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코로나로 침체된 문화예술계…“위기 속 희망 주는 건 ‘예술’뿐”

유원희 전 천안예술의전당 관장
이윤정
2022년 04월 13일 오후 10:12 업데이트: 2022년 04월 14일 오전 11:20

코로나 장기화로 문화예술계 직격탄
유원희 전 관장 “예술의 가치·중요성 인식하고 보호해야”
“尹 공약 ‘지역별 문화 격차 해소’ 위해선 문화시설 보급부터”

“위기의 시대일수록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건 ‘예술’밖에 없다.”

코로나 펜데믹 상황이 2년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문화예술계가 지난해 최악의 침체기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은 33.6%에 불과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8년 81.5%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47.9%p 감소한 수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월 21일 발표한 ‘2021 국민문화예술 활동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은 33.6%로, 전년(2020년)에 비해 26.9%p 감소했다. 이는 전국 만 15세 이상 1만명을 대상으로 2020년 8월 1일~2021년 7월 31일까지의 문화예술 활동을 조사한 결과다.

분야별 관람률은 2020년 대비 모든 분야에서 감소했고, ‘영화’의 감소 폭이 25.9%p로 가장 컸다. 문화예술행사 관람 횟수는 1.4회로, 2020년(3.1회)에 비해 절반가량 줄었다.

문화예술행사 관람률 변화추이 | 문화체육관광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공연·전시 등은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초기에는 관광업종의 피해가 컸지만,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공연예술업계에 부정적 영향이 확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원희 전 천안예술의전당 관장은 4월 13일 통화에서 “코로나19 장기화에다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쳐 혼란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건 예술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원희 전 관장은 서울시청 공원문화팀장, 대구 수성아트피아 관장, 세종시문화재단 본부장 등을 맡으며 30여 년간 문화예술 경영에 힘써온 문화예술전문가이다.

유 전 관장은 “사회적 혼란과 어려움 속에서도 예술은 우리에게 숨 돌릴 여유와 행복을 느끼게 하고 희망을 주는 힘이 있다”며 2차 대전 당시 일화를 들려줬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오스트리아 빈의 시청이 무너지고 오페라하우스도 거의 전소됐다. 당시 빈 시민들은 ‘예술로 사람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면서 시청보다 오페라하우스를 먼저 복구할 것을 요구했고 투표를 통해 결국 오페라하우스가 먼저 재건됐다.”

위기의 시대일수록 예술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유 전 관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3월,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에 게재된 ‘코로나19가 예술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 : 예술인 실태조사를 중심으로’ 논문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예술인 88.7%가 수입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수입 감소 및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문화예술인들을 돕기 위해 현금 지원, 일자리 지원, 예술 활동 실적 증명 기준 완화 등 각종 복지 혜택을 내놓고 있다. 지난 3월 28일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피해가 큰 예술계를 돕기 위해 2022년 1차 추경 예산 400억 원을 투입해 4만 명 이상의 예술인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유 전 관장은 “(문화예술계에) 일률적, 일시적으로 금전을 지원하는 보편적 지원이나 정부의 생색내기용 지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는 5월 10일 출범하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문화시민으로 성장했을 때 나라와 사회를 위해서 봉사도 하고 기여도 하게 된다”며 “정부에서 문화예술의 가치뿐 아니라 문화교육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지원해야 우리 사회가 금권만능 사회가 아닌,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기간인 지난 2월, 문화 예술 관련 공약으로 △지역별 문화 격차 해소 및 지역 중심 문화자치시대 개막 △전 국민 문화 향유 시대 확립으로 문화 기본권 보장 △공정하고 사각지대 없는 예술인 맞춤형 지원 △K-컬처를 세계문화의 미래로 발전 △K-컬처 스타트업 지원으로 세계를 감동시키는 문화산업 선진국 도약 △전통문화 유산을 미래의 문화자산으로 보존하고 가치 제고 △제약 없고 공정한 장애 예술인 활동 기회 및 가치 제고 등 7가지를 제시했다.

당시 윤 당선인은 “우리 국민 누구나 차별 없이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문화 예술인의 권익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K컬처가 세계 문화를 지속적으로 선도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받쳐주는 한편 전통문화를 보존해 우리 문화의 저변을 단단하게 다지겠다는 게 골자”라고 설명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 연합뉴스

유원희 전 관장은 문화예술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예술을 접하고 느껴봐야 성인이 돼도 예술을 즐기게 된다. 청소년들에게 그러한 기회를 많이 제공할 수 있는 문화예술 교육이 필요하다.”

충남 천안에서 나고 자란 유 전 관장이 지난해 ‘천안미래발전연구원’을 개원해 천안의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지난 1월, ‘사는게 예술이다’ 책을 펴내기도 했다.

유 전 관장은 특히 윤 당선인의 문화예술 공약 중 하나인 ‘지역별 문화 격차 해소 및 지역 중심 문화자치시대 개막’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지역별 문화 격차가 많은 건 사실”이라며 “시(市)나 군(郡) 중에 아직 영화관이 없는 곳도 있다. 어떤 군(郡)은 미술관, 전시관이 없는 건 둘째치고 공연장도 하나 없다”고 했다.

지역 격차가 심한 원인에 대해선 “인구 때문이기도 하지만 문화 시설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문화예술의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먼저 문화시설을 보급해 지역 시민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 등 수도권은 수익성이 있어서 민간에서 투자하지만, 지역은 수익성이 나지 않아 정부에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지역 중심 문화 자치 시대 개막’을 위해서는 각 지역 고유의 예술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라남도는 서예, 국악, 동양화 분야가, 경상도는 서양 미술, 무용 같은 분야가 활성화돼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유원희 전 관장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미디어 아트, 영화, 음악, 드라마 등 비대면 분야가 더욱 발달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대형 뮤지컬, 콘서트 같은 것도 점차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이후 침체된 문화예술계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고급 예술을 더욱 지원해야 한다”면서 “전문예술가들이 활발히 활동함으로써 산업, 경제도 덩달아 활성화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조수미, 방탄소년단 등 유능하고 비전 있는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대중 예술의 활성화를 위해 시민들이 공연·전시 문화를 접하고 향유할 기회를 많이 제공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