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히잡, 국민 억압 수단으로 변질…자유·인권 회복 위해 멈추지 않을 것”

이란 출신 박씨마 목사
이윤정
2022년 11월 29일 오후 10:18 업데이트: 2022년 11월 29일 오후 10:41

이란에는 정권만 있을 뿐 인권은 없다
히잡 시위로 시작해 정권교체 혁명으로
교과서 속 하메네이 사진 훼손한 어린이도 체포

지난 9월 20일, 이란에서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갑자기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이란 전역에서 3개월 넘게 항의와 반정부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독일, 미국, 캐나다 등 세계 곳곳에서 이에 동참하는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이란 대사관 앞, 강남 테헤란로 등에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 출신 박씨마 목사도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에포크타임스는 11월 29일, 한국에 귀화해 43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는 박 목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10월 17일(현지 시간) 터키 이스탄불 주재 이란 영사관 밖에서 이란 여성들이 마흐사 아미니(22)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이란에서 한국인 남자를 만나서 결혼했고, 1979년 이란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 남편과 함께 한국으로 왔습니다. 귀화하면서 남편 성을 따라 박씨가 됐고, 씨마는 이미지(image)라는 뜻인데 어릴 때 부모님이 불러줬던 이름입니다. 아들 둘은 결혼했고, 현재 한국에서 페르시아어를 쓰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목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마흐사 아미니 사건 이후 3개월이 넘었습니다. 현재 이란의 상황은 어떤가요?

“처음엔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으로 인해 시위가 시작됐지만, 지금은 오히려 혁명으로 가고 있죠. 히잡이 발단이 됐지만, 이란 사람들은 지금 이 정권을 뿌리째 뽑아내기 위해 다들 애쓰고 있는 겁니다. 전국적으로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고 사람들이 엄청나게 죽어 나가지만, 그럴수록 더 많은 사람이 모이고 있습니다. 이란 정부는 쿠르드족이 많이 사는 코르데스탄주, 후제스탄주 같은 곳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어요.”

-시위 시작 후 지금까지 300~400명이 죽었다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기록은 믿을 수 없습니다. 2019년 11월에도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를 무자비하게 진압하면서 3일 만에 1500명을 죽였어요. 지금 이 시위는 3개월이 넘었는데 400여 명이 사망했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어마어마한 숫자의 사람들이 죽었을 거로 생각해요.”

-이런 전국 규모의 시위를 여성이 주도하는 건 처음이라고 하던데요.

“예전에도 여성들이 시위를 많이 했어요. 이슬람 혁명 당시 호메이니가 공언한 것 중에 강제로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없었기 때문에 히잡 착용 의무화에 대해 여성 3000여 명이 들고 일어났어요. 그 당시 외쳤던 구호가 ‘왜 우리를 과거로 보내려 하는가’였습니다. 정부가 한발 물러서는 듯하다가 조금씩 강제화해왔고 이슬람 정권이 힘을 얻고부터는 하도 사람을 죽이니까 좀 줄어들었을 뿐 계속 있어 왔습니다.”

박 목사는 “이란 사람들이 시위하는 이유는 빵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유를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 임호/에포크타임스

-도덕 경찰이 따로 있다는 것도 특이합니다.

“여성들의 복장을 단속하는 경찰입니다.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하거나 옷의 길이가 짧거나 하면 단속의 대상이 되는 거죠. 일단 잡혀 들어가면 돈 주고 보석으로 풀려 나오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 몇 년씩 징역을 살기도 합니다. 문제는 잡혀서 구금되는 과정입니다. 여성들이 저항하면 때리면서 굉장히 심하게 다룹니다. 마흐사도 그래서 머리를 다치게 된 거죠.”

-히잡 시위에 남성들도 참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들도 히잡 착용에 반대하는 건가요?

“남성들이 시위하는 이유는 더는 히잡 때문이 아니라 혁명을 위해서입니다. 그들도 여성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으면 남성의 자유도 없어지고, 여성을 억압하는 것이 결국 남성까지도 억압하게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궁극적으로는 여성들을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이 정권의 뿌리가 뽑히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반정부 시위에 동참하는 겁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이란 선수들이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국가를 안 불렀다고 하던데요.

“안 불렀다기보다 일종의 쇼를 한 거로도 보입니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그곳에서 선수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그런 의사를 표명해주길 바랐는데 아쉽습니다.”

-이란의 전반적인 인권 상황은 어떤가요?

“이란에서 인권이라는 단어는 의미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란에는 정권만 있을 뿐 인권은 없습니다. 언론의 자유도 없어요. 지금 기자들도 많이 잡혀 들어가 있죠.”

“특히 여성들은 이른바 상류 직업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여성은 판사나 대통령도 될 수 없어요. 여성이 여행 가려면 남편의 승낙서를 공식 제출해야 여권이 발급됩니다. 남편이 없으면 집안 어른, 세대주 남자, 오빠나 아버지의 승낙서라도 있어야 합니다. 여성 혼자서는 국내 여행조차 쉽지 않아요. 기관에 보고도 해야 하고 여기처럼 편안하게 어디 호텔에 들어가고 할 수도 없어요. 자유가 없는 거죠. 여성들이 많이 희생되기는 하지만, 남성도 인권이 없는 건 똑같습니다.”

이란 이슬람혁명 30주년을 맞아 테헤란에서 학생들이 당시 혁명을 주도했던 최고 종교 지도자 호메이니(좌)와 현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 연합뉴스

-히잡의 기원은 이슬람 종교 전통이며,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히잡이 의무화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히잡이 이슬람에서 나온 건 맞지만 현재 이란에서 히잡을 강요하는 건 종교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이슬람 국가 중 히잡을 안 쓰는 나라도 많아요. 이란도 예전엔 히잡 착용은 개인의 선택이었지 의무 사항이 아니었어요.”

-이슬람 혁명 전 이란 여성의 삶은 어땠나요?

“믿기 어렵겠지만 제가 어릴 적엔 히잡이 강제 사항이 아니었고,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녔을 정도로 자유가 있었어요. 히잡은 엄마들이 많이 썼는데, 주로 독실한 신자임을 나타내기 위해서였고 굉장히 편하게 썼어요. 지금처럼 억압적 분위기에서 썼던 게 아닙니다. 팔레비 시대는 오히려 히잡을 벗게 하려고 애썼던 정부였는데 혁명 이후에 강제 사항이 된 거죠. 지금 히잡은 정권이 국민을 억압하고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고, 특히 여성의 손발을 묶어서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들었습니다.”

-히잡 시위에 참여하시는 이유와 목적은 무엇인가요?

“하메네이가 종교 지도자가 됐고 지금까지 독재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정권과 타협해보라고 하는데 이 정권은 협상이 안 됩니다. 그래서 반정부 시위를 하는 것이고요.”

“이란에서 이번 시위 때문에 죽은 사람도 많지만, 감옥에 구금된 사람들 숫자가 엄청나게 많아요. 특히 여자들은 성폭행당하는 경우가 많고 사형시키겠다고도 합니다. 시위했다고 사형당하면 그런 나라에서 어떻게 살겠습니까. 절대 있어선 안 되는 이런 일들을 저지하기 위해 우리가 노력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정부에서 공식 발표한 사망자 중 60명 이상이 아이들입니다. 이게 전쟁도 아닌데 학교까지 들어가서 아이들을 잡아가고 있어요. 대학은 말할 것도 없고 중·고등학교까지 들어갑니다. 시위에 참여한 아이들뿐 아니라 교과서에 나오는 하메네이 종교 지도자 사진을 찢었다고 잡아갑니다. 공산당도 아니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멈추고 싶은 게 우리의 바람입니다. 그래서 언론을 통해 세계에 알리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히잡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확산한 이유가 장기화한 경제 문제나 생활고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많은 분이 그런 질문도 하시는데 잘 모르고 하는 말씀입니다. 물론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것 때문에 시위하는 건 아닙니다.”

“시위 구호를 들어보면 빵을 달라는 외침은 전혀 없습니다. 이 사람들은 경제가 문제가 아니라 자유가 문제라는 겁니다. 이 정권의 뿌리를 뽑아서 자유를 얻고 나면 빵 문제, 경제 문제도 다 해결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겁니다. 많은 회사가 파업 상태이고, 상인들은 가게 문 닫고 나와서 시위를 하고 있어요. 그 사람들이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힘을 합쳐서 이 일을 이뤄내지 않으면 영원히 억압받고 살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겁니다. 이들은 되돌아갈 수 없고, 끝날 때까지 직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젊은이들도 시위에 참여하나요?

“10대, 20대 청년들도 시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인터넷 시대이고, 뭐든 명백하게 보고 아는 세대라 우리하고는 또 달라요. 우리 세대야 정부 말을 많이 믿었지만, 이 아이들은 더는 그런 거짓말을 안 믿죠.”

박 목사는 “시위에 참여했거나 교과서에 나오는 하메네이 종교 지도자 사진을 찢었다고 어린 아이들까지 잡아다 죽이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 임호/에포크타임스

-이번 시위가 이란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그게 우리의 바람이고 희망입니다. 비록 이란의 정권 교체를 바라고는 있지만 우리는 외부에 있는 입장이라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밖에 해줄 수 없습니다. 외국에 있는 이란 사람들이 이란에서 파업 중인 사람들의 생계를 위해서 모금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이란 정부의 시위 강경 진압과 관련해 국제 진상 조사단을 꾸리기로 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이 조항을 막으려고 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중국 정부는 이란 정권과 절친입니다. 지금 중국 정권은 이란 정부와의 계약을 통해 많은 이익을 보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반대할 겁니다. 25년 동안 중국은 이란 바다에서 얼마든지 고기 잡을 수 있다는 계약서도 썼고요. 이란 내 많은 부분을 중국이 이용하고 있어요.”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은 지난해 3월 중국과 장기 협력 협정 체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국영 IRIB 텔레비전에 출연해 중국과의 수교 50주년을 맞아 향후 25년간 정치·전략·경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하는 문서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했다. 협정문에는 경제 분야 중심의 포괄적 협력 및 민간 분야의 협력,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 사업에 이란이 참여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란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저희는 희망적으로 봅니다 이 정권의 뿌리가 뽑힌다면 이란은 많은 희망이 있습니다 이란은 지하자원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너무 많은 나라예요. 이란에 평화가 온다면 정말 전 세계에 평화가 올 겁니다.”

“이란에서 시위가 이어지는 한 저희도 멈출 수 없습니다. 이란의 변화에 따라 저희도 변하겠죠. 정권이 바뀔 때까지 계속 노력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