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삼성·TSMC 줄줄이 미국행…반도체 판도 지각변동 온다

임연
2021년 4월 8일
업데이트: 2021년 4월 8일

세계 주요 반도체 대기업과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들이 글로벌 지정학적 환경과 반도체 수요에 맞춰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다. 전문가는 현재의 정치∙경제적 환경이 미래의 반도체 부족 문제를 피하는 데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 제임스 크래브트리 부교수는 최근 닛케이아시안리뷰 홈페이지 기고문에서 인텔에 이어 삼성, 대만 TSMC가 미국에 공장을 새로 짓는 것은 미국이 앞으로 중국과의 충돌로 어떠한 위기를 겪더라도 반도체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좀 더 심층적으로 보면, 인텔의 최근 결정은 반도체 산업의 개방적인 세계화 시대가 곧 끝나고 또 다른 복잡한 지정학적 체제가 도래할 것이란 사실을 부각한다.

그동안 대다수 반도체 설계회사들은 투자자들의 압력으로 수익을 올리기 위해 국내 제조를 완전히 포기하고 TSMC 등 파운드리 회사에 아웃소싱해왔다. 이런 전략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글로벌 분산생산 시기에는 가능했을지 몰라도 지금과 같은 정치 환경에서는 더 이상 장려할 수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의 매슈 포틴저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은 최근 WSJ 기고문에서 미국 기업의 CEO들에게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취약한 아시아 공급사슬 의존도를 늘릴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최근 스웨덴 의류 브랜드 H&M과 미국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등이 중국에서 중공 정부와 연관된 기관의 사이버 보이콧을 당함으로써 외국 회사들은 중국 공급사슬 리스크에 대해 더욱 우려하고 있다.

한 전직 미국 고위 안보 관리가 앞서 밝힌 것처럼, 유사 시 대만산 반도체 공급이 끊기면 미국은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최근 수에즈운하에서 대만 화물선이 멈춰선 것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반도체 부족은 미국에 OEM 업무 재검토하게 해

보스턴 컨실팅 그룹(BCG)에 따르면 미국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1990년 37%에서 2020년 12%로 하락했다. 전염병으로 인해 자동차, 가전, 전자제품 등의 생산 부문에 반도체 부족 사태가 벌어졌고, 이런 현상은 반도체 공장이 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부각했고, 반도체 설계 기업이 자체 생산으로 돌아갈 것을 고려하게 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아시아 지역의 반도체 파운드리들이 중국과 너무 가까운 데 대해 미국이 우려를 표시했고, 미 의회, 트럼프 전 대통령 정부, 바이든 현 대통령 정부가 모두 반도체를 미국에서 제조하도록 장려하기 위한 지원책을 내놨지만, 자금이 아직 투입되지 않았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화웨이, ZTE 등 특정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의 잇따른 제재 후 바이든 정권의 산업 지원 정책은 보다 명확해졌다.

지난 2월 반도체 등의 공급사슬을 조정하는 대통령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칩 하나를 손에 들고 “우표보다 작은 이 칩에는 80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 있다. 이게 바로 혁신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마법의 힘을 가진 부품”이라고 말했다.

공급사슬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백악관과 의회 모두 자국산 반도체 산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만은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 22%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한편 중국은 반도체 산업 개발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함으로써 2030년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24%를 달성해 대만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법안, 미국에 공장 짓는 기업 위해 보조금 제공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내놓은 2조 3000억 달러(약 2570조) 규모의 인프라 프로젝트에는 반도체 제조와 연구에 500억 달러(약 56조)를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지난 1월 국회 양당이 통과시킨 국방법의 ‘반도체 법’(CHIPS 법안)에 연구 권한과 보조금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법안은 미국 내에서 제조하는 반도체를 늘리고, 필수 부품에서 중국산 컴퓨터 칩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사업당 최대 3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에 공장을 지은 기업이라면 누구나 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인 대만 기업 TSMC는 지난해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지원으로 120억 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해 트럼프 정부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최신 법안에 따르면 TSMC 역시 미국 정부의 반도체 업종 우대 정책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아칸소주의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도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보수파이자 야당 의원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이 분야에서 바이든 정부와 공통된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인텔, 200억 투자해 미국에 새 공장 두 곳 건설

인텔의 신임 CEO, 팻 겔싱어는 지난 3월 하순, 200억 달러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2개를 새로 짓는 등 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을 대폭 확대해 외부 고객사에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겔싱어가 지난 2월 인텔 CEO로 취임한 뒤 첫 공개 연설에서 밝힌 메가톤급 메시지다. 겔싱어는 또 인텔이 자체 설계, 판매한 제품 외에 다른 회사에도 칩을 위탁 생산하겠다고 약속했다.

인텔은 현재 미국에 4개의 반도체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증축 중인 애리조나주 외에 매사추세츠주, 뉴멕시코주, 오리건주에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다. 이 밖에 인텔은 아일랜드와 이스라엘에서도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으며 중국 다롄(大連)에 플래시 메모리 공장을 두고 있다.

구체적인 투자와 관련해 도널드 파커 인텔 부회장은 자신들이 200억 달러를 자체적으로 투자했지만, 바이든 정부 그리고 다른 나라 정부와 협상해 제조능력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를 받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TSMC, 삼성전자 투자 확대

현재 반도체 생산량과 기술력에서 선두주자는 TSMC와 삼성전자다. 파운드리 영업 수입의 50% 이상을 TSMC가 차지한다.

TSMC는 지난 2일 성명서에서 향후 몇 년간의 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를 투자해 생산능력을 향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추세를 추동하는 것은 5G와 높은 컴퓨팅 능력의 성장이며, 전염병 사태 역시 이를 가속하고 있다.

연구기관인 뉴 스트리트 리서치(New Street Research)의 애널리스트 피에르 페라구에 따르면 TSMC가 앞으로 3년간 지출할 1000억 달러는 이 회사가 지난 3년간 지출한 돈의 두 배가 넘는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약 1160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생산을 다원화할 계획이다.

세계 3위의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인 미국 회사 글로벌파운드리즈(GlobalFoundries)는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해 자본 투자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글로벌파운드리즈의 톰 콜필드 CEO는 지난 2일 “전염병 사태 이후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종이 향후 5년간 연평균 5%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는 이 숫자의 배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것은 일종의 구조적인 전환으로, 반도체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보편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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