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찰 경호 시스템 다시금 비판… 아베 전 총리 부인 탑승 차량 경찰이 추돌

경찰 경호 시스템 전반이 문제라는 비판 확산
최창근
2022년 07월 26일 오후 4:21 업데이트: 2022년 07월 26일 오후 4:21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암살 사건 시 ‘경호 실패’ 논란을 낳은 일본 경찰의 요인 경호 시스템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이번에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부인 아베 아키에(安倍 昭恵)가 탑승한 승용차가 추돌 사고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NHK 등 일본 현지 언론들은 7월 25일 오전 일본 도쿄 지요다구를 지나는 수도 고속도로에서 아베 아키에를 태운 경호용 승용차를 뒤따르던 다른 경호차가 추돌했다고 보도했다. 부상자는 없었고 경호차 외 다른 차량이 추가 추돌하지는 않았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운구 차량에 탑승한 아베 아키에 | 연합뉴스.

추돌 사고 발생 지점은 합류로 인해 차로가 줄어드는 구역이었다. 도쿄를 관할하는 경시청(警視廳)은 경호 차량 운전자인 순사부장(巡査部長·한국 경사에 해당하는 하위직 경찰)이 당시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7월 8일 발생한 아베 신조 전 총리 피살 사건과 관련한 경찰의 책임론이 계속되고 있다. 총격범 야마가미 데쓰야가 아베 전 총리 등 뒤 7~8m 거리까지 접근하는 동안 그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1차 총격과 2차 총격 사이 약 3초간의 간격이 있었으나 현장에 있던 경시청 소속 경호원(SP)들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건 발생 두 달 전 진행했던 SP들의 요인 경비 훈련 영상이 온라인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경호 시스템 및 경찰 제도 전반의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지방자치제를 실시하고 있는 일본은 경찰제도도 ‘지방자치경찰’이 근간을 이룬다. ‘국가경찰’도 별도로 존재한다. 국가·지방 경찰 초직은 제도적으로 결합돼 있다. 이를 통합형 경찰제도라고 한다.

일본 경찰은 외형적으로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이원적 구조지만, 경찰청을 정점으로 한 전국적 통일 조직이다. 이 때문에 국가경찰제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일본 ‘국가경찰’ 본산은 경찰청(警察廳)이다. 내각부(內閣府·총리실) 산하 특별행정기관으로서 내각부의 직접 통제가 아닌 국가공안위원회 소속 기관이다. 국가공안위원회는 내각 국무대신(國務大臣·장관 해당)이 맡는 위원장 외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임기는 5년으로서 공안위원은 임명 전 5년간 검찰·경찰 관련 직무를 수행한 적이 없는 자를 총리가 국회 양원(兩院·중의원과 참의원)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경찰 조직의 수장(首長)인 경찰청 장관(長官·청장)은 국가공안위원회가 총리의 승인을 얻어 임명한다.

일본 수도 도쿄도 지요다구 카스미가세키(霞が関)에 자리한 경시청 청사. 뒷편 건물은 정부 중앙합동청사 2호관으로서 경찰청이 입주해 있다. | 도쿄도.

지방경찰 조직은 일본 광역지방자치단체인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별 ‘경찰본부’를 중심으로 편성돼 있다. 기타 도(道·홋카이도)·부(府·교토부, 오사카부)·현(縣·기타 43개 현) 경찰 조직은 경찰본부라고 하지만 수도 도쿄도(都)를 관할하는 조직은 특별히 ‘경시청(警視廳·Metropolitan Police Department)’이라 칭한다. 1874년 만들어진 명칭으로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를 관할하는 ‘광역경찰청(廣域警察廳·Metropolitan Police Service)을 모델로 창설됐다. 책임자도 ‘경찰본부장’이 아닌 ‘경시총감(警視總監)’이다. 경시총감은 정규 경찰계급상 최고 계급으로서 경찰청 장관에 이은 유일무이한 경찰 2인자다. 기타 도도부현 경찰본부장은 규모에 따라 경시감(警視監·한국 치안감에 해당)이나 경시장(警視長·한국 경무관 해당)이 맡는다.

일본 경찰 최대 규모 조직인 경시청은 ‘수도경찰’ 특성상 일상 치안 업무 외 도쿄 소재 각급 행정기관 및 주일(駐日) 외교공관 경비 업무도 담당한다. 일왕을 비롯한 왕족, 총리 등 요인 경호도 주 업무이다. 그중 요인 경호 경찰을 ‘시큐리티 폴리스(Security Police·SP)’라고 한다. 경시청 경비부 경호과 경호 전담 조직이다. 영어 약칭 ‘SP’라 칭하는 조직은 1975년 미키 다케오 총리가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 장례식에 참가했다가 장례식장에서 ‘대일본애국당’이라는 우익 정치단체가 보낸 괴한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후 요인 경호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창설됐다. 미국 대통령 경호 전담부처를 모델로 했다. 경호과 휘하 4명의 현장 ‘관리관’ 아래 경호관리계, 기동경호계, 경호 제1계(총리 경호), 경호 제2계(참·중의원 의장, 부의장, 최고재판소장, 국무대신 경호), 경호 제3계(국빈, 공빈 및 외교사절단 단장 또는 이에 준하는 자 경호), 경호 제4계 (정당 인사 또는 지정 대상자 경호) 등 6개 계, 총리 관저 경비대로 구성된다. 그중 아베 신조 전 총리 경호를 담당했던 것은 경호 제4계이다. 경호과 소속 경찰관 수는 200~300명에 불과하여 만성 인원 부족 상태이다. 이 때문에 요인 경호 시에는 전문 경찰관이 아닌 지방경찰본부 소속 경찰관이 투입돼야 한다. 아베 신조 전 총리 경호 실패 문제도 이에 기인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베 전 총리 피격 당시 용의자 체포가 아닌, 요인 안전 확보 역할을 수행한 SP는 사실상 1명뿐이었다.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일본 경찰은 아베 신조 전 총리 피살에 이은 아베 아키에 여사 탑승 차량 추돌 사고로 인하여 다시 한번 비판의 대상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