트였다.

마침 서방 각국은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따라서 시진핑은 지금이 서방사회에 반격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사교육 규제와 알리바바·디디추싱 등 대형 민간기업, 빅테크 기업 길들이기이자 사회주의 강화 조치다.

호주의 중국 정치 전문가 리처드 맥그리거는 지난 9일 닛케이 기고문에서 “시진핑의 최우선 과제는 국제 투자자 보호가 아니라, 당을 보호하고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투자자들의 손실은 시진핑의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중국 문제 전문가들은 시진핑의 기업 다스리기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본다. 베이징의 리서치기업 플레넘의 파트너 분석가인 펑추청은 “기업 규제는 이제 서막이 올랐을 뿐이다”며 규제 폭풍이 다가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만 경제학자 우자룽은 이번 규제 조치가 “중국 공산당의 기업 공격”이라며 “목표는 부의 재분배”라고 주장했다. 민간기업에 몰린 부를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우자룽은 “시진핑 집권 후 숙청된 중국 기업들을 자세히 살펴본 결과 모두 성장과정에서 정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가는 성공하고 난 뒤 자본주의, 시장경제 도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시진핑은 다시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제를 철권 통치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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